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간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합숙소 거래 과정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부터 수차례 골프 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평가원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수능 합숙소 명목으로 80억원 가량을 지급했고 평가원 간부는 2년여가 지난 뒤에야 정직 처분을 받았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당시 평가원 수능출제관리부장인 김 모 부장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4차례에 걸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이 모 상무 등 관계자 5명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
문제는 평가원 김 모 부장이 평가원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이의 계약 관계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라운딩을 가졌다는 점이다. 평가원은 시험 출제 합숙을 위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계약을 맺고 매해 모의평가 2회(19억원, 20억원)와 본 수능 1회(4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있었다. 골프 로비가 이뤄지던 시점인 2022년 평가원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79억여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골프 로비는 평가원 자체 감사도 아닌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이후 2023년 초에야 열린 평가원 인사위원회는 김 모 부장이 평가원의 원내 규정인 행동강령 제20조(금품 등의 수수 금지)와 복무규칙 제7조(청렴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 금지법)도 위반한 것으로 봤다.
평가원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김 모 부장은 “골프 라운드 비용을 제공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임원은 25년 가까이 알고 지내온 친구 사이”라며 “출제본부 합숙 기간 합숙 생활에 불편한 점들을 수합했고,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객실 비데 설치, 복도 바닥 카펫 교체 등을 해당 임원에게 직접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합숙장소에 비데 700여 개 설치, 1~6층 바닥 카펫 전면 교체 등의 많은 성과를 이끌어냈다”며 “수능 합숙 1회당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절감했다”고도 호소했다.
하지만 평가원 인사위원회는 “소명서에 구체적 증빙이 없을 뿐 아니라 소명서의 횟수와 금액을 인정하더라도 중과실은 변함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평가원 행동강령상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회계연도 300만원은 초과하지 않아 비위의 정도가 약하다”며 정직 1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평가원은 김 모 부장에 대한 별도의 수사의뢰를 하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봐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애초에 평가원은 교육부가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으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회 피감기관인데, 이러한 구조적 위치로 제대로 된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다.
김 의원은 "국민적 대사인 수능 출제와 관련해 계약 담당 간부가 접대를 받은 것은 단순한 징계 사안이 아니라 형사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며 “평가원이 자체 징계에 그치고 수사 의뢰조차 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처벌을 피해가도록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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