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수발을 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맞춘 존재감 과시용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직후 발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도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미(反美) 성향의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되는 과정을 지켜본 북한이 힘을 통한 자기 방어 필요성을 더욱 체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군은 오늘 7시50분경 북한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발을 포착했다”며 “포착된 북한의 미사일은 900여㎞ 비행했으며 정확한 제원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미사일은 평양 인근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돼 일본과 러시아 사이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군은 전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국빈 방문길에 오르는 날 이뤄졌다. 5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한중 양국에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3일) 중요군수공장을 찾아 ‘전술유도무기’의 증산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자신들의 군사력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수한 우리의 전술유도무기체계의 잠재적인 군사 기술력과 효과성은 앞으로 방사포체계까지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군사적 효용가치가 크다”면서 “현행생산능력을 2.5배가량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올 초로 예상되는 노동당 제9차 당대회를 앞두고 경제·군사력 강화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축출이 진행되면서 북한 입장에선 ‘우리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낼 필요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사일 도발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북한이 미국의 위협을 핵무장의 명분으로 삼았던 만큼, 앞으로 이러한 논리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올해의 중동사태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제목의 기사에서 가자전쟁 등을 논평하며 “중동의 참극은 국가의 이익과 존엄을 수호하고 인민의 운명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도가 오직 자기 힘을 천백배로 강화하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금 뚜렷이 실증해 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핵화 협상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갖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정밀 타격 능력을 목격하면서 ‘이를 억제할 유일한 수단은 오직 핵무기 뿐’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두로의 생포는 김정은에게 핵 포기가 곧 자살 행위라는 인식을 더욱 결정적으로 각인, 이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날 국방부·합참 등 관계기관과 긴급안보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북한에 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안보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도발 행위”라며 “이번 도발 상황을 면밀히 분석·평가하고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한편 필요한 조치 사항들을 관계기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일제히 비판했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철저한 감시와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필요한 모든 안보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국빈 방문길에 오르는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며 “한중 관계 동력을 약화하려는 치졸한 행태이자 정상외교 방해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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