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작 시장에서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패시브 ETF들은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반영해 가상자산 관련 종목 편입을 늘리고 있는 반면 액티브 ETF들은 관련 종목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3개월간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종목은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기 제조사인 ‘비트마인’으로, 순매수 규모만 8억 292만 달러(약 1조 840억 원)에 달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과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도 각각 2억 7870만 달러(3762억 원), 1억 5171만 달러(2048억 원)가량 사들이는 등 가상자산 관련주가 순매수 상위를 휩쓸었다.
이 같은 열기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동향을 반영하는 ETF의 종목 구성에도 직접 영향을 끼쳤다. ‘KODEX 서학개미’는 지난달 종목 리밸런싱(정기변경)에서 양자컴퓨터 관련주(株)인 ‘리게티컴퓨팅’을 제외하고 ‘비트마인’을 새로 담았고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역시 ‘알파벳’을 편출하고 ‘로빈후드’를 편입했다.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 특성상 개인 매매 패턴과 시장 수요가 곧 종목 교체로 이어진 셈이다.
액티브 ETF들은 가상자산 관련주의 비중을 대폭 줄이며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TIMEFOLIO 미국나스닥100 액티브’ ‘KoAct 미국나스닥성장기업액티브’ 등은 최근 3개월 새 가상자산 관련 종목 편입 비율을 크게 낮췄다. 이와 관련해 액티브 운용역들은 향후 시장 전망치가 낮아지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감독원의 가상자산 테마 ETF 편입 제동이 운용 자율성이 높은 액티브 상품에 더 큰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올해 7월 자산운용사에 “코인베이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서클 등 가상자산 관련 기업을 과도하게 담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현행 법 체계상 가상자산은 ETF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 만큼 우회 투자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실제 투자자들의 선호와 매매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관련주를 직구하는 상황과 괴리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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