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 H-1B 수수료를 약 1000달러 수준에서 10만달러(약 1억 4000만 원)로 100배 인상한 가운데 대통령에 이를 단행할 권한이 없으므로 중단시켜 달라는 소송이 미 연방법원에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법원이 제동시켜 달라는 또 하나의 소송으로, 결과에 따라 많은 경제주체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의료 인력 공급업체 '글로벌 너스 포스'와 보건 관련 노동조합 등은 인라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에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비자 수수료를 올릴 권한이 없다며 인상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헌법은 의회에 자금조달 권한(Power of the purse)을 부여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자신에게 없는 권한을 내세워 비자 수수료를 불합리하게 올렸다는 것이다.
원고 측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원고 측은 "비자 수수료 인상 조치가 자의적이고 변덕스럽다"며 "비자 발급을 위한 높은 수수료가 전국의 병원, 교회, 학교, 소규모 사업체, 비영리 단체에 어떤 피해를 줄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H-1B 비자 수수료 인상을 중단해달라는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은 간호사 등을 채용하는 업체 '글로벌 너스 포스'(Global Nurse Force)가 주도하고 있다. 원고 측은 “미국에서 다른 나라 국적의 간호사를 채용할 수 없게 되면 환자들은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의 수용 인원을 줄여야 할 것”이라며 “대기 시간이 늘어나고 환자 치료 결과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만약 수수료가 계속 부과될 시 미국 내 회사 고객(병원) 등이 병원을 폐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정부의 조치는 합법적”이라며 “경솔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습관으로 삼는 진보 단체의 도전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1990년 도입된 H-1B 비자는 주로 수학, 기술, 공학, 의학(STRM) 분야 등에서 외국 전문 인력을 고용할 때 활용돼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세력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참여자들은 이 비자 제도가 미국인보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구실을 미국 기업들에 제공한다고 비판해왔다.
이에 비자 신청 수수료를 10만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건 외에도 그간 추진해온 주요 정책과 관련해 400건 이상의 소송에 휘말려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도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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