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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포츠카 ‘세이런’탄생배경과 실체해부

카리스마 넘치는 엔지니어 4명과 그들이 창조해낸 신기에 가까운 숫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천마력이라는 숫자. 부가티 EB 16.4 베이런에 장착된 배기터빈 4개와 실린더 16개 및 8리터 엔진을 통해 출력되는 파워는 혹시 숫자가 잘못 인쇄된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이다. 사실 이는 다지 바이퍼 2대, 혹은 혼다 시빅 기본 모델 9대와 맞먹는 파워이다. 게다가 부가티는 2인승이다.

누가, 왜 이런 차를 만드는 것일까? 설령 아우토반에서라 해도 시속 400km로 달릴 수는 없지 않은가. 또한 백만 유로(약 120만 달러)라는 가격을 고려해 본다면 수익성 측면에서도 그리 뛰어난 선택이라 할 수는 없다. 폭스바겐 그룹에서 제작한 ‘할로 모델’ 조차도 베이런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더구나 스스로도 폭스바겐을 몰고 다니는 부가티 회장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럼 이는 단순히 자만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란 말인가? 야박하다 할지도 모르지만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는 위에서 언급한 엔지니어 4명 중 두 명이 전체적으로 책임을 맡고 있다. 바로 이 모델 개발을 시작하고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페르디넌드 피에치와 양산 가능한 모델을 생산할 책임을 맡고 있는 하인쯔 노이먼이 바로 그들이다. 사실 내년 4월 정도로 예상되는데, 베이런 1호가 팔리면 이 둘은 회사를 떠난다하여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1998년 폭스바겐에서는 부가티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그 후로 일회성으로 부가티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이번 모델은 그 네 번째 작품으로 1999년 발표되었다. 부가티가 자동차 제작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최고의 전성기는 1930년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쯤해서 우리의 세 번째 엔지니어인 에투아르 부가티가 등장한다. 지금은 고인이 돼버린 이 이탈리아 출신 엔지니어는 1909년 스포츠카를 생산하기 위해 프랑스에 자동차 회사를 설립했다. 감각적이면서도 엄격한 직관력을 소유한 그는 곧 당대 가장 뛰어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부가티가 유럽 최고 수준의 모터스포츠에서 획득한 당시의 성과에 필적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페라리와 포르쉐를 함께 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너무 아름다운 것 혹은 너무 비싼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 말하는 부가티의 사고방식으로 인해 타입 57S 애틀란틱(가장 아래의 사진 참고)과 같은 사치스러운 고성능 승용차가 탄생할 수 있었다. 사실 폭스바겐에서는 부가티의 경주용 자동차가 아닌, 이러한 일반 승용차 때문에 그 전통을 계승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에투아르 부가티는 1947년에 사망했다. 동시에 전후 프랑스에서는 값비싼 스포츠카를 생산할 만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창립자가 사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사도 문을 닫게 되었다.

1998년에는 폭스바겐에서도 부가티를 어떤식으로 발전시켜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컨셉카 중 두 대는 엔진이 전방에 위치해 있는데 하나는 두 도어의 쿠페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단형이라는 사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후로 가운데 엔진을 장착한 스포츠카를 선보였다. 이 자동차들은 모두 실린더를 18개 장착한 혁신적인 엔진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왜 18개일까? 피에치는 경쟁심으로 가득한 그의 생각을 이렇게 누설한 바 있다.

“V12 엔진을 만드는 사람은 쉽게 V12 엔진을 V16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린더 18개를 가진 엔진은 고유합니다. 우리가 기록을 세운 거죠. 부가티가 최초로 만들었으니까요. BMW나 메르세데스도 따라올 수밖에 없죠.” 실제로 1999년 폭스바겐 부가티 컨셉카로 발표된 첫 번째 베이런에는 18 기통 엔진이 장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2000년에는 천문학적인 마력으로 인해 평범한 16 기통 엔진이 장착했다.

