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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자동차

하이브리드 차량인 혼다 ‘듀얼노트’가 지닌 가장 뚜렷한 특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CAD(컴퓨터지원 설계)로 뽑아낸 듯한 멋들어진 디자인이 그대로 살아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태어난 외양이다. 이 차량은 거대한 전기모터가 차량의 내연기관을 도와준다.

그러나 듀얼노트는 평범한 보통의 하이브리드 엔진이 아니다. 중량 800kg의 2인승 스포츠카인 혼다 인사이트에 장착되어 앞서가는 SUV를 앞지르는 정도의 엔진과는 현저히 다르다. 14초가 지나야 시속 96km에 도달하는 토요타의 초경량 소형세단 ‘프리우스’에 장착된 엔진과도 다르다. 확실히 대단한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1998년 미국인 돈 파노즈의 르망 레이싱 팀이 195마력 전기모터와 300볼트의 니켈금속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가솔린엔진과 함께 병행사용하면 차량 성능이 우수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시초. 비록 경기에서는 그 가능성이 확인되었지만 최고의 경주용 차로 개발할 만한 시간과 돈은 부족했다.

그 후 일부 포뮬라-1(F-1:자동차경주 이름)참가 팀들이 이를 집중 연구, 자체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개발을 시작했다. 모든 차량에서 배터리 충전상태를 유지시키는 차의 충전장치(제너레터, 알터네이터)를 보조 전기모터로 사용해 파워를 약간 더 증강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F1 인증단체에서 이 기술을 금지해 실제 경주에서는 더 이상 사용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포드사 환경진화용 자동차 개발 부문인 싱크(Think)그룹의 존 웰레스는 “전기모터차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해 굼벵이 신세를 못 면할 것이기 때문에 금지 시켰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하면 속도가 올라갈 뿐 아니라 출발도 훨씬 빠르다. 전기 터보차저엔진이 장착된 하이브리드 차량은 최고성능을 가동하지 않아도 0-96km의 가속시간을 상당히 단축시켰으며 이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에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전기모터는 저속에서 최대 동력이 발생되고 고속이 될수록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듀얼노트 컨셉카처럼 전차륜 구동장치를 사용하면 동력이 네 바퀴 모두로 전달되기 때문에 가속력이 대폭 향상된다. BMW의 하이브리드 연구소장인 한스 글로너는 “회전력도 증가해 3.0리터지만 6.0리터 엔진처럼 느끼게 될 것이며 연비손실도 없다”고 장담한다.

사이즈에 대비해 출력이 커진 이러한 불일치는 신세대 하이브리드의 대표적 주자인 듀얼노트에서 가장 눈에 띈다. 작년 말 처음 선보인 듀얼노트는 400마력의 고출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도 3.5리터 V6엔진이 담당한 출력은 단지 300마력에 불과하다. 나머지 100마력은 전기모터 세 개에서 나오는 것이다. 혼다사가 ‘통합 모터 보조장치(integrated motor assist)’라고 부르는 큰 모터 한 개는 차 중앙에 탑재된 엔진 옆에 있으며 나머지 작은 모터 두 개는 전륜 쪽에 위치해 있다. 듀얼노트가 스포츠 스쿠프라서 엄청난 기름을 소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 사실 현재 소형 시보레 ‘메트로’와 토요타 ‘에코’ 같은 동급차량과 비교할 때 리터당 18km의 연비는 최고수준이다.

프리우스와 인사이트처럼 기존의 배터리팩을 사용하는 대신 듀얼노트는 고성능 에너지 저장장치인 고용량 대형 초축전기를 사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혼다자동차의 기술부문 부사장 벤 나이트는 초축전기의 사용에 대해 “충전과 방전이 배터리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라며

“반응성이 좋을 뿐 아니라 가속도 훨씬 빠르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른 고성능 하이브리드 설계는 배터리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듀얼노트의 구조를 살펴보자. 차가 정지하면 정교한 컴퓨터 제어시스템이 가솔린엔진 동작을 정지시킨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3개의 전기모터가 먼저 작동하며 초축전기가 보낸 이전의 동력을 이용해 모터와 엔진이 차의 속도를 높여주면 4바퀴에 모두 동력이 전달된다. 컴퓨터는 각각의 바퀴에 걸린 마찰력에 따라 얼마만큼의 힘을 어디로 분배해야 할지 통제한다. 이러한 전 과정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싱크그룹의 월레스는 “이는 운전자들이 항상 터보차저에 바라던 점이었지만 터보차저 엔진의 터보래그 현상 때문에 그렇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터보래그’란 엑셀 페달을 밝고 엔진 회전수 상승 후 뒤늦게 파워가 전달되는 것으로 엑셀을 밟은 후 가스압이 높아져 터빈이 본격적으로 작동을 시작하기까지의 간격에서 오는 시간차 현상이다. 즉, 자동차의 가속반응이 늦어지는 현상인 것이다.

