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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충격과 공포

2003년은 끔찍한 돌발사고의 해였다. 존재하지도 않을 무기를 놓고 벌어진 전쟁과 절대적인 바이러스의 모습을 보여준 전염병, 그리고 우주왕복선 참사가 있었다. 매번 과학은 정치에 의해 가려져 있었다.

만약 부시 행정부가 유엔 무기 사찰단이 제시한 증거에 주의를 했더라면 그 이후 발생한 이라크 침공에 대해 결정적인 국제적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만약 중국 관리들이 공개적 이미지 관리보다 공중보건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사스가 타이페이와 마닐라, 토론토까지 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미 항공우주국 관리자 즉 엔지니어들이 제기한 증거와 경고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콜럼비아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인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채 자체적인 힘을 기반으로 과학적 노력은 계속되었다.나노과학자들은 초소형 모터를 개발했고, 우주학자들은 정확한 우주의 나이(137억년)를 알아냈으며 생태학자들은 물의 끓는 점보다 훨씬 높은 120 에서도 생존하는 미생물을 발견했다. 생명공학자들은 커피 식물을 유전자조작해 카페인이 없는 콩을 재배하기까지 했다.

NASA, 긴급사태다. 이제 어떻게 하나?

콜럼비아호 폭발로 7명 우주비행사 사망 … 챌린저호 사고 ‘ 충격’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가 텍사스 상공에서 폭발한지 6개월 후 전문가들은 2월 1일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불량 발포성 조각 때문이리고 결론을 내렸지만 근본적인 잘못은 우주항공국 자체에 있었다.
"미우주항공국의 조직문화가 불량 발포성 조각만큼 이 사고와 관계가 있다"고 콜럼비아호 사고 조사 위원회는 8월에 발표된 248쪽짜리 보고서에서 밝혔다. 위원회에서 미항공우주국을 공개적으로 심하게 비난했다고는 하지만 보고서상으로는 우주왕복선 발사를 영원히 금하거나 최소한 우주왕복선 폐기시까지의 시한을 정하는 식으로 더 심한 조치를 취했을 수도 있다.

대신 보고서에서는 미항공우주국이 노후화되고 있는 우주왕복선에 병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을 묵인해 주고 있다. 위원회에서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수많은 개선을 요구하며 대안을 모색하도록 요구했지만 한편으론 2010년 이후까지 우주왕복선을 계속 운용할 수 있도록 빠져나갈 틈을 주었다.

반면에 최소한 9월까지 우주왕복선 발사가 금지된 상태에서도 인간의 우주비행은 계속되어 우주왕복선이 미항공우주국 주장만큼 중요한 게 아님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소유즈호가 국제 우주정거장과 지구 사이를 왕복하며 우주비행사들을 실어나르고 러시아의 무인 프로그레스호가 보급품을 조달해왔다. 유럽과 일본의 우주비행 기관들에서는 화물을 우주정거장까지 운반할 무인우주선을 개발중이다. 미항공우주국은 승무원들을 우주정거장으로 실어나르는 궤도우주선의 설계 요건을 자체적으로 작성하고 로봇형 화물기 시안 개발에 자금지원을 했다. 이 둘이 합치면 덩치 큰 확장 모듈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운반하는 일 외에는 우주정거장의 모든 기능을 소화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지연이 되는 것일까?

정치가 갈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위해 미국 전체 선거구에서 18,000명의 직원이 채용된다. 챌린저호와 콜럼비아호 사고 후 세 대 밖에 안 남은 우주선 관리에 이렇게 엄청난 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각 우주선이 250만 개의 부품으로 되어 있고, 매번 비행후 부품 교체와 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낡아빠진 방식으로 우주왕복선에만 집착하다가 미항공우주국은 결국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만약 또 한 차례 노후한 우주선이 승무원을 태운 채 폭발하게 되면 항공우주국은 일반인들의 지지와 자금지원을 잃게 될 것이다.

"또 한 번 사고가 나면 미국에서의 유인 우주비행은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신간 우주 미아 : 미항공우주국의 몰락과 새로운 우주 시대의 꿈의 저자인 그렉 클럭스는 말한다. "우리 세대에만도 이미 두 차례 참사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2003년 새 발견들!

