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 정보 업체 ETF닷컴에 따르면 중국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양대 상장지수펀드(ETF)에만 최근 6개월간 5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크레인셰어즈 CSI 차이나 인터넷’에 20억 달러(약 2조 9460억 원), ‘인베스코 차이나 테크놀로지’에는 18억 달러(약 2조 6514억 원)가 순유입됐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올 7월 “중국 기술 ETF로 유입되는 자금이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미국보다 중국 기술 테마 ETF로의 자금 유입이 더 많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 벤처캐피털(VC)들도 미국의 투자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달러 표시 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마베라캐피털의 프레드 후 최고경영자(CEO)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관심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중국 AI 분야로 뭉칫돈이 몰리는 배경에는 딥시크를 필두로 화웨이·알리바바·캠브리콘 등의 업체들이 AI 반도체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자리하고 있다. 2021년 말부터 강력한 빅테크 규제에 나섰던 중국 당국이 최근 들어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줬다. 단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올 10월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과학기술’만 46번을 언급할 정도로 첨단산업 육성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중국 테크 기업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 알리바바는 올 들어 80% 이상 급등했고 텐센트·바이두도 약 50%, 캠브리콘은 120%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 상장한 무어스레드 역시 상장 당일에만 468% 폭등했다. 영국 투자사 러퍼의 190억 파운드(약 37조 원) 규모 포트폴리오는 올 들어 11% 상승했는데 포트폴리오의 1.5%를 차지하는 알리바바가 수익률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퍼 측은 “중국은 AI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미국 경쟁 업체 대비 저평가돼 있다”며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알리바바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1배, 엔비디아는 45배로 나타났다.
테크주 중심의 훈풍은 중국 증시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올해 1~10월 중국 본토 증시에 유입된 외국 자금은 총 506억 달러(약 74조 원)로 202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4년간 내수 부진과 중국 정부의 빅테크·부동산 규제로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왔고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21년 3440억 달러에서 지난해 185억 달러로 급감했다. FT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 부적합’으로 여겨졌던 중국 시장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으로의 투자를 막아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의 연례 국방비 지출 법안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AI 등 중국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미국 투자를 제한할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공산주의 중국의 침략 행위를 뒷받침하는 투자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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