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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거부 84%…현실은 17%만 중단" 한은 구조적 왜곡 경고

■건보공단 공동 이슈노트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3일 공동 학술연구 및 국민건강 증진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은행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 수행한 연구에서 국민 다수가 연명의료를 원치 않음에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연명의료가 지속되는 구조적 왜곡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는 한은과 건보공단이 지난 5월 체결한 업무협약(MOU)에 따른 첫 공동 보고서로 한은의 구조개혁 시리즈 18번째 이슈노트다. 공단 의료데이터는 외부 반출이 어려워 연구진은 중앙우체국 내 공단 연구실에서 상주 분석을 진행했다. 한은과 건보공단은 1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초고령사회의 생애말기 의료' 심포지엄을 개최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ㄸ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의향서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 중 84.1%는 '회복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거부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 65세 이상 사망자 중 연명의료를 받지 않은 비율은 16.7%에 그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환영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된 연명의료 문제가 초래할 거시경제적 문제들을 모른 척할 수만은 없었다"며 "비록 한은이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야이더라도 건보공단 연구진과 같은 전문가들과 협업해 새로운 데이터를 찾고 분석 틀을 만들어 갔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연명의료가 환자에게 상당한 신체적 고통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시술 강도와 횟수를 반영해 개발한 '고통지수'는 2023년 기준 35점으로 단일 통증 최대 수준의 3.5배에 달했다. 대상포진(6점), 심폐소생술(8.5점)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특히 상위 20% 환자의 고통은 일반적인 극심 통증의 13배 수준으로 추정됐다.



경제적 부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명의료 환자 1인이 임종 전 1년 동안 지출하는 의료비(생애말기 의료비)는 2013년 547만 원에서 2023년 1088만 원으로 10년 동안 약 2배가 됐다. 연평균 상승률은 7.2%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의 약 40% 수준이다.

연명의료 지속으로 인해 의료보험 재정 등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연명의료 시행률(약 70%)이 유지될 경우 관련 의료비는 2030년 3조 원, 2067년 17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민 선호 수준(19%)으로 줄어들 경우 2067년 사회적 비용 13조 3000억 원 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연구진은 "절감된 재원은 축소가 아니라 호스피스·돌봄 인프라 확충에 재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연명의료결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현재 종합병원이나 건보공단 지사 등에서만 등록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동네 병원과 온라인에서도 등록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또 환자의 선호를 반영해 의향서 내용을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 시술을 선택적으로 거부하거나, 장기기증 의사 등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을 때 의료결정을 할 수 있는 대리인 지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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