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방채 발행 규모를 늘리고 있다. 재정난에 빠진 광주광역시는 내년 4112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올해 광주시의 지방채 잔액은 약 2조 700억 원으로 채무비율은 23.1%에 달해 전국 특별시·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구광역시도 내년 4년 만에 2000억 원의 지방채를, 충청북도는 지방채 1600억 원을 발행한다. 부산시는 올해보다 14.8% 늘어난 7954억 원, 인천시는 4610억 원, 경기도는 5447억 원의 지방채를 각각 발행할 계획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세수가 부족한 지자체들은 그동안 지방채를 발행해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에 빚내서 투자하는 것은 ‘포퓰리즘’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인천시의 지방채 발행 내역을 보면 도로 개설 사업이 11건으로 가장 많고 광주시는 도시철도와 호남고속도로 확장 사업 등에 지방채를 투입한다. 복지·교통·교육 등 경직성 경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선거철 SOC 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자율 점검이 필요하다. 울산시의 경우 지출 구조조정과 재정 효율화로 채무비율을 2021년 18.5%에서 올해 11% 수준으로 낮추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중앙정부의 보편적 복지 사업에 대한 ‘매칭 예산’ 부담이다. 지난달 여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경기 침체 대응을 명분으로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방재정의 재량권을 확대했다고 설명하지만 지방채가 정부의 소비쿠폰 재원으로 쓰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2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일부 지자체장들이 “지역 실정에 맞게 중앙 정책을 선별하고 사업 규모와 재원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경기 둔화로 세수가 줄고 재정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가 ‘빚잔치’로 변질될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채는 부채 상환과 꼭 필요한 SOC 사업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결국 주민이 떠안게 된다. 이러다 정치쇼가 아닌 진짜 지자체 모라토리엄이 올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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