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만 4174명으로 7년만에 최대 응시생 수를 기록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체 난도는 전년 수능 대비 다소 높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상위권 변별력 강화를 위해 국어와 수학 등 일부 과목에서 고난도 문제가 출제 됐지만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은 배제해 과목별 난이도 자체는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대 모집인원이 원상복귀 돼 모집인원 수가 전년 대비 1487명 줄어든 만큼 최상위권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계 수험생이 학습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이번 수능에서 한층 강화돼 입시전략 수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올해 수능에서 사회탐구 과목을 1과목 이상 선택한 수험생은 전년 대비 15.1%포인트 상승한 77.3%(41만1259명)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학 탐구 선택 학생들은 탐구영역에서 상위 등급 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구조라,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입시 당락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창원 수능 출제위원장은 13일 수능 출제방향 브리핑에서 “2026학년도 수능은 고교 교육 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적정 난이도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며 “교육과정에서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은 이미 출제된 것이라도 문항의 형태, 발상, 접근 방식 등을 변화시켜 출제했다”고 밝혔다.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고 비판 받았던 이른바 ‘킬러문항’은 이번 수능에서도 배제 기조가 유지됐다. 김 위원장은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을 배제했다”며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EBS 수능 교재 및 강의와의 연계율은 문항 수를 기준으로 50%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영어 연계 문항은 모두 EBS 교재 지문과 주제·소재·요지가 유사한 여타 지문 등을 활용하는 간접 연계 방식으로 출제했다.
과목별 난이도를 살펴보면 국어영역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EBS 국어 대표강사인 한병훈 덕산고 교사는 “올해 국어 난이도는 작년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 사이에 있다”며 “작년 수능과 더 유사한 난이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수능에서 국어는 모든 영역에서 난이도가 고르게 배치됐다”며 “반면 올해 수능은 독서의 난도가 오르고 문학 등 선택과목의 난도는 낮아져서 전체적으로 적정한 난이도를 유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작년 수능 국어 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으로 역대 가장 어려웠던 재작년(150점)보다 11점 하락해 전년보다 많이 쉬웠다. 다만 140점 전후반을 유지해 어느정도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6월 모의평가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37점, 9월 모의평가는 143점으로 작년 수능과 난이도가 비슷했다는 점에서 올해 수능도 비슷한 난이도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하고, 시험이 쉬우면 하락한다. EBS 연계율은 53.3%로, 총 24문항이 EBS 교재와 연계된 것으로 분석됐다. .
수학영역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운 수준이었다. 다만 상위권과 최상위권 변별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곳곳에 고난도 문항을 배치했다. EBS 대표 강사인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핵심 개념을 바탕으로 한 공교육 중심의 출제 기조는 유지하면서 상위권 변별력은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 수능에서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0점으로, 전년 수능(148점)보다 쉬우면서도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 교사는 “변별력이 높은 문항이 작년 수능보다 늘어났다기보다는 상위권과 최상위권 변별력을 더 강화했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선택과목보다는 공통과목에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문항 30개 가운데 공통과목 12문항, 선택과목 3문항 등 총 15개는 EBS 교재와 연계돼 연계율 50%를 기록했다.
반면 입시업계에서는 이번 수능 수학영역이 전년 대비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포기할 문제를 넘기고 풀 수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시험을 봤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계속 매달린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시험이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종로학원은 “올해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한 패턴의 문항이 나오긴 했지만, 수험생이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 영어영역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 및 올해 9월 모의평가 출제 기조를 유지했지만 난도는 다소 올랐다. EBS 대표 영어강사인 김예령 대원외고 교사는 “EBS 연계율은 55.6%로 45문항 중 25문항이 간접 연계돼 출제됐다”며 “내용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운 지문은 배제하면서도 선택지의 오답 매력도를 전반적으로 높여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일부 고난도 문항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고 매력적인 오답 선지가 많아 학생들의 체감난도를 높였다”며 “1등급 비율은 5~6%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hopi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