비정상적인 크기의 쥐 - 베네수엘라에서 물소만한 크기의 쥐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9월에 발표되었는데, 이 화석은 원형이 그대로 유지된 최초의 화석이었다. 과학자들은 몸 길이 3미터에 키가 1.2미터나 되는 큰 몸집 때문에 이 설치류가 800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거대한 악어들을 피해 굴을 파고 숨기는 분명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편리한 유전자 변형 유기체 - 카페인 생산을 유도하는 효소를 제거함으로써 일본 과학자들은 카페인이 없는 유전자 가공 커피 식물을 만들어냈는데 자연산 변종들보다 신경과민 유발 정도를 70% 줄여준다.

올해의 입자 - 과학자들의 말대로 잠깐 존재했을 수도 있는 펜타쿼크는 입자계 내에서도 다소 튀는 존재가 될 것이다. 이 입자는 2~3개의 쿼크로 이루어진 일반 입자들과는 달리 5개의 쿼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리학자들은 이 쿼크의 발견이 원자의 핵을 서로 붙들어두는 강한 핵력의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에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의 높이뛰기 곤충 - 거벌레는 70cm 높이까지 뛸 수 있다고 한 캠브리지 동물학자가 발표했다. 비법은? 이 곤충의 뒷다리는 근육이 수축하는 동안 "잠겨 있다가" 풀리면서 거벌레 몸무게의 414배에 달하는 힘을 발휘한다.

곤충올해의 특이 생물 - 푸겟 사운드 근처 심해 분출구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에서 서식하는 한 미생물은 120 에서도 번식하고 실험실에서는 130 에서까지 생존해 호열성 세균 사이에서도 기록을 세웠다고 유매스 암허스트의 과학자들이 지난 8월에 발표했다.

올해의 발자국 - 3월에 이탈리아의 한 화산에서 38만5천년전의 인간 발자국 화석들이 발견되어 가장 오래된 인간의 흔적으로 기록되었다. 이 발자국들은 호모에렉투스의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의 두개골 - 과학자들은 에디오피아의 아파르 계곡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것들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16만년전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 세 구를 발굴했다. 이 두개골에는 인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했음을 보여주는 물리적 증거가 담겨 있다. 이 소식은 네안데르탈인을 인류의 조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일격을 가했다. "그 사람들 이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하고 있어요"라고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팀장인 팀 화이트가 말한다.

리허설에불과했던‘사스’

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유발하는 사스는 전염병학자들의 경고대로 수백만 명의 사망자를 낼 세계적 질병의 병원체가 아니었음이 결국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스는 나름대로 우려를 불러 일으킬만한 이유가 있다. 새로운 질병들은 엄청난 속도로 퍼지지만 공중보건 측면의 대응은 적절치 못하고 경제적 충격도 막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 남부지방의 수입 육류 시장에서 발생해 중국 정부가 문제를 은폐하려고 하는 사이에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질병은 2003년 2월 홍콩으로 옮겨간 뒤 항공 노선을 따라 베트남과 싱가포르, 토론토로 퍼져 나갔다. 8월까지 북미와 남미, 유럽과 아시아의 2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환자들이 발생해 774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피해가 가장 적어 2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증상도 경미했다.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할 즈음 대만에서는 지하철 승객들에게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경찰이 토론토의 병원들에 지켜선 채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불안해진 샌프란시코와 뉴욕 주민들은 지역 차이나타운 출입을 피했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대부분의 아시아 운항편을 취소해 상당한 손해를 보았다. 사스는 쉽게 확산이 되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홍콩의 호텔에서 단 하룻밤을 묶은 중국 의사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재채기를 해 16명에게 감염을 시켰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하지만 사스는 2003년의 가장 치명적인 질병과는 거리가 멀었다. 감기로 인한 사망자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관리들은 사스보다 더 무서운 질병들이 돌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지속적인 환경의 훼손으로 미생물계가 야생동물들로부터 인간으로 옮아오게 되었고, 항공편을 통해 질병들이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사스도 위협적이었지만 보다 전염성이 강하고 치명적인 질병의 발생도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전 사스를 좀 더 큰 사건의 리허설로 봅니다”라고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전염병학자 스튜어트 코헨은 말한다. “언제든 새로운 질병이 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공중보건 기관이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중국이 광동지역에서 처음으로 변종 폐렴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에 통보한 지 불과 2개월만에 전세계 10개국의 13개 연구소가 제휴해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혀내는 영웅적인 노력을 보여주었다. 과학자들은 곧 이 바이러스의 게놈을 모두 파악해냈지만 치료제는 물론 백신조차도 개발해내지 못한 채 의심되는 환자를 확인하는 느림보 수단만 제공했을 뿐이다.
결국 사스를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은 고열과 통증, 마른 기침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격리하고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하는 재래식 방법 덕분이었다. 전세계의 대응은 신속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전세계 인구중 극히 일부만을 감염시킨 질병이 전세계 보건 시스템을 극한까지 몰고 갔다. “실험실 연구와 첨단 기술은 훌륭했지만 질병 억제 측면에서는 무기력했습니다”라고 코헨은 말한다. 감염된 의료계 종사자들의 수는 일부 국가에서 감염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하면서 공중 보건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병원들에서는 직원들이 손을 반드시 씻거나 오염된 의료제품들은 제대로 소각하는 등의 기본적인 예비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병원에서는 환자들을 격리하기 위한 음압 병실이 필요하다.