1천 마력이라는 수치가 발표되자 놀라움 보다는 “램보르기니나 벤틀리같은 뛰어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폭스바겐에서 왜 오래전에 사장된 부가티 브랜드를 사용했을까”와 같은 회의적인 의견이 대두되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1000 마력(실제적인 수치는 1001 마력)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비정상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최고 속도에서 바퀴 회전, 미끄러짐, 차량 안정성을 제대로 제어하면서 운전할 수 있을까? 일반 운전자가 이 차를 제대로 운전하려면 운전자 대신 컴퓨터가 모든 것을 제어하는 수많은 전자식 미끄럼 방지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기어박스가 모든 토크를 제어하고 엔진이 적절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엔지니어링 문제도 산적해 있다.

폭스바겐과의 관계에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에서 20년 이상 부가티 모델을 보관, 주행, 거래해 온 팀 더튼은 “이미 사라져 버린 회사의 이름만 사서 운영되는 얼굴없는 회사죠. 이전의 차들은 아예 알지도 못해요.
아무도 핵심을 바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가장 예의바르게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는 르망 24 시간 경기에 부가티를 타고 참가해서 승리한 마지막 레이서인 피에르 베이런의 이름에서 따온 이 새 차의 이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베이런과 에투아르 부가티는 서로를 증오했었습니다. 에투아르 부가티가 무덤에서 통곡할 노릇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폭스바겐은 심각한 PR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엔지니어들이 아닌 자동차가 무수한 이야기들을 낳고 있지만 실제로 이 자동차는 아직 시장에 나오지도 않았다. 2001년에 이 회사는 2003년 중반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많은 추측들이 오고 갔고 출시는 2004년 4월로 연기되었다. 그리고 2003년 7월 말에는 기자들(파퓰러사이언스 포함)에게 이 차가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약속되었던 날짜 며칠 전에 이 일정마저 연기되었다.

여기서 네 번째 엔지니어인 번드 피셔츠라이더가 등장하는데 그가 합류하면서 베이런 프로젝트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그는 과거에 BMW에서 활동했던 인물로 피에치의 후임으로 폭스바겐 그룹의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그는 회장직을 맡은 직후 베이런을 운전해 보고는 이 계획을 연기했다. 덕분에 세간에 소문만 더욱 무성해졌다. 8월 중순에는 캘리포니아 락나 세카의 몬트레이 페스티벌에서 베이런의 시범 주행이 열리기도 했었다. 9월 1일에는 피셔츠라이더가 한 독일 신문의 보도를 부인하며 엔진, 트랜스미션 및 냉각 시스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1. 트랜스미션
이 차에 적용된 7단 직렬 수동 트랜스미션에는 클러치 페달이 없다. 대신 운전대 앞에 있는 패들로 두 개의 자동 클러치를 제어한다. 이 중 하나는 항상 기어에 적용되며 다른 하나는 다음 기어에 적용되어 대기하게 된다. 이로써 변속할 때에 새로운 기어가 거의 동시에 적용되어 파워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2. 인테리어
부가티에서는 독특하게도 16면(실린더 수를 상징)으로 가공한 1 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두 개를 차 내에 부착했다. 하나는 속도계에, 다른 하나는 1001 마력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알려주는 ‘파워미터’에 부착된다.

3. 타이어
특수 설계한 미셀린 PAX 타이어를 장착했다. 이로써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열에 잘 견디며 타이어에 구멍이 나도 시속 80km로 200km를 달릴 수 있다. 뒷바퀴는 14.4인치나 된다고.

4. 서스펜션
서스펜션은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인다. 이중 위시본, 코일 스프링, 전자 제어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 충격 흡수 장치 등. 그러나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앞부분이 땅에 닿지 않도록 하는 리프팅 메커니즘이 적용되었다.

5. 차체
차체는 수공으로 제작된 탄소 섬유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브 프레임으로 양쪽 끝의 서스펜션을 완성했다(폭스바겐에서는 이 방식을 이용하여 충돌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다). 하부차체는 벤추리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하여 차체가 좀더 지면에 밀착되어 있다. 스포일러는 고속 주행 시에 뒤쪽 위로 펼쳐지며 차가 완전히 정지한 후에도 엔진 베이에서 열이 방출되도록 잠시 펼쳐져 있다.