듀얼노트의 앞바퀴에 있는 전기모터 두 개는 가속을 위한 것이지만 그 장점은 오히려 감속 시에 두드러진다. 모터가 역회전하면서 초축전기를 재충전하는데 이는 인사이트와 프리우스의 회생제동시스템 구성과 유사하다. 심지어 차가 선회할 때도 전기모터는 에너지를 회수하는데 빨리 움직이는 내륜(內輪)은 외륜(外輪)만큼 많은 회전력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여기서 절약된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여 초축전기를 재충전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듀얼노트의 첨단내연기관 역시 눈에 띈다. 전체가 알루미늄인 DOHC V6엔진은 혼다의 i-Vtec 밸브제어기술을 사용했다. 내부컴퓨터가 엔진스피드를 토대로 실린더로 들어오는 연료량을 조정하기 위해 밸브리프트를 다양하게 조절하며 지속적으로 캠샤프트 타이밍을 섬세하게 조절, 최소한의 연료로 최대의 동력을 내는 것이다.
컨셉카인 듀얼노트의 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각종 첨단기술의 적용과 양산체제의 문제점을 고려하면 가격상승요소는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연비가 보다 뛰어난 소형 엔진을 사용하면서도 똑같은 동력을 낸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연비가 낮은 트럭이나 SUV 차량들에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 예로 포드는 2004년 모델로 소형 SUV인 ‘이스케이프’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며 현재 시판중인 3.0리터 201마력 V6엔진와는 달리 하이브리드 이스케이프는 전기모터와 2.0리터 4기통 엔진, 127마력 출력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연비는 리터당 14km.

월레스는 “하이브리드 동력장치로 인해 가격이 약 3,000달러정도 올라가겠지만 세액 공제로 많이 상쇄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다임러크라이슬러는 V6 하이브리드엔진의 중형 스포츠카 ‘듀랭고’를 개발, 2004년 출시할 예정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V8 엔진을 선택하겠지만 닷지사는 전기모터가 달린 좀더 작은 엔진이 연료를 덜 소비하기 때문에 V8엔진을 앞지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닷지사는 4기통 엔진을 탑재하지만 현재의 V6 탑재차보다 가속성이 뛰어난 2004년형 하이브리드 전기지프 ‘리버티’를 계획 중이다.

혼다사도 소형 SUV 하이브리드 차량을 고려중이다. 호화로운 혼다 브랜드인 ‘아큐라’의 RD-X 컨셉카도 최근 공개됐는데 2.4리터 4기통 엔진의 출력은 250마력이지만 아직 양산 계획은 없다.

하이브리드 기술이 소형이나 중형 트럭에 적합한 듯 보이나 대형 픽업트에 적용하기에는 약간 까다로운 면이 있다. GM측에 따르면 V6 엔진의 하이브리드 차량이 V8보다 순간적인 가속성능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이를 따라잡지는 못할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전기모터는 무거운 짐을 싣고 갈 경우 V6엔진에만 부담이 가 배터리가 금방 소모되기 때문이다.

GM의 하이브리드 트럭 책임자 리처드 마쉬는 “트럭사용자들은 무거운 짐을 실으려 트럭을 구입하는데 소형엔진을 단다면 관심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하이브리드의 특징을 연료효율 향상에 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닷지사의 전기 하이브리드 풀사이즈 램 픽업트럭도 같은 문제에 직면했지만 V8엔진을 고수하기로 결정하고 가속성능을 위해 전기모터를 추가했다. 그 결과 출력도 더욱 커지고 연비도 더 좋아졌다. GM의 셰비 ‘실버라도’와 풀사이즈 GMC ‘시에라’처럼 닷지사도 하이브리드 트럭 ‘램’을 내년중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자동차제조사들의 야심 찬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특히, 자동차 제조업계가 12볼트에서 42볼트 전기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시작하는 2004년경에는 좀더 많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42볼트 시스템의 핵심은 ‘통합 스타터 얼터네이터(배터리 충전용 발전기)’. 얼터네이터가 팬벨트에 의해 구동되는 대신 엔진의 플라이휠 내부에 장착되어 기존 차량보다 10배나 많은 전력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초축전기나 배터리 같은 저장 장치를 추가함으로써 하이브리드 차량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고(高)동력전달시스템이 모든 종류의 하이브리드 차량 구성을 실현시킨다. 듀얼노트뿐만 아니라 시보레 ‘코베트’나 닷지 ‘바이퍼’ 같은 스포츠카도 하이브리드 적용이 가능하다. 닷지사에서 듀랭고와 램에 사용 중인 하이브리드 구성은 전기모터가 전륜을, 가솔린엔진이 후륜을 구동한다는 점에서 듀얼노트와 유사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하이브리드 엔지니어링 부회장 래리 오스왈드는 “바이퍼의 연비는 10%, 회전력은 20%가 각각 더 우수하다”고 설명하면서 “3초 이내에 시속 96km의 가속성능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내년이면 양산해 판매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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