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여파로 10원 넘게 올라 7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통상 주가가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하는데 코스피 반등에도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에 환율 상단이 연내 1480원 후반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보다 11.9원 오른 달러 당 1463.3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1467.5원까지 올랐다. 미중 무역 갈등이 한창 고조되던 올 4월 9일(1484.1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33.15포인트(0.81%) 오른 4106.39에 장을 마쳤다.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꼽힌다. 최근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엔화는 전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경기 부양 발언으로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원화는 엔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분류된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오후 전 거래일보다 0.05% 오른 99.64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달러화 대비 엔화값은 0.06% 오른(엔화 가치 하락) 154.25를 나타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엔화 약세와의 동조 흐름이 이어져 원화값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외변수에 휘둘리는 원화…연내 1490원 위협할 수도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값이 계속 추락하는 배경으로 대외 변수를 꼽고 있다. 원화 자체의 구조적 원인보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흐름이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 하락을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의 강달러는 역대 최장인 41일째를 맞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종료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미국 연방 상원은 10일(현지 시간) 소수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공화당과 합의한 임시 예산안을 60대40으로 통과시켰다. 셧다운이 해소되면 미국의 소비가 살아나 경기 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달러 매수 심리가 촉발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여기에 엔화 약세 또한 원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줬다. 전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투자가 늘지 않으면 경제는 성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돈 풀기를 통한 경기 부양 메시지로 해석되며 엔화 약세를 부추겼고 엔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지는 원화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0.8로 최근 1년(0.27)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최근 엔화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떨어질 때 원화 역시 강하게 연동돼 약세 흐름을 보였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 자체에 신용 리스크가 크지 않지만 △엔화 약세 등 대외 변수 △대미 투자 펀드 불확실성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유입 약화 등이 맞물려 있어 연내 환율 상단이 1490원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수출기업들이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관련 불확실성으로 달러 매도에 적극 나서지 않아 원화 값 상승보다는 하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펼쳤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엔화·원화 동조 흐름이 다카이치 총리의 아베노믹스 계승 이후에도 반복될 조짐을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ING도 보고서에서 "환율의 주요 변수였던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 값 사이의 상관관계가 최근 약화됐으며 이제는 순대외자산 흐름이 환율 움직임을 좌우한다고 판단된다"며 "순대외자산 증가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며 최근 합의된 매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역시 달러 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보여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금리를 연 2.5%로 동결한 배경은 부동산 상승 기대 자극과 원·달러 환율 재상승에 따른 금융 안정 우려로 압축된다.
한 금통위원은 "현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 기대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며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 효과와 수도권 주택 시장 동향을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5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했다. 유일하게 인하 의견을 낸 신성환 위원은 "최근 고강도 주택 시장 안정화 정책 등으로 주택 시장은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며 "이미 상당 기간 지연된 금리 인하 시점도 고려해 가급적 빨리 금리를 인하한 뒤 물가·경기 등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면서 금리를 결정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0월 금통위 이후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미 투자 세부 내용이 타결된 데다 건설투자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대응 차원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10월 금통위 당시 한은 집행 부서는 금리 인하 효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 반도체 공장 건설 재개 등으로 3분기를 저점으로 건설투자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금통위에 보고했다. 한동훈·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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