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한국 관광업계가 외국인 방문객 2000만 명 돌파라는 사상 최대 기록을 노리는 해다. 정부가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시행하며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정책의 성패가 올해 관광 성적표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한해 비자 없이 최대 15일간 한국에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팬데믹 이후 위축됐던 한·중 관광 교류를 회복하고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제주도는 기존처럼 개별·단체 모두 3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은 883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이 253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무비자 조치로 중국 관광객 유입이 본격화하면 연간 외국인 방문객이 2000만 명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은행은 중국 단체관광객 100만 명이 추가로 입국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08%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무비자 시행 첫날 인천항에 입항한 중국 톈진동방국제크루즈 ‘드림호’ 승객들이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을 찾으며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동진펑 씨는 “경복궁과 남산공원을 꼭 가보고 싶다”며 “비자가 필요 없으니 친구들도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등 주요 면세점들도 중국 단체관광객 맞이에 돌입했다. 롯데면세점은 국경절 연휴 기간 서울·부산·제주 매장에 1만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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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업계는 무비자 조치가 단순히 방문객 수 증가에 그치지 않고 호텔, 면세점, 카지노 등 관광산업 전반의 회복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호텔신라의 글로벌 멤버십 프로그램 중국 가입자는 지난해보다 200% 이상 증가했고,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대형 유통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늘면 장기적으로 개별 고소득층 관광객 증가로 이어져 프리미엄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계도 있다. 무비자 정책의 시행 시점이 늦어 올해 안에 실질적인 관광객 유입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여행 일정은 보통 몇 달 전에 확정되기 때문에 단기간 내 수치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 또 중국 관광객 비중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시장의 편중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제주 지역은 무비자 대상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지역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싱가포르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중국인 무비자 제도를 도입한 뒤 중국 관광객이 1년 새 124% 증가했다. 한국도 단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광 콘텐츠와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제 쇼핑이나 과도한 일정 강요 등 부정적 사례가 반복될 경우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돌파 여부는 무비자 정책의 실질적 효과와 이를 뒷받침할 산업 대응에 달려 있다. 정부와 업계가 중국 단체관광객을 안정적으로 유치하고, 체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다면 올해는 한국 관광이 팬데믹 이전의 정점을 넘어서는 해로 기록될 것이다. 반대로 일시적 방문객 증가에 머문다면 ‘2000만 돌파’는 또 한 번 다음 해로 미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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