사양
독자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음
최고 속도 : 400 km/h 0->100km/h : 3초 이하 0->300km/h : 14초 마력 : 6,000 rpm에서 1,001 마력 토크 : 2,200~5,500 rpm에서 129kg?m 중량 : 1950kg

“사실 공기 역학적인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이 차는 비행기가 아니니까 날아다니면 큰일이죠. 그래서 풍동 테스트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테일 스포일러를 달고 나서야 최고 속도에서 뒤쪽에 약 100kg 정도, 앞쪽에는 약 80kg 정도로 지면을 향하는 힘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주행 공개가 연기된 것은 조향 기능이 원래 의도만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속 400km로 달리는 차에 조향 기능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어쨌든 프랑크푸르트 자동차 쇼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부가티의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피셔츠라이더는 간략한 소개와 함께 수석 엔지니어 노이먼을 무대로 불러냈다. 그는 거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표정으로 등장했다.
노이먼은 기자들과 ‘형편없는 기사들’을 공격함으로써 기업 홍보에서 피해야 할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성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이 차에 대해 [언론을 통해]읽은 바에 따르면, 우리가 이차에 쓸데없는 일만 해왔다고 생각하더군요.” 그는 냉각 기능이 정상이라는 그래프를 흔들어 보였으며 시속 400km에서 타이어의 성능을 정상적으로 테스트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 데이터가 일반적인 도로 상에서가 아니라 이상적인 테스트 시설에서 행해진 결과라는 점이다. 10월 중순이 되자 노이먼은 이 차가 이탈리아의 나르도 테스트 트랙에서 장애물을 들이 받아서 파손되었기 때문에 최고 속도로 테스트한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정리해 보면 폭스바겐에서 제작 중인 백만 달러짜리 수퍼카가 시험 주행 중 트랙에서 방향을 못 잡고 벗어났으며 실제로 이 차를 운전해 보기 위해 기자들을 초청했던 행사가 보류되었다. 그 후에 폭스바겐은 이 회사가 ‘수퍼 고물차’를 만든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기자들을 향해 맹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자동차 쇼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이먼은 파퓰러사이언스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피셔츠라이더는 조향 장치의 성능이 불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직접적이지 못하다는 거죠. 그래서 조향 비율을 20:1에서 18:1로 변경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요 부품인 조향 랙을 새로 교체시켰으며 이로 인해서 언론 공개가 연기되었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발표를 목전에 두고 행해진 중요한 공학적 변경으로 인해 이 회사 구성원들(그리고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지만 스스로 최고급 자동차의 구매자라고 생각하는 소비자 또는 고성능 자동차 마스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만으로 가득한 이 프로젝트의 본질에 대한 중대한 의견 불일치가 드러난 것이다.

노이먼은 이미 베이런을 안정적이고 운전하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 페라리의 팬이기도 한 피셔츠라이더는 보다 앞서 가는 무언가를 원했다. 노이먼은 이런 사양 변경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무뚝뚝하게 이렇게 대답한 바 있다. “지금도 정말 스포티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전 스타일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저의 상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익명을 요구하며 인터뷰에 응한 테스트 운전자 중 한 명은 새로운 설정이 더 맘에 든다고 했다. 이 사람은 지난 10년 동안 몇 가지 수퍼카 테스트에 참가한 바 있고 회전 시에 무려 1.3G라는 엄청난 원심력을 극복하고 보다 섬세한 조향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이 차에 장착된 타이어가 엄청난 접지력과 트랙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노이먼에게 1천1마력짜리 차를 개발하는데 있어 기술적으로 가장 힘든 난제를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말한 기술적인 난제란 엔진도 아니었고 심지어 냉각 장치도 아니었다.
“사실 공기 역학적인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이 차는 비행기가 아니니까 날아다니면 큰일이죠. 그래서 풍동 테스트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테일 스포일러를 달고 나서야 최고 속도에서 뒤쪽에 약 100kg 정도, 앞쪽에는 약 80kg 정도로 지면을 향하는 힘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세계 챔피언 출신인 월터 로얼을 포함해서, 피에치와 함께 일했지만 지금은 포르세 카레라 GT 개발 운전자로 일하고 있는 라이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 정도의 파워에서는 엄청난 냉각 기능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서 라디에이터로 들어가는 공기때문에 지면으로 향하는 압력이 방해받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노이먼은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했다. “부가티를 테스트한 운전자들은 이 차가 충분히 안정적이어서 시속 400km에서도 운전대를 한 손으로 잡고 운전할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에게 있어서는 매우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 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잠재고객들은 몇 달간 시제품을 운전한 적이 있다. 몇 명이 참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이먼은 첫 해 생산될 40대 가량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실로 엄청난 테스트가 아닐 수 없다. 언론의 비평도 아니고 경쟁사의 평가도 아닌, 직접 백만 달러를 주고 사려는 사람들의 숫자로 그 성능을 테스트하려고 하다니. 이런 구매자들은 지금 세계 경제가 불황이라는 걸 알고나 있을까?

