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기 많아요. 이런 자리(인터뷰)라서 장난을 못 쳐서 그렇지.”
tvN 토일 드라마 ‘폭군의 셰프’로 단번에 올해 최고 신인 배우이자 톱스타로 떠오른 이채민. 최종회의 수도권 순간 시청률이 20%를 찍는 등 커다란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의 관심이 그에게로 집중된 가운데 지난 1일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어린 시절 무대 공포증이 있었다는 말을 여러 번 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눈빛과 몸짓은 숨기지 못했다. 요즘의 인기에 대해 “어안이 벙벙하다”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실제 성격이 어떻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러면서 “정도 많은 것 같다”며 “저는 그냥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밝은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힘든 것 같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라도 생각하자고 세뇌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의 매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태도를 의미하는 ‘원영적 사고’와 비슷한 맥락이다.
‘폭셰’에서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비롯해 대령숙수 연지영에 대한 절절한 사랑 등을 깊이 있게 표현한 그는 실제로 눈물도 많은 편이라고 한다. “작품을 봐도 많이 울고, 감수성이 있는 편이에요.”
긍정적인 성격과 풍부한 감수성은 어쩌면 그를 배우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요즘에는 대학에서 연기 전공을 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을 하는데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시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비롯해 세종대학교, 동국대학교, 성균관대학에 모두 합격했고 최종으로 한예종 연극원 연극과에 진학했다. 그는 “어렸을 때 막연하게 TV에 나오는 게 멋있어 보였다”며 “19세에 청소년 마지막 해에 도전은 해보고 말자, 조금이라도 어릴 때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집 앞에 있는 연기 학원에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말 저는 누구보다 그 해를 정말 피 나는 노력을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거의 매일 잠을 안 자고 연기 연습을 할 정도였고 목표가 ‘학원에서 내가 문을 닫고 나가자’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입시를 하기에는 늦은 나이여서 더욱 열심히 하려고 했고 그 마음을 심사를 하셨던 교수님들이 알아봐주신 것 같다고도 했다. “정말 못했고 벌벌 떨었는데 그게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서 무대라는 공간에 적응이 됐던 것 같아요.”
무대 공포증이 있어 무대에 오르기만 해도 벌벌 떨었고 학창시절에는 책을 읽을 순번이 되며 너무 긴장을 했을 정도였는데도 계속해서 연기를 한 이유를 물으니 ‘쾌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표현하고 나면 알 수 없는 쾌감이 있었다”며 “그 알 수 없는 쾌감이더라. 이루 말할 수 없더라. 농구 선수가 슛을 넣어 득점을 할 때 그 쾌감, 그것을 운 좋게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떨면서도 연기를 해 찾아낸 쾌감, 이것을 찾게 된 게 행운이었다"고 강조했다.
‘폭셰’에 앞서 ‘바니와 오빠들’ ‘일타 스캔들’ ‘하이라키’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이번 작품으로 소위 말해 ‘폭풍 성장'을 했다고도 했다. 그는 “촬영하면서 에너지 소모도 많아서 힘들었다”며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이 작품에서 성취감, 배움, 재미를 느껴서 이런 것들이 버팀목이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하면서 3인칭에 대한 시선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시선이 넓어진 거 같았다. 대본 양도 워낙 많아서 전체를 보기가 힘들었지만 장태유 감독님께서 많이 리드를 해주셔서 실제로 성장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인기의 척도인 팬미팅과 러브콜. 팬미팅도 서서히 잡히고 있다는 그에게 팬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냐고 물으니 수줍고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아직 준비 단계여서 정해진 것이 없다"며 “노래도 생각해 보고 있고, ‘폭셰’ 비하인드 이런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 편의 작품 제안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장르는 누아르와 눈물 쏙 빼는 절절한 로맨스다. 그는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지만 남자다 보니 누아르를 해보고 싶다”며 “로맨스 영화, 드라마 다 좋아해서 눈물 절절한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작이나 특별한 것을 하는 것보다는 대본을 읽었을 때 얼마나 공감이 되고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대본과 작품은 운명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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