하바드 대학 공중보건 학장인 배리 블룸은 사이언스지 기고에서 미국이 전염병학자들을 훈련시키고 전세계 실험실들의 연구 능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썼다. “이런 투자를 통해 세계적 질병으로부터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보호해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주 분리시키는 ‘암흑 에너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무언가 신비한 힘이 우주를 분리시키고 있다는 확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 2003년에 천문학자들은 몇 가지 의문에 대한 답과 더 많은 의문들, 그리고 뭔가 이상한 일이 우주에 일어나고 있다는 보다 깊은 2월 지구로부터 160만 킬로미터 상공에서 가동중인 한 위성이 정확하면서도 당혹스런 일련의 측정을 수행했다. 암흑 에너지라는 신비한 척력이 전체 우주 질량의 7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음을 윌킨슨 마이크로파 이방성 탐색선(WMAP)이 발견했다.

23퍼센트는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로 되어 있고 우주의 4퍼센트만이 보통 물질과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모든 사실들이 지난 몇년간 제기되어 온 당혹스런 신규 이론, 즉 암흑에너지가 우주 팽창을 가속시킨다는 주장을 확인해 준다.

8월에 다트머스 대학 이론물리학자인 로버트 칼드웰과 두 명의 칼텍 동료들은 이 개념을 확장해 지금으로부터 200억년 후에는 우주와 우주의 모든 물질들이 암흑에너지로 인해 항성과 행성, 원자들까지도 산산히 해체되면서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존재하는 것들은 분명 새로운 종류의 물리학으로 설명되어야 할 것 같다”고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의 천체물리학자인 솔 펄머터는 말한다. 10년내에 발사 예정인 신규 장비 초신성 가속 탐사선을 통해 폭발하는 항성인 초신성들로부터 발산된 빛을 조사해 암흑물질에 의한 팽창을 그 어느 때보다도 자세하게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정말 운좋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펄머터는 말한다. “우주에 관해 질문을 해 볼 개념적 도구들 뿐만 아니라 직접 우주로 나가 측정을 해볼 수 있는 기술까지도 최초로 갖추게 되었습니다.”

2003년의 이모저모

포도주와 초컬릿 애호가들에게는 괜찮은 해였지만 맑은 공기 애호가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나약한 의지 : 꿈일까 생시일까? 꼬집어 보시길. 매일 3.5온스의 초콜렛을 먹으면 혈압이 낮아진다고 콜롱 대학 과학자들이 발표했다. 하바드 의대 분자생물학자인 데이빗 신데어가 이끄는 팀에서는 붉은 포도주 내의 성분들이 수명을 70%까지 연장시켜 준다고 발표했는데, 향후 쥐를 대상으로 실험해 보게 될 수명 연장의 대상은 바로 효모균이라고 한다. 이 성분은 폴리페놀이라는 천연 식물 화학물질이다.

