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로만 나왔으면 좋겠어요. 딸아이가 원체 긴장을 많이 해서...”
서울 대치동에서 왔다는 하 모(47) 씨의 합장한 두 손이 가늘게 떨렸다. 늦가을 쌀쌀한 새벽 날씨 탓만은 아니었다. 13일 오전 5시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는 하 씨처럼 기도하러 온 학부모들이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날 치러지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할 자녀에게 마음을 모아 주기 위해서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김 모(52) 씨는 “원래 특별한 신앙은 없었지만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재수생 아들의 짐을 마음으로라도 함께 지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부터 절에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부모들 역시 손주를 위해 합장한 채 탑을 돌았다.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수험생들의 성취를 빌어 주기는 마찬가지였다. 매일 이 시간대 봉은사를 찾는다는 인근 주민 최종섭(71)씨는 “오늘 수험생들이 고요 속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도록 빌어줄 생각”이라고 했다.
경내 한 켠에는 수험생 가족들이 적어둔 소원지가 걸려 있었다. ‘학업 성취’ ‘대학 합격’ ‘수능 대박’ 같은 글귀가 가득했다. 사찰에 마련된 게시판에도 학생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빼곡히 담겼다. 여기에 적힌 ‘너는 우리의 희망이다’ ‘ 노력한만큼 꿈은 이루어진다’ ‘잘 치르고 웃는 얼굴로 보자’ 같은 말들은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봉은사를 오가는 방문객들은 “(가족 중에) 수능생 있으세요” 같은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인근 강남권 학부모들을 태우고 사찰로 향하는 승용차는 오전 6시를 기점으로 더욱 많아졌다.
2026년도 수능은 이날 오전 8시 40분 전국 131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총 응시자 수는 55만 4174명이다. 2019학년도 59만 4924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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