노이먼은 이러한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 생각에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돈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 돈으로 집을 사거나 배를 사거나 보석을 사겠죠. 그것도 아니면 부가티를 사는 거죠. 한정판으로 5년 정도 300대 정도가 출시될 예정이니까요.” 하지만 폭스바겐의 다른 그룹 중역들은 50대를 넘지 못할 거라고 말하고 있다.

보다 많은 구매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차는 좀더 강력하고 특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노이먼에게 엔조 페라리나 포르쉐 카레라 GT, 메르세데스 SLR과 같은 다른 경쟁 차종과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제 생각에는 다른 경쟁 차들이나 맥라렌 F1(지금은 생산되지 않지만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로 인정받고 있음)은 단순히 빠른 차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가 만든 차는 몰고 초호화 오페라에도 가도 빠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차는 보다 화려하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더 낫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차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은 아마 벤틀리나 포르쉐 911 정도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페라리까지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겠죠. 그런 사람들이 우리의 고객이 될 겁니다.” 부가티의 화려함은 놀랄만한 수준이다.

자동차 내부를 감싸고 있는 육중한 가죽을 비롯해서 경기장에서나 어울릴 듯한 스테레오 시스템, 네비게이션, 전자 장치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호사스러움은 무게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스포츠카의 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존의 스포츠카에 적용된 수동 트랜스미션에 비해 두 배로 커진 비틀림 힘을 감당해야 하는 기어 박스, 네 개의 주행 축, 세 개의 차동 장치 등. 노이먼은 이 무게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너무 무겁죠. 약 1,950kg 정도 될 겁니다. 하지만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어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측면을 고려하면 감당해야 하는 무게입니다.”

이러한 중량을 고려해보면 부가티의 가속력은 다른 차들이 감당할 수 있는 파워 이상의 파워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 진다. 신형 에조 페라리는 660 마력이라는 초라한 출력에도 1366kg 밖에 나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에조에서 출력하는 1 마력 당 2.07kg 정도가 할당되는 것이다. 부가티에서는 1 마력 당 1.95kg이 할당되는데 사실 이는 매우 미미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맥라렌 F1의 경우는 ‘파워 대 중량 비율’이 더욱 더 양호하다. 테스트 운전자들이 주장하는 차이점은 다른 ‘하이퍼 스포츠카’들은 2륜 구동이고 스로틀을 밟으면 그냥 바퀴만 회전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부가티는 가속력이 바로 느껴진다고 한다. 다른 차들이 가볍기 때문에 프로 운전자들이 운전하면 젖지 않은 레이스트랙에서는 부가티를 앞서겠지만 젖은 도로 상태에서는 부가티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들은 객관적인 테스트를 거쳐야 할 것이지만 베이런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피에치와 노이먼의 경력을 살펴보면 이 자동차의 본질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면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페르디넌드 피에치는 자동차 업계에서 알아주는 가문의 자손이다. 조부인 페르디넌드 포르쉐는 1930년대 후반에 오리지널 폭스바겐 비틀을 설계한 장본인이며 피에치의 삼촌인 페리 포르쉐는 911 모델을 제작한 바 있다. 피에치 본인도 포르쉐에서 일하면서 911에 탑재된 플랫 6 엔진 개발에 참여한 적 있다.
이후에 그는 경주용 자동차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로 추앙받고 있는 포르쉐 917 개발을 책임지기도 했다. 그러나 포르쉐 내부에서 가족들 간의 불화(그 당시 포르쉐에 가족 중 5명이 근무하고 있었다)로 인해 피에치는 폭스바겐으로 자리를 옮겨 아우디 부문의 최고엔지니어로 일하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그는 세계 최초로 퀴트로 4륜 구동 장치와 5 기통 엔진을 개발했고 그 후에 알루미늄 차체로 제작된 A8을 세상에 내놓았다. 1993년에는 결국 폭스바겐-아우디 그룹 전체를 책임지는 회장으로 승진한다.
그는 수익성 없이 방황하던 거대한 공룡을 세계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두려워하는 강력한 자동차 회사로 바꾸어 놓았다. 피에치는 모든 부문에서 강력한 회사를 만들고자 했다. 즉 모든 시장에서 모든 모델을 생산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하나하나를 최고의 제품으로 공급하려고 했던 것이다.



