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해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은 한인 셰프 에드워드 리가 오는 28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을 총괄 지휘한다. 외교부는 2일 호텔 라한셀렉트 경주에서 개최되는 이번 만찬에 각국 정상과 기업인 등 약 200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롯데호텔이 에드워드 리 셰프와 손잡고 수십 명의 조리팀을 동원해 한국 음식의 진수를 담은 코스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APEC 개최를 앞두고 외교부와 인터뷰한 에드워드 리는 한국 음식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미국에서 자라면서 한국 문화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음식이야말로 한국 문화와 나를 이어주는 가장 쉽고 강력한 연결고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음식은 오랜 세월 전통을 지켜온 동시에, 혁신을 통해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이번 만찬에서 전통과 현대라는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리 셰프는 롯데호텔 조리팀과의 협업 계획도 설명했다. "제 요리와 롯데호텔 셰프들의 요리를 함께 선보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국 음식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한국 식재료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한국 음식은 전 세계 무대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며 "한국 음식 고유의 아름다움과 함께, 미국 요리와의 융합처럼 혁신적이고 세계적인 가능성도 함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리 셰프는 음식이 외교 현장에서 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치 지도자와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훌륭한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동안에는 불편한 논쟁을 계속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식이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그것이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부는 이번 만찬에서 각국 정상을 위해 영어뿐만 아니라 각 회원국의 언어로 메뉴판을 제작한다. 보통 다자간 회의에서는 영어 메뉴만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각 정상의 모국어로 메뉴를 안내해 최상의 예우를 표현한다는 방침이다.
APEC은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 회원국과 지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 경제 협력체다. 무역·투자 자유화, 보호무역주의 견제,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경제, 지속가능 성장 등 광범위한 경제·사회 의제를 다룬다.
올해 회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을 주제로 열린다. 핵심 과제로는 △혁신 △번영 △연결을 제시했으며, 한국은 특히 인공지능(AI) 협력과 저출산·고령화 같은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이번 APEC이 열리는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다. 불국사·석굴암 같은 유서 깊은 문화유산과 원자력·소형모듈원자로 등 첨단산업이 함께 존재하는 곳으로, '한국 속의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평가받는다.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외교부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이날 특별 홍보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영상에는 APEC 2025 홍보대사인 지드래곤(GD)이 주연으로 나서고, 박찬욱 영화감독, 박지성 축구선수,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안성재 셰프, 페기 구 DJ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연출은 뉴욕페스티벌 등 국제 광고 어워드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이 맡았다. 영상은 한옥 외관의 퓨전 한식당에 APEC 회원국 인사들이 모이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세계가 경주로 모인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영상 초반 레스토랑 장면은 경기도 가평의 아난티 코브에서 촬영됐다.
특히 이 영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깜짝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경광봉을 들고 항공기를 유도하는 마샬러(항공기 지상 유도원) 역할로 약 2초간 등장했다. 외교부는 이 장면에 대해 "혼란을 극복하고 질서 있게 국제사회에 복귀한 대한민국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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