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혼(PH): 우리의 신경계는 자율적이다. 신경계가 우리 대뇌의 전두엽을 자유롭게 풀어놓기 때문에 우리가 심장의 박동이나 호흡, 소화 등과 같은 활동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자율 연산 시스템은 스스로를 작동시키는 동시에 우리가 맡긴 작업량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을 판단해낼 수 있다.
PS: 그렇다면 자율연산이 IT 분야에 꼭 필요하다는 뜻인가?
PH: 당장 필요하다. 현재 컴퓨터 시스템의 확장 속도를 보면 머지않아 인력이 모자라 컴퓨터 운용을 못하는 사태가 올 것이다. 일반 회사의 경우 DB 서버와 웹 서버, 인터넷 연결 시스템과 방화벽을 갖추기 마련인데 이 외에도 여러 복잡한 장치들을 사용한다. 일례로 한 회사가 20개의 매개변수를 가질 경우 20개의 손잡이를 돌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장비 자체를 스스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PS: 자율관리시스템은 어떻게 만드나?
PH: 시스템의 작업량이 늘면 자동적으로 더 큰 저장력을 할당하던가, 또는 지구 반대편에서 놀고 있는 서버로 정보 처리 요청을 보내는 식의 최적화 알고리즘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인터넷 상에서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소위 ‘면역 체계’다. 복잡한 자율적 시스템이 인간의 삶을 간편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IBM에서는 ‘블루진(Blue Gene)’이라는 세계 최대의 슈퍼컴퓨터를 제작중인데 이는 수백만 가지 개별 작업의 로직을 가진다. 하지만 이 로직 중 하나가 이상이 생겨 엉뚱한 답을 한다면 어쩌겠는가? PC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라. 이상이 생기면 Ctrl+alt+Del 키를 누르는 등의 조치를 하다 결국 컴퓨터를 재시동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제 당신의 컴퓨터가 블루진처럼 여러 작업을 병렬로 수행 중이라고 상상해 보라. 한 개의 로직이 잘못되면 자동적으로 다른 로직이 대신 수행하는데 이 로직의 수가 수백만이면 어떻게 될까? 작동하지 않는 것이 대략 1,000개 정도는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이 내일 당장 일어나지는 않지만 우리는 모든 핵심 부문에서 진보를 이루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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