피에치는 은퇴하는 날, 엔지니어들에게 전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장 경제적인 자동차를 이 세상에 선보이도록 지시했다. 그는 이 회사의 연례 주주 총회에 ‘1리터 당 217km’라고 불렀던 이 자동차를 직접 몰고 등장하기도 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가장 큰 메르세데스 자동차와 경쟁하기 위해서 12 기통 엔진을 장착한 파에턴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램보르기니와 벤틀리와 같은 스포츠카 메이커를 합병하기도 했으며 판매를 증가시킬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그는 비밀리에 부가티를 사들였다.

이 회사는 자동차 업계의 보석과 같은 브랜드들을 순식간에 삼켜 버린 것이다. 라이벌인 BMW가 현재 롤스로이스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왜 피에치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부가티의 이름으로 고급형 대형 자동차를 제작해서 롤스로이스를 공략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노이먼에 따르면 이는 이 회사가 엔진 제작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리무진보다는 2인승 스포츠카를 제작하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엔진이 강력하다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과거 폭스바겐의 동력 계통 총 책임을 지고 있었던 노이먼은 보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구조와 기술들을 적용했었다. 그 결과 리터당 32.76km를 달리는 자동차를 개발했고 파세트에 장착된 독특한 W8 엔진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부드러움과 함께 깨끗함을 겸비하면서도 6기통짜리 골프의 연비와 비슷한 효율로 시속 225km까지 낼 수 있는 대형 SUV 용 10 기통 엔진도 그의 작품이다.

W의 힘

베이런의 16 기통 엔진은 2003년 형 폭스바겐 파세트에 적용된 혁신적인 ‘W’ 디자인에 기초하고 있다. 베이런에 적용된 엔진은 15도 각도로 배치된 두 개의 V8이 90도로 배열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적당한 각도로 각 실린더를 서로 밀접하게 배치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거대한 8.0 리터짜리 엔진의 부피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F1에 적용될 만한 건식 윤활 시스템으로 엔진은 보다 부드럽게 작동한다. 또한 대형 터보차저 1~2개를 회전하는 것보다 작은 것을 여러 개 회전하는 것이 간단하기 때문에 부가티에서는 터보 4개를 장착해서 부스트 시에 소요되는 지연 시간을 단축했다.
그 결과, 이 엔진은 2,2000 rpm에서 129kgm의 토크를 출력한다.

이렇게 부가티의 이면에 투입된 화려한 기술지원의 면면을 살펴본다면 노이먼과 피에치가 고유한 18 기통 엔진을 만들어 낸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피에치는 힘에 굶주려 있는 듯 했다. “피에치는 1천마력이라고 했습니다.” 노이먼은 이렇게 말한다. “기본적으로 3기통 소형 엔진 여섯 개를 묶은 것과 같은 18 기통 엔진으로는 그 파워가 불가능하죠. 기껏해야 555 마력 정도 밖에는 얻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지금 제 창고에 이 18기통 엔진 5개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어디에다가 쓸 것인지는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죠.”

부가티의 사양은 이 두 명의 엔지니어들이 1천마력이라는 숫자에 관심을 가지면서 결정되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할 일은 이 엄청난 힘을 가두어 놓을 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슈퍼스포츠카라 하기에는 다소 뚱뚱한들 어떠하랴. 롤스로이스와 경쟁이 되는 리무진이 아니면 또 어떠하리. 이렇게 해서 돈이 너무 많아 주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드라마틱하지만 절제력 있고 화려하지만 침울하지 않는 이상적인 차가 탄생한 것이다.
현재 피에치는 은퇴한 상태이고 노이먼도 이 차의 탄생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노이먼이 2003년 11월 이후부터 가해진 압력으로 인해 회사를 떠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설’을 부인했다. “단지 은퇴할 나이가 되었던 것뿐이고 폭스바겐은 정년을 연장할 생각이 없었을 뿐입니다.”

