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을 죽어라 일했는데, 통장에 꽂히는 건 왜 이것뿐이죠?”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들의 절규다. 월급 급여명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문이 하나둘 생긴다. 세전 기준으로는 379만 원이라는데 통장에는 320만 원도 안 찍힌다. 대체 어디서 이렇게 빠져나가는 걸까? 서울경제신문 '월급 영끌 프로젝트’ 상편에서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월급 지급액, 세전 총급여의 구조를 낱낱이 해부한다.
급여명세서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기본급을 살펴봐야 한다. 기본급은 회사와 근로자가 체결한 근로계약에서 정한 월 단위 임금을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며 1일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4월 시도별 임금·근로 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전국 평균 421만 5000원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1인당 임금은 476만 5000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임금은 세전 기준이다. 세전 지급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기본급이다.
■기본급
기본급은 회사가 정한 통상근로시간(주 40시간)에 대한 대가로,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금액이다. 말하자면 월급의 ‘뼈대’이자 모든 임금 산정의 기준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기본급은 전체 임금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본급 비중을 낮추고, 대신 성과급·수당 등 변동 항목으로 급여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급은 회사가 매월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고정비이기 때문에 기업은 이를 가능한 한 낮게 책정하고 변동 수당을 활용해 인건비를 유연하게 조정하려 한다. 이로 인해 근로자 입장에서는 법적 보호 범위가 좁아지는 역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서울의 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476만 5000원)을 기준으로 통상 지급되는 기본급은 약 333만 원, 나머지 143만 원이 각종 수당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기본급이 근로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등 각종 법정 보상금의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기본급이 낮을수록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퇴직금 등이 함께 줄어든다. 결국 같은 시간을 일해도 기본급 책정 방식에 따라 실질 수입이 달라지는 셈이다. 실제 두 근로자가 모두 월 400만 원을 받는다고 해도, 한 사람은 기본급이 300만 원·수당이 100만 원인 반면 다른 사람은 기본급이 200만 원·수당이 200만 원이라면, 후자의 퇴직금과 수당 기준은 크게 줄어든다. 퇴직금은 평균임금을 바탕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기본급을 낮추는 배경에는 경영 유연성뿐 아니라 인건비 절감 의도도 깔려 있다. 기본급을 줄이고 성과급·특별수당 등 일회성 항목으로 보상을 대체하면, 경기 침체기나 실적 부진 시 지급을 조정하기 쉽다. 반면 근로자는 그만큼 임금 변동 폭이 커지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또한 기본급은 ‘통상임금’ 산정의 핵심이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하며, 이를 기준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의 가산율이 결정된다. 대법원은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지만 이후 기업들은 상여금을 비정기화하거나 지급 조건을 바꾸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그 결과 기본급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임금구조 분석 결과 최근 10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기본급 비중은 꾸준히 하락해왔다. 2013년 전체 평균 73.8%였던 기본급 비중은 2023년 66.4%로 낮아졌다. 특히 중소기업의 기본급 비중은 60% 초반대로 떨어져, 고정급보다 각종 수당 의존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서울의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는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기본급보다 연봉 총액 협상을 중심으로 한 급여체계가 일반화됐다”며 “직원 입장에서는 기본급이 작으면 휴가·퇴직금·수당이 줄어드는 걸 알면서도 연봉 총액만 보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본급이야말로 노동의 지속성과 기업의 책임을 상징하는 지표라며 성과급 중심 구조가 지나치면 단기 실적만 중시되고 장기 고용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야수당
기본급 외에 붙는 수당은 근로기준법과 회사 내규에 의해 정해지지만, 현실에선 ‘깜깜이 항목’으로 불릴 정도로 이해하기 어렵다. 급여명세서에는 기본급 외에도 수십 가지 이름의 수당이 적혀 있다. 그중에서도 직장인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항목이 바로 연야수당(연차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이다. 둘 다 추가 보상금이지만, 계산 근거와 법적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연야수당은 말 그대로 못 쓴 연차를 돈으로 보상받는 제도다. 정식 명칭은 미사용 연차유급휴가 보상금이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7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연차유급휴가에 대하여 임금 상당액을 보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사용자가 연차 사용을 보장하지 않거나 근로자가 불가피한 사유로 다 쓰지 못한 경우, 그 미사용 일수에 대해 1일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현금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월급 379만 원을 받는 근로자가 연차 15일 중 5일을 남겼다면, 379만 원을 월 평균 근로일수(21.6일)로 나눈 하루 평균임금 약 17만6000원을 기준으로 5일분인 약 88만 원의 연차수당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기업은 회계연도 단위로 정산해 다음 해 1~2월 급여에 포함해 지급하지만, 일부는 분기별 정산 또는 퇴사 시 일괄 정산한다.
