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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모 호서대 총장 前 과기처 장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과 관련, 정부와 지역 주민들간에 마찰이 커지고있는 가운데 윤진식 산업자원부장관이 사퇴하는 등 원자력발전 도입에 따른 부수적인 잡음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과학기술발전에 따른 역작용을 해소하기위한 ‘위험관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제정과 청와대내 ‘국가위험통제위원회’설치를 강조하고 있는 정근모 호서대 명예총장(전 과기처장관)을 만나, 관계 법률제정 필요성과 지금의 과학기술계가 안고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해소책 및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주

단견적 행정과 대국민 이해부족
- 최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사퇴하는 등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에 따른 정부와 민간인들 간의 원만한 합의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은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원자력 발전을 통해 공급되고 있는 전기량이 국가전체의 43%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은 원자력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민간인들 간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놓고 잡음이 일고있는 것은 정부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적인 행정과 국민적 이해 부족이 빚어낸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원자력계 권위자로써 이같은 현상에 대한 원만한 해결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지요.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은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도입할 당시부터 고려해야할 사항이었습니다. 원전건설과 동시에 국민적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이 동시 진행 됐어야 했던 것이지요. 앞으로 원전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원자력에 대한 이해를 추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고있는 대기중 혹은 콘크리트 벽에서도 미량의 방사능 물질이 방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과 관련된 지금의 현상들은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기초지식 부족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미없는 과학기술 지방화정책
- 정 총장께서는 한국위험통제학회 회장직을 맡고 계신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학회에 대한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위험통제학회는 이미 2년전에 설립되어 과학기술발전에 따른 위험요소들을 평가분석하는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지난 6월엔 스위스 정부지원으로 과학기술 선진국 대표자 5명이 모여 국제기구로 확대 발족 시켰지요. 이미 위험통제라는 분야는 과학기술발전과 더불어 간과해서는 안될 필수적인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 학회를 통해 ‘위험관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제정과 ‘국가위험통제위원회’설치를 강조하고 계십니다. 관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해주시지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보다는 외형적인 변화에만 치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예로 과학기술의 지역 균형발전을 유도하고 있는 일명 ‘과학기술 지방화 정책’은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과학기술계 지방 거주자들의 약 50%가 서울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기술 지방화 정책은 정치적인 의미를 더 담고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실 과학기술 발전의 의미는 우리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회를 안전하고 편리하게하는 순기능을 유지 발전시키고 과학기술 발전에서 오는 폐단인 역기능을 해소하는데 주력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간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산업발전을 염두에 둔 압축성장을 해 왔습니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역작용을 간과해왔던 것이지요. 이제 이같은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계법 제정과 더불어 정책적인 지원에 관심을 둬야할 것입니다.”