피에치도 2002년 똑같은 이유로 떠났었다. 피에치의 뒤를 이어 은행가로 성공한 토마스 비스처가 부가티의 새로운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피에치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고객의 요구에 맞춰 회사를 변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조향 장치의 사양을 바꾸는 폭스바겐의 새로운 책임자인 버너드 피셔츠라이더는 어떤가. 그가 만일 이 프로젝트 시작부터 책임을 맡았더라면 백만 달러짜리 1천마력 슈퍼카가 시도되기나 했을까?

노이먼은 이렇게 말했다. “피셔츠라이더는 계속하기는 했지만 아마 처음부터였다면 그가 어떻게 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천1 마력, 4륜 구동, 뭐 이런 것들은 다 피에치의 아이디어였죠. 다른 방식으로 피셔츠라이더가 이 일을 시작했을지는 잘 모르겠군요. 직접 물어 보시는게 좋겠습니다.”

우리는 그의 대답을 통해 피셔츠라이더가 이런 일을 시작했을 리가 없다는 사실 알 수 있다. 이번 슈퍼카 프로젝트는 엔지니어인 에투아르 부가티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피셔츠라이더라는 책임자로까지 이어져왔지만, 결국 1천마력이라는 힘에 미쳐있던 두 엔지니어들이 남긴 유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세상이 놀란 대형 프로젝트
파라오부터 닷컴 사장까지도 매료당한 거대 프로젝트들의 결과물

기자 피라미드
고대 이집트를 다스리던 신들조차도 이번 피라미드는 거대하다 생각했다. BC 2590년경 당시 파라오였던 쿠푸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피라미드를 건설하기로 결정한다. 고고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년에 걸쳐 2만~3만 명에 달하는 인부들이 2.5톤 이상 되는 석회암 및 대리석 200만개를 다듬었다고 한다. 인부들은 밧줄과 균형추, 지렛대 등을 이용해 채석장에서 건설현장으로 이 돌들을 운반했으리라 사료된다. 이 피라미드는 높이가 137미터이며 그 크기는 도시구역 7개에 해당한다.

스프루스 구스호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함대를 공격하는 독일 잠수함의 공격이 거세짐에 따라 선박 제작자였던 헨리 카이저는 비행사이자 영화 제작자인 하워드 휴즈에게 특별한 부탁을 한다. 바로 대서양을 가로질러 전투 병력과 전쟁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날아다니는 보트’를 제작해 달라는 것이었다. 완벽주의자였던 휴즈는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카이저와 헤어지고 나서 초거대 항공기 제작에 완전히 몰두하게 되었다. 구스호는 1947년에 완성되어 전쟁에 투입되기는 너무 늦었지만 휴즈는 자비까지 떨어 넣는 등 큰 열성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탄생한 스프루스 구스호는 축구장보다도 폭이 커 초거대 비행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쟁 중에 제작된 구스호는 검증되지 않은 설계에 금속을 낭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나무로 제작되었는데, 여기서 스프루스 구스(전나무 거위)라는 별명이 유래되었다. 휴즈는 이 비행기를 한 번만, 그것도 약 1.6km 정도 운항했으며 지금은 오레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인공 복제

이제는 기계만이 공허한 엔지니어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1997년에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 자극 받은 아리조나의 기업가 존 스피어링은 난소가 제거된 그의 시베리안 허스키 잡종개, ‘미시’를 복제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동물 복제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애완동물의 DNA를 보관하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추진된 이번 계획은 ‘미시플리시티’라 명명되었다.