충실한 배우자 : 가나의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한 생물학자는 단혼제가 멸종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평생의 짝을 찾아 암컷 무리들 속에서만 생활하는 포유류들은 무차별적 사냥과 서식처 소실로 돌아다니는 동물들에 비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정조 관념이 있는 암컷들은 수컷 짝이 죽은 후 다시 짝을 짓기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펠릭스 바움가트너 : 탄소 섬유 날개와 낙하산을 등에 단 34세의 호주인 바움가트너는 최초로 영국 해협을 맨몸으로 횡단했다. 7월 31일 그는 도버에서 블랑네즈 곶까지 35킬로미터를 날았다.

미쉘 포니에르 : 지난 8월 59세의 이 프랑스인은 사상 최초로 지구 상공 40킬로미터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하려다 실패했다. 그가 의지해 떠 있도록 해 줄 헬륨 풍선이 가스 주입 도중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화성광들 : 화성이 지구에 5천600만 킬로미터까지 접근하면서 아마추어 관측자들이 6만년만에 이 붉은 행성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미항공우주국에서 발사된 우주선 2기와 유럽우주국에서 발사한 우주선 1기가 2003년 12월 말 화성에 착륙하면 지구인들을 화성을 더 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 환경 : 부시 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기존의 자연보호지역이 줄어들게 되었다. 오래된 숲의 벌목이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법안의 주요 조항들이 폐지되었고, 미환경청은 대기환경보존법에 역행하면서까지 미국내에서 가장 오염도가 심한 1만7천개의 전력시설과 공장들이 현대식 오염방지 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가동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아직도 ‘오리무중’

생화학 테러 프로그램의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라크 전쟁중 초조한 정치가들과 방송에서 성급한 결론을 내린 탓이다.

? 2월 5일 유엔총회에서 미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이라크 침공 사건을 설명했다. 미사일 제조 공장에서의 미심쩍은 활동을 포착한 인공위성 사진으로부터 이라크 과학자들의 악의에 찬 오디오 테이프에 이르기까지 온갖 증거들을 제시하며 그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즉, 이라크의 대량파괴 무기 프로그램이 지속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유엔 사찰을 피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파웰은 7개의 이동용 실험실을 지목하면서 각 실험실에서 “1개월 이내에 수백만 명을 살해할 수 있을 만한 생물학 무기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2주가 지나 한 차례 침공이 있은 후 미군은 파웰이 묘사했던 것과 같이 탄저균과 보튤리늄톡신, 기타 병원균 배양에 사용될 수 있는 압축기와 발효기를 장착한 트레일러 두 대를 찾아냈다.



기자들과 정부관리들은 물론 부통령 딕 체니와 평소같으면 침묵을 지켰을 CIA까지도 이 트레일러가 이라크의 생물학 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증거라고 요란하게 떠들어댔다.
하지만 그 뒤에 사태가 180도 바뀌었다. CIA 내의 사찰 전문가들은 이 트레일러들이 무기 제조 실험실이었는지 보통 수소 생산 시설(위 그림 참조)이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영변 플루토늄 재처리 공장 같은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 핵무기 생산과는 달리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은 감추기가 용이해 톡신 몇 병과 보통 실험실 장비만 있어도 된다.

이라크의 알 하캄 시설에서 1990년 8천425리터의 탄저균을 생산해냈을 때 발효기 두 대는 동물병원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장비만 봐서는 잘 모르고 오퍼레이터가 실수로 남긴 흔적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전직 유엔 무기사찰단원이었던 테렌스 테일러는 말한다.

4월과 5월에 발견된 이 두 대의 트레일러들은 당시만 해도 언론에서 이라크의 생물학무기 생산의 유일한 단서로 여겨지고 있었는데 파웰이 묘사한 장비들이 부착되어 있었지만 무기 제조에 결정적인 부품은 달려 있지 않았다고 유엔사찰단 후원을 받는 한 이라크 조사단이 밝혔다. 파웰의 설명이 일치한 문제는 두 트레일러중 한 대의 부품이 표백되었음이 드러나면서 증거물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아마 그곳에 붙어 있던 장비를 그 전날 누군가가 떼어냈을 겁니다”라고 유엔 감찰 위원회의 어윈 부처난이 말한다.

이라크 조사단은 낙농제품으로부터 세제 공장까지 온갖 것들을 조사하고 오래된 문서들을 뒤지며 제보해 줄 이라크 과학자를 찾으면서 사담 후세인이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WMD를 보유하고 있었는지에 관한 정보 수집에 전념하고 있다. 결국 답은 나오게 마련이다.
“조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인 것들만 추적할 겁니다”라고 과학 및 국제안보협회 회장인 데이빗 알브라이트가 말한다.

