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측이 영구채 발행을 요청한 것은 합작 법인의 부채비율을 낮춰 사업 재편을 원활히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다. 양 사가 4000억 원씩 총 8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3일 “두 회사가 8000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 대신 영구채 발행 허용과 상당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며 “자금 지원 규모는 실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과 HD현대는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개발을 비롯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신규 자금과 시장성 차입금 등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금융 지원 방안을 요청했다고 한국산업은행이 전했다. 산업은행은 “양 사는 자율협의회가 사업 재편 계획 검토를 위해 진행하는 실사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며 “사업 재편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회사의 재무 안정화 및 자속 가능성 확보에 필요한 자구 계획을 충분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대산 석유화학단지 사업 재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은 채권단 자율협의회가 양 사를 사업 재편 대상 기업으로 선정하면 이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 지원에는 만기 연장과 이자율 조정, 신규 자금 공급 등이 포함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대적인 사업 재편과 금융권의 지원 없이는 두 회사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며 “다만 앞으로 실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채권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구 노력과 금융권의 지원 규모가 연동될 수밖에 없다”며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융권에서는 울산과 여수 등 다른 석화 단지의 재편도 빨라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여수 산단의 여천NCC만 해도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연료 공급계약이 이번 주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재 석화 기업의 사업 재편을 위한 법적 근거는 마련된 상태다. 이달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각종 인허가 절차 통합·간소화 △고부가·친환경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재정과 금융, 세제 지원 등이 담겨 있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롯데와 HD현대의 경우 기존 자금 만기 연장과 함께 뉴머니를 요구한 것”이라며 “하지만 최종 지원액은 실사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는 것으로 지금 시점에서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ubo@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