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국민의 소득과 자산이 모두 늘었지만, 계층 간 불평등을 보여주는 분배 지표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셋값 상승 여파로 임대보증금 부채가 10%나 급증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부채는 9534만 원으로 전년(9128만 원) 대비 4.4% 증가했다. 부채 증가의 주범은 '전셋값'이었다. 금융부채는 6795만 원으로 2.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임대보증금은 2739만 원으로 10.0%나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전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 규모가 커진 탓이다. 전체 부채에서 임대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8.7%로 확대됐다.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6678만 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자산 증가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주도했다. 실물자산은 4억 2988만 원으로 5.8% 증가하며 전체 자산 증가세를 견인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자산 중 실물자산 비중은 75.8%로 확대되며 자산 시장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부채가 4.4% 늘었지만, 자산이 더 큰 폭(4.9%)으로 증가하면서 가구의 순자산은 5.0% 늘었다”며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이 감소하는 등 가계의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가구당 평균 소득은 7427만 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고용 시장 호조로 근로소득(2.4%)과 사업소득(2.1%)이 늘었고, 재산소득(9.8%)과 공적이전소득(7.6%)도 크게 증가했다. 모든 소득 분위에서 소득이 늘었지만, 분배 지표는 빨간불이 켜졌다.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325로 전년(0.323)보다 0.002포인트 상승해 불평등이 심화되었음을 나타냈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5.78배로 전년(5.72배)보다 0.06배 포인트 증가해 빈부 격차가 벌어졌다. 상대적 빈곤율 또한 15.3%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악화됐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5분위 고소득층 소득이 4.4%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으로 분배 지표가 다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경우 공적 이전소득 증가 등에 힘입어 상대적 빈곤율이 39.8%에서 37.7%로 개선되는 등 분배 지표가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 경기 악화로 빚 상환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비율은 64.3%에 달했다. 가계부채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한 가구도 3.8%로 나타나 한계 가구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위한 정책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AI(인공지능) 대전환과 초혁신경제 30대 선도프로젝트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며 “동시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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