생사를 결정하는 점수

실험실 연구용 쥐들은 과학을 위해 다른 어떤 생물들보다도 큰 희생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만도 매년 약 3천만 마리가 실험에 사용된다. 쥐가 실험용으로 애용되는 이유는 몸집이 작고 번식력이 높으며 인간의 유전자와 99퍼센트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쥐를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들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에이즈 및 유방암 퇴치 연구원들은 쥐를 이용한 HIV를 만들었고, 위스콘신 대학의 한 팀은 유전자적 중생쥐를 최초로 만들어냈다. 이 쥐는 인간의 유방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제거되었다.

인간의 수명 연장을 추구하는 메튜셀라 마우스 상은 늙은 쥐를 다시 젊어지게 해 원래 수명인 3년보다 긴 5년을 살게 하면 천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한다.

신종 항우울제 실험을 위해 우울증을 억제중인 프랑스 연구원들은 꼬리를 잡혀도 반항하지 않는 동물들을 골라 “의기소침한” 쥐들을 만들어냈다.

유럽전역 혹서, 프랑스 1만5천명 사망

기후 관련 사망자 속출… 지구 기후 변화 논쟁 가열

지구온난화로 초래될 위험에 관해 수년간 경고가 나돌던 중 2003년 혹서로 인해 예기치 못한 사망자가 늘어나자 온난화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충격적이었던 유럽 전역의 혹서로 인해 프랑스에서만 1만5천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탈수증과 열사병으로 사망한 노인들로, 가족들과 의료계 종사자들이 여름 휴가를 떠난 사이 변을 당했다. 미국에서는 2월에 혹독한 눈보라가 불어닥쳐 켄터키에서 코네티컷까지 50~80㎝의 얼음으로 뒤덮이며 최소한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5월에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회오리바람에 중서부에서 40명이 넘게 희생되었다. 10월에는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뜨겁고 건조한 산타 안나 바람으로 확산되면서 집 수천 채가 소실되고 20명 이상이 사망했다.
올해의 기이한 날씨는 파괴력이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세계기상기구가 7월에 발표했다. 이 기구에서는 최근의 과학적 측정치를 인용해 기상 이변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근래 들어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구온난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후 변화가 이러한 기상 이변의 원인인지 밝히기는 불가능하지만 점증하는 기온과 혹독한 날씨 사이의 관계는 기상 이변의 빈도와 파괴력이 높아지면서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인간 건강간의 관계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의 과학자들은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말라리아와 가뭄으로 인한 영양실조, 홍수와 지구 온난화의 다른 징후들로 인해 이미 1년에 16만 명이 사망하고 있는데, 202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코넬대학의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의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중이다.

“기상 이변과 인간 건강간의 관계에 대해 이해가 높아졌습니다”라고 북캐롤라이나 소재 국립 기후자료 센터 기후 관측 팀장인 제이 로리모어는 말한다.

죽었지만 잊혀지지 않은 복제양

●어미 세포로부터 복제된 최초의 포유동물인 6살의 돌리 는 1996년 탄생과 함께 인간 복제 문제를 야기했지만 2월 14일 폐암에 걸린 후 안락사했다. 돌리는 출생 초기에 관절염에 걸렸는데 복제 반대론자들은 이를 복제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한다. 유방의 내분비선 세포를 복제해 탄생했기 때문에 익살스럽게 돌리 파튼의 이름을 딴 이 핀 돌셋 양은 이제 박제가 되어 스코틀랜드 자연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75세의 마사 체이스 는 전직 실험실 조수인데, 워링 믹서기 스위치로 8월 8일 폐렴으로 사망한 유전학의 행로를 바꾸어 놓았다. 1952년 체이스와 미생물학자 알프레드 허쉬는 유전 정보의 전달체가 단백질이 아니라 DNA임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로부터 영감을 얻은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은 11개월 후에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했다.

● 수소폭탄의 발명자 에드워드 텔러 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열정으로 스탠리 큐브릭 원작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모델이 되기도 했는데 지난 9월 9일 95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사망했다.