그러나 난자가 난소가 아닌 난관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개체로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처럼, 개에서 발견되는 특이성 때문에 프로젝트는 곧 어려움에 직면했다. 지금까지 태아를 두 번 복제했지만 임신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미시는 2002년에 사망했으며 스피어링은 지금도 자신의 애완견을 복제하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빌 게이트의 맨션

시애틀 근교에 자리한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트의 저택은 그 크기만도 6만6천평방미터에 달한다. 이 저택은 빌 게이트가 다스리는 복잡한 윈도우즈 기반 사이버 세계를 한곳에 집적해 실제 세계에서 구현해 놓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방을 이동하면 이동하는 사람의 취향에 맞춰 온도, 벽의 그림, 음악이 변한다. 윈도우즈 NT로 운영되는 이 부동산을 제어하기 위해 총 134 킬로미터에 달하는 통신 케이블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인공 복제 // 이제는 기계만이 공허한 엔지니어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1997년에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 자극 받은 아리조나의 기업가 존 스피어링은 난소가 제거된 그의 시베리안 허스키 잡종개, ‘미시’를 복제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동물 복제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애완동물의 DNA를 보관하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추진된 이번 계획은 ‘미시플리시티’라 명명되었다.

그러나 난자가 난소가 아닌 난관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개체로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처럼, 개에서 발견되는 특이성 때문에 프로젝트는 곧 어려움에 직면했다. 지금까지 태아를 두 번 복제했지만 임신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미시는 2002년에 사망했으며 스피어링은 지금도 자신의 애완견을 복제하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날개없는 스텔라 전투기 ‘118 월리파워’ 첨단요트

‘118 월리파워’는 거칠 것 없이 달리는 2천4백만 달러짜리 터빈식 첨단 요트로 백만장자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위해 탄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작전임무는? 보다 많은 연료 소모하기, 보다 빨리 달리기. 보다 위압적으로 보이기.

호수나 바닷가에 살거나 오래전 방송되었던 드라마를 보면 화려하면서도 거만하고 날렵한 배들이 V8엔진을 장착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항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118월리파워를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118월리파워는 세상에 단 한 대뿐이고 그것도 지중해에 있기 때문이다. 각지고 좁으며 검은 유리로 덮여 있어 마치 날개 없는 스텔라전투기처럼 보이는 이 보트가 총 길이가 118피트(36미터)나 되며 총 1만6천800 마력짜리 가스터빈으로 시속 112km로 달린다는 사실을 알면 매우 놀랄 것이다.

가격은 2천 4백만 달러. 무게 110톤의 이 보토와 비교할 대상을 찾는다면 아마도 작년 5월에 내가 이용한 적이 있는 현대적인 덴마크 카 페리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제트 드라이브로 움직이는 이 배는 배수량은 500 톤이지만 출력은 118 월리파워의 두 배에 약간 못 미친다. 하지만 추진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자동차와 트럭 200 대, 승객 800 명을 태우고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레스토랑과 바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시속 80km항해가 가능하다. 이에 비해서 월리는 승객 8명과 선원 4명만 탑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모나코에 있는 ‘월리 요트’ 회사(보잉사가 스누피 그룹에서 이름을 가지고 온 것과 약간 비슷하게 한나 바베라사의 만화 캐릭터인 월리 게이터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1993년부터 혁신적인 첨단 보트를 설계하고 있다. 이러한 18~30m 길이의 보트들은 다수의 승무원이 밧줄과 윈치로 작동하는 보트들에 비해, 컴퓨터화되고 유압 장치로 깔끔하게 처리되어 운영이 간단하다. 특히 일반적인 24m짜리 월리는 혼자서도 운항이 가능하다고 한다.
118 월리파워는 13 미터짜리 보트와 26 미터짜리 디젤 요트의 기본 선체 디자인을 바탕으로 설계되었지만 ‘월리’ 선단 가운데에서는 최초로 1만마력을 돌파한 배이다. 선체 전체가 탄소 섬유로 제작된 118월리파워의 측면에는 람보르기니 디아블로의 각지고 확장 가능한 에어박스를 연상시키는 대형 공기 흡입 장치 2개가 장착되어 있다. 118은 총 5개의 엔진을 사용한다.

그 중 2개는 370 마력짜리 커민스 디젤 엔진이고 나머지 3개는 5천600 마력짜리 베리코어 TF50 가스 터빈 엔진으로 베트남 전쟁 때 많이 사용되었던 대형 치누크 헬리콥터에 장착된 라이커밍 T55의 직계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
터빈 엔진은 공회전 시에도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의 힘을 내기 때문에 저속 기동 시에는 디젤엔진이 사용된다. 디젤 엔진은 외부에 설치된 가동 워터제트 추진장치를 작동시킨다. 배가 부두에서 충분히 멀어지면 디젤엔진을 대신해서 터보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하며 중앙에 고정된 제트 드라이브도 함께 작동하게 된다.

