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정부의 셧다운(폐쇄) 여파로 위험 자산에 속하는 주식과 안전 자산인 금 가치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셧다운 사태가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는 오르고, 이와 동시에 경기 위축을 대비해 안전 자산인 금에도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금리 인하 기대 커져… “셧다운 충격 일시적”
1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09% 오른 4만6441.1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2.74포인트(0.34%) 오른 6711.2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95.15포인트(0.42%) 오른 2만2755.16에 각각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정부 셧다운을 금리 인하 ‘호재’로 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달 3일 미국 노동부가 내놓을 예정이었던 9월 비농업부분 고용 현황과 9월 실업률이 셧다운으로 발표가 연기되면서 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가 사라진 셈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지표의 발표 연기로) 연준은 사실상 ‘눈 감고 비행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가 집계하는 9월 고용이 전월 대비 3만 2000명 감소해 2023년 3월(5만 3000명)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든 것도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고용이 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민간 부문에서도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셧다운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뉴욕증시를 밀어 올린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사례처럼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기대에 무게를 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셧다운은 대체로 1∼2주 이내에 종료돼 경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역대 최장기간(35일) 셧다운이 발생했던 2018년 말∼2019년 초에는 경제가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나 셧다운 종료 후 곧바로 회복돼 연간 성장률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주식과 더불어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이 커지는 금리 인하 전망에 11만 7000달러 선을 회복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비트코인이 11만 7000 달러 선에서 거래된 것은 지난달 18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이날 가격은 한때 11만 8200 달러 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경제 충격 길어질 수 있다” 안전 자산 수요도 ↑
그러나 이와 동시에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 가격도 오르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는 통상 금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지만 현재는 그와 상반되는 모습이 나타나는 셈이다.
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3897.5달러로 0.6% 오르며 종가 기준 최고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금 현물 가격도 이날 장중 온스당 3895.0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XM아라비아의 나디르 벨바르카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미국 노동 시장이 악화할 때 금값이 급등해왔다”며 “미국 달러 약세도 금 구매력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로·엔 등 주요 6개 통화와 달러 가치를 비교한 달러인덱스는 3일 연속 하락해 이날 97.706달러에 마감했다.
월가 일각에서 이번 셧다운이 일시에 그쳤던 과거에 다르게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금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잰디 수석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을 계기로 연방 공무원 수천 명을 해고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실제 해고가 이뤄진다면 이미 악화하고 있는 고용 시장에서 잠재적 경기 침체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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