연야수당은 단순한 보너스가 아니다. 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권리이자, 회사가 연차 사용을 보장하지 못했을 때 지급해야 하는 법정 의무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제도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인력 사정이나 업무 집중기간 등을 이유로 연차 사용을 사실상 제한하면서도 자율 사용 가능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연야수당 지급을 피하는 식이다. 대법원도 이에 대해 명확히 구분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사가 연차 사용을 촉구했음에도 근로자가 스스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금전보상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반대로 회사 측이 연차 사용을 제한하거나 분위기상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에는 반드시 보상해야 한다.
연야수당은 회사의 근로환경을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사업체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1인당 연차사용률은 63.1%로 OECD 평균(75%)보다 낮다. 연차를 모두 소진한 근로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연차수당이 기업 현장에서 지급되고 있는 셈이다.
■휴일근로수당
연야수당이 쉬지 못한 시간의 보상이라면, 휴일근로수당은 ‘쉴 날에 일한 시간’의 대가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법정휴일(주휴일, 공휴일 등)에 근로하게 한 경우,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가령 평일 시급이 1만 원이라면 휴일에 근무할 경우 1만5000원(통상임금 100% + 가산 50%)을 받아야 한다. 8시간 이상 근무했다면 그 초과분은 연장근로로 중복 가산되어 9~10시간째 근무분은 시급의 200%, 2만 원을 받아야 한다.
고용부는 휴일근로 8시간 초과분은 연장근로로 간주되며 200%를 지급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업장에서는 이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곳이 많다.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150% 일괄 적용으로 끝내거나, 아예 포괄임금제에 포함시켜 별도 수당을 주지 않는 사례도 빈번하다. 가령 현장에서는 ‘시간 외 근무’와 ‘휴일 근무’의 경계가 흐릿한 경우가 많다. IT, 금융, 언론, 병원 등 비상근무가 잦은 업종에서는 휴일 근무라기보다 순번 근무라는 이유로 휴일수당을 제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은 명백히 법 위반이다. 예를 들어 병원 간호사나 IT 엔지니어처럼 교대제 근무자가 일요일 근무를 했다면 근무 스케줄상 정규 근무라 하더라도 그날이 법정휴일에 해당한다면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실제 2023년에 대법원은 “교대제라도 해당 근무일이 근로기준법상 휴일이면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업장에서 주말 근무가 근무일 중 하나로 처리해 가산율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휴일근로수당은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다. 근로자의 휴식권과 노동 강도, 그리고 기업의 법 준수 의지를 드러내는 지표다.
■성과급
“성과급만 1인당 1억 원.”
SK하이닉스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배분하기로 합의하면서 직장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기존 상한선을 없애고, 지급 기준을 10년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갓 하이닉스, 신의 직장’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실적이 나올수록 보상이 커지는 구조 덕분에 ‘성과급 복권’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직장인들에게 성과급은 여전히 복잡한 영역이다. 회사마다 이름과 계산 방식이 다르고, 세금과 4대 보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성과급은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PS(Profit Sharing)는 회사의 영업이익, 매출 등 전체 실적에 연동된 ‘공동성과급’(기업의 성과)을 전 직원이 나누는 구조다. PI(Performance Incentive)나 MBO/STI는 개인·조직의 목표 달성도에 따른 ‘개인성과급’. 평가등급(S·A·B·C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PS는 실적이 좋으면 모두가 함께 웃고, 나쁘면 함께 줄어드는 구조다. 반면 PI는 개인 평가가 핵심이기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도 ‘A등급’ 직원은 일정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노사 합의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풀(PS Pool)로 조성해 전 직원에게 배분”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성과급 상한(캡)을 없애고, 당해연도 80% + 2년간 10%씩 분할 지급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10년간 유지되는 장기 보상 공식으로 평가한다. 2025년 예상 영업이익 기준으로 직원 1인당 평균 1억 원 안팎의 성과급이 거론된다. 실적 회복세가 뚜렷한 만큼, 반도체 업계 전반에 ‘보상 경쟁’을 촉발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성과급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이다. 보너스 달에는 세율이 높게 느껴지지만, 이는 누진세 구조 때문이다. 실제로는 연말정산에서 전체 연간 소득으로 재정산된다. 큰 보너스를 받은 다음 달엔 세금과 보험료가 함께 늘어난다. 이 때문에 직장인 사이에서 성과급을 받았는데 통장잔고는 별 차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마무리
다음 편에서는 내 월급에서 빠지는 돈, 공제액편(하편)으로 이어진다.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소득세·지방세 등으로 매달 빠져나가는 항목이 실제로 어떻게 계산되고, 왜 매년 직장인들의 세금이 늘어나는지를 심층 분석한다. 기재부 세제실에서 작징인들의 세금도 매년 조정할 수 있어 기재부의 정책까지도 포괄해서 기사를 작성할 예정이다.
※직장인들께서 월급과 관련된 불만이나 피드백 등을 자유롭게 댓글로 남기시면 다음 세금편 기사에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