대부분의 ‘메가요트’는 마치 명품처럼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으나 118월리파워 내부는 벌집 모양의 코어 위를 얇은 베니어합판으로 마무리 지어 검은색 탄소섬유가 그대로 드러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매우 검소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즉 대부호의 놀이터라기보다는 이태리 사업가의 사무실 같다고나 할까. 아마도 미국 국방부 연구원에서나 제작했음직한 물건에 빌게이츠같은 재벌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인테리어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으리라. 하지만 요트 설계 및 보트 관련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로저 마셜은 이 배는 기술적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평하고 있다. “이 배는 대서양을 3주 동안 항해하는 크루저가 아니라 친구들을 16명까지 태우고 하루 동안 신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그런 배죠.” 이 배의 엄청난 식욕에 대해서도 한 마디하고 가야겠다.

이 배에 설치된 2만2천 리터짜리 연료 탱크는 항구의 연료를 모두 다 쓸어 담을 정도의 크기이다(TF50 엔진은 해상용 디젤 엔진 연료를 사용한다). 최고 속도에서는 시간당 무려 3천600리터를 소모하기 때문에 ‘리터당 킬러미터’라는 연비계산이 무의미해보이기까지 한다.
월리 주인은 전문 승무원을 고용하는데 연간 40만달러를 책정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우 복잡하면서도 잘못 다루었을 경우 매우 위험한 유압 장치, 전자 및 전기 시스템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터빈엔진에 능숙한 해상 엔지니어와 기계 수리공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 시스템은 업무용 제트 비행기처럼 신속한 처리를 수행하기 위해 시스템 전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만일 이 엔진들 중 하나가 따로 행동한다면 보트가 물 속으로 가 버릴 수도 있죠.” 요트 승무원 및 선장을 위한 잡지인 도크워크를 발행하는 그렉 물렌은 이렇게 말했다. 월리는 118의 다음 제작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조금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 배가 마케팅이 가능한 제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로저 먀샬은 말한다. “이 배는 지옥에라도 갈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파워에 가격도 너무 비싼 고속 보트라서 고객이 거의 형성되지 않습니다.” 요트 관련 잡지에서 기술 담당 취재를 맡고 있는 더들리 도슨은 작년 9월에 118을 시승한 경험이 있다.

그는 최근에도 다른 가스 터빈식 고급형 요트가 제작되기는 했지만 거의 예외 없이 가스 터빈식 요트를 처음 구입한 사람은 다음에는 터빈엔진 대신에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보트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터빈엔진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터빈엔진은 해양 환경에서 유지 보수가 매우 까다로우며 연료 소비 역시 디젤 엔진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 이국적인 ‘메가 요트’를 찾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돈을 잡아먹는 바다 위의 블랙홀이라고나 할까. 독일에서는 현재 122 미터짜리 요트가 2대 제작되고 있으며 유럽 어디에선가는 152 미터짜리 개인용 요트가 조용히 건조 중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이 152 미터짜리 배는 필자가 방황하던 어린 시절에 승무원으로 일하기도 했던 화물선이나 유조선보다도 더 큰 것이다.

“먼저 엄청난 돈을 감당할 수 있어야겠죠.”라고 물렌은 말했다. “그 정도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속도광이라면 말입니다. 어쨌거나 첫 번째[118 월리파워]가 이미 나와 있고 두 번째 배도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메가 요트’에 관해서는 다음 번 구매자가 항상 이전 구매자보다 더 나은 걸 요구하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다음 번 보트는 항상 약간 더 크거나 약간 더 빠르게 마련입니다.”

만일 그렇다고 해도 물이란 매우 까다로운 매체이기 때문에 그리 크게 진보하지는 못할 것이다. 오늘날의 자동차와 비행기가 100년 전보다 두 배로 빨라지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해 보자. 1902년에 애로우라는 배가 시속 72km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이 배는 정사각형 조타실과 좁고 긴 선체에 승객용 의자를 가득채운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의 증기요트였다. 길이는 40미터였고 증기엔진 2개를 장착해 8천마력을 출력했다. 118 월리파워가 그보다 출력은 2배지만 속도까지 2배는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물이 왜 까다로운 대상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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