성장동력과 정부의 역할
- 차세대 미래기술사업으로 일컬어지는 성장동력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부처간 중복적인 요소와 정부주도형으로 진행되는데 따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총장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성장동력사업의 모델은 어떤 것인지, 정부주도형이 아닌 민간주도형 사업이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한 말씀 해주시지요.
“정부가 미래의 기술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 입니다. 그러나 미래 다가올 기술시장을 간과해 마케팅적인 요소를 배제하거나 기술개발 과정에 정부가 깊이 관여한다면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경제는 시장이 움직여야 되는 것입니다. 과학기술 정책도 공급정책을 기반으로 추진돼야하는 것이지요. 수요를 염두에 둔 정책을 펴는 것은 어려운 일 입니다. 수요정책은 유인책이 필요하고 연계정책을 잘 풀어가야 성과를 거둘수 있습니다. 경제발전에 동력이 된다는 것은 공급적인 측면에서 진행돼야한다는 겁니다.
또한 기술개발은 4단계로 봐야 할 것입니다. 증명이 안된 아이디어 단계, 이는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그러나 제 2단계인 기술이 뜨는 성장기는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사업과의 연계가 가능한 시기입니다. 이 때부터는 매니저의 역할이 요구 됩니다.
다음단계는 과학기술자가 내놓은 성과물을 어떻게 마케팅에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요. 마지막단계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기술에는 주기가 있고 그 주기중 가능성만 보기보다는 마켓 전체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기술·공급·수요가 서로 긴밀하게 연계돼야하는 시기를 말합니다.
결과적으로 성장동력을 진행하는 과정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과학기술자들이 기술개발의 발전단계에 따라 그 역할이 시기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중간진입 전략의 성공 케이스
- 그렇다면 성장동력이 국내 상황에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 노력해야할 부분은.
“ 인도의 경우 해외 기술유입을 정책적으로 거부하고 자체 독자기술개발에만 주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성공적인 과학기술발전을 이룰 수 없었지요.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해외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나름대로 빠른 기술발전을 이룩해 왔습니다. 즉, 기술 후발국의 취약점을 보완하는데 성공할수 있었던 것이지요.
70,80,90년대에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이젠 선진적인 과학기술을 유도해야하는 시기에 봉착한 것입니다. 한예로 이같은 시기에 대표적인 성과물로 CDMA기술을 예로 들수 있습니다. 당시 CDMA기술은 해외 기술 선진국들도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에서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등한시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CDMA분야의 집중적인 개발로 관련분야 세계최고의 기술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당시 과기처장관 재임시절 정책적으로 표방했던 ‘중간진입전략’의 성공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젠 이같은 성과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기초과학분야를 공고히 하는데 주력해야할 시기입니다. 과거 해외기술을 들여다 우리 것으로 발전시킨것과는 달리 우리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 보유해야하는 것만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인 것이지요.”
- ‘선택과 집중’이라는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기본방향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같은 중요성 때문에 과기처 장관 재임시절 고등과학원을 설립 했으며, 핵융합장치를 설치하는 노력을 진행해 왔습니다. 고등과학원은 수학·이론 물리학 등 기초과학분야의 발전적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으며, 핵융합장치 설치는 초전도체·고진공·초단파·아연빔·일렉트로닉·레이저기술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따른 관련 기초과학분야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었지요.”

PBS 역작용은 정부운영의 책임
- 일부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PBS(과제중심제도)시행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의 고유기능이 훼손되고있다는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PBS도입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하신 총장님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전두환 정권시절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통폐합하면서 많은 출연연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출연연은 설립당시 연구개발 방향이 산업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 시장과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지니게 됐지요. 따라서 당시 정부가 판단하는 출연연의 평가는 산업계에 미친 영향이나 업적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PBS제도는 출연연 소속연구원 들의 공헌도에 따른 대우를 해주자는 취지로 출발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과제 선정 과정부터 심사 평가에 이르기까지 당초 취지를 벗어나 연구과제를 나눠먹는다는 식의 생각이 팽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연구품목을 잘 나누고 정확한 평가를 진행했다면 PBS제도의 정착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봅니다.
게다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학기술 정책 기조가 PBS제도의 역작용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사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행정은 산만하다는 표현이 적당합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총리실 과학기술부 등으로 분산돼있으며 관련 기관만도 13-15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구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으며 단기적인 결과만 쫓다보니 점차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사실 연구관리는 오랜 경험을 갖고있는 과학기술부가 제일 잘 합니다. 기본적인 과학 기술 관리의 혼선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공계 출신 대통령을 기대하며
- 최근 호서대학내에 FPD 제조장비 공장건설을 위한 20년 장기 산학협력 약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구소가 아닌 생산공장을 학내에 설립한다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같은 모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어떤 것인지요.
“호서대는 당초 공과대학으로 출발했습니다. 응용분야 즉 응용공학이 강하다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산학협동이 중요합니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산학이 연계해가는 모델을 만든 것이지요. 학내에 설치하는 FPD 제조장비 공장은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설계 제조하는 곳으로, 일반 생산공장과는 다른 개념 입니다. 이미 이 기업에는 우리학생 1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학과 교수들도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공계 기피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각계에서 여러가지 원인들을 지적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장님께서 보시는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책은 어떤 것인지요.
“ 이공계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의 책임이 큽니다.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관계나 정계 진출 인사들 가운데 이공계 출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지난 IMF시절 가장 많이 퇴출당한 분야가 이공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공계 출신들이 사회적으로 피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이공계 출신들이 사회전반에 리더로 나서면서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리딩그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국방분야과 같이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경험이 필요한 곳은 이공계출신이 정책 결정자로서 나서야 하는 분야로 여겨집니다.
앞으로 이공계 출신의 대통령도 나올 수 있고, 대통령이 과학을 모르면 흉이 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된다면 굳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는 자연적으로 해소될 것입니다.”
박훈기자 < h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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