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 단말기를 별도로 구매한 후 이동통신사의 유심(USIM)만 저렴하게 쓰는 자급제 전용 요금제가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과 KT의 잇따른 해킹 사태를 겪으며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진 가운데 통상 2년의 약정 계약과 불필요한 부가서비스 없이 원하는 만큼의 통화·데이터만 실속있게 쓸 수 있어서다. 기존 알뜰폰(MVNO)에 이어 통신 3사도 전용 브랜드를 강화하며 수요 잡기에 나섰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달 13일부터 자급제 전용 브랜드 ‘에어’의 신규 가입자를 받는다. SK텔레콤은 에어가 데이터 중심의 단순한 요금제, 활용도 높은 포인트, 완결적 처리가 가능한 셀프 개통, 365일 운영하는 고객센터, 로밍·보안 같은 핵심만 추린 부가서비스를 특징으로 갖는다고 설명했다.
에어는 월 2만 9000원에 7GB부터 월 5만 8000원에 무제한 5G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품 6종으로 구성된다. 모든 요금제는 기본제공 데이터를 모두 사용한 후에도 지정된 속도로 추가 요금 없이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30GB 이하 요금제는 기본 제공 데이터 모두 테더링으로도 사용 가능하며 71GB 이상은 최대 50GB까지 테더링으로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에어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었다. 다양한 이벤트 참여를 통해 ‘에어 포인트’를 쌓고 이를 요금 할인이나 네이버페이포인트, 편의점∙백화점∙올리브영 상품권 등 상품 1000여종을 구매하는 데 쓰도록 지원한다. SK텔레콤은 앞서 ‘티(T)다이렉트’라는 이름으로 운영해온 다이렉트(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에어 출시를 통해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하다. KT는 지난해 최저 월 3만 원짜리 자급제 전용 요금제 ‘요고’를 출시하고 청년 가입자에게는 데이터 제공량을 2배로 늘려주는 등 맞춤 마케팅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최저 월 2만 6000원짜리 요금제 브랜드 ‘너겟’을 출시하고 ‘라이너’ 같은 유료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함께 구독할 수 있는 결합 요금제도 선뵀다.
3사가 기존 요금제보다 수익성이 더 낮은 자급제 전용 요금제를 강화하는 것은 실속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2030세대 가입자를 끌어오는 한편 역대 정부가 꾸준히 요구하는 가계통신비 인하 노력에도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자급제 전용 요금제 경쟁이 활성화하면 통신비 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알뜰폰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역효과도 있다. 알뜰폰 역시 단말기 판매 없이 3사 망을 통해 통화·데이터만 저렴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 만큼 자급제 전용 요금제와 주고객층이 겹칠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알뜰폰은 아직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 판매에 주력하고 있어 저가 요금제 구간에서 점점 늘어날 5G 이동 수요를 통신 3사에 빼앗길 수 있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5G 알뜰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3사가 5G 도매대가 인하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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