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됐지만 관리 체계의 허점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무단 이탈과 불법 체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데도 관리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법무부와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중국 톈진을 출발해 인천항에 들어온 크루즈선 ‘드림호’(승객 2189명)에서 6명이 하선 후 귀선하지 않았다. 드림호는 같은 날 오후 10시 출항했지만 승객은 2183명뿐이었다. 승무원 563명은 전원 확인됐다. 사라진 6명의 국적과 나이, 성별 등 구체적인 신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비자 없이 최대 3일간 상륙을 허용하는 ‘관광상륙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했다. 이 제도는 크루즈 관광객이 비자 없이 단기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한 특례로, 출항 시 반드시 다시 승선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귀선하지 않으면 곧바로 불법 체류자가 된다.
사라진 드림호 승객들의 체류 기한은 지난 1일까지였고, 귀선하지 않은 중국인들은 불법 체류자가 됐다. 법무부는 단속반을 투입해 이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체류 기간이 끝난 만큼 현재 소재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세부 사항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의 무단 이탈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정하 의원이 문체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올해까지 중국 관광객 1352명이 국내에서 행방불명됐다. 문체부가 관리하는 중국 전담여행사 179곳 중 34곳이 관광객 무단 이탈로 행정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여러 차례 제재를 받고도 계속 영업을 한다는 점이다.
기존에도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던 제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제주의 불법체류자가 1만1191명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시기보다 365명 늘어난 수치로, 2021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분의 9가 넘는 1만412명이 중국 국적자다.
이들 대부분은 무비자로 들어와 30일 체류 기한을 넘긴 뒤 잠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는 제주를 벗어나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파악조차 안 되는 실정이다.
박정하 의원은 관광객 유치도 중요하지만 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며 전담여행사 제도의 빈틈이 불법체류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yjnam@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