13년 된 갈릴레오 우주선은 목성 둘레를 45억 킬로미터 선회한 뒤 9월 21일 미항공우주국 엔지니어들에 의해 목성에 충돌된 후 사라졌다. 1989년에 발사된 갈릴레오는 원래 수명보다 6년을 더 궤도에 머물며 수많은 최초 기록들을 세웠다. 최초로 소행성 통과 비행을 했고, 소행성 궤도를 선회하는 위성을 최초로 포착했으며, 목성의 대기를 최초로 정밀 분석했다. 갈릴레오의 발견에 따르면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얼음 표면 밑에 거대한 바다가 있는 것으로 보여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27년간 세계 유일의 초음속 여객기 서비스를 제공해 온 콩코드기가 10월 뉴욕과 런던간 왕복 운임이 9,000달러가 넘을 정도의 높은 가격과 낮은 수요, 기체 노후로 인한 유지관리비 상승 때문에 영원히 운행을 중단하게 되었다.

계속되는 복제

야심찬 주장들에도 불구하고 2003년에 인간 복제는 실현되지 못했다. 지난 1월 과학자들은 두 명의 여자가 복제아를 낳았다는 라엘 종교단체의 주장을 일축했다. 지난 4월 복제된 인간의 태아를 만들어냈다는 사이비 과학자 패내이오티스 자보스의 발표에도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복제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올해에는 과학자들이 당나귀와 말, 쥐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 복제에 성공했지만 인간 복제는 만만찮은 작업임을 최근의 한 증거가 보여준다. 지난 4월 피츠버그대학의 복제 생물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에서 현재의 복제 기술로는 원숭이의 난자와 인간의 난자에서 주요한 두 개의 생존 단백질이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 밝혀졌다.

더욱이 대다수 전문가들은 복제 기술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믿는다. 복제 동물들은 상대적으로 치명적인 유전적 변화를 일으킬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음을 연구 결과들이 보여 준다. 따라서 인간 복제는 비윤리적인 일이다. 인간 복제의 위험성을 인식한 유엔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인간 복제를 금지시키는 토의 후 결정을 2년 늦추기로 했다.

하지만 새로운 피조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의학용으로 복제를 활용하려던 사람들에게는 이 시간이 유익했다. 돼지의 장기를 새 간이나 심장, 신장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이식하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복제 기술을 통해 과학자들은 인간 유전자 체계의 공격을 유발하는 두 개의 유전자가 제거된 실험용 돼지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대량 포획 텅빈 바다

대규모 어획 관행으로 바다가 죽어가며 주요한 식량공급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003년 뉴스에 따르면 전세계 5대양이 이미 알려져 있던 대로 문제가 있는 정도를 넘어 훼손 상태가 심각한 상태임이 밝혀졌다.
한 충격적인 연구에 따르면 생선장수들이 선호하는 참치와 넙치, 상어, 황새치, 그루퍼 같은 어종들의 90퍼센트가 지난 반세기동안 포획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기존의 어획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절멸 위기에 처한 어류들의 상당수를 원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

작년의 해양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단 50년간의 대량 포획만으로 대형 포식어류의 10분의 1이 사라졌다고 노바 스코티아 할리팩스 소재 댈하우지 대학 생물학자들이 지난 5월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무책임한 어획 관행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일례로 멕시코만에서 포획한 새우가 처리과정에서의 부주의로 새우 1톤당 3톤의 주요 어류가 훼손되어 폐기되면서 대규모 어류 재고분이 100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대체로 자전거보다 큰 어류는 모두 포획해버렸습니다”라고 스탠포드 대학 스티브 팔룸비는 말한다. “그 때문에 바다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보존 노력의 급박한 필요성은 어획고를 더 늘려야 하는 경제적 압력과 상충된다고 퓨 자선 신탁이 후원하는 독자적 전문가 단체 퓨 해양 위원회의 2003년도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부시대통령이 임명한 미 해양 정책 위원회 위원들의 예비 보고서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인들의 해산물 소모량이 사상 최고로 증가하며 2002년에 7퍼센트 상승한 45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으로 1천300억 파운드가 넘는 해양 생물들이 매년 포획되는데 여기에는 부수적으로 잡혔다가 폐기처분되는 엄청난 양의 어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10억명 이상이 단백질 공급원으로 어류에 의존한다.

“바다는 우리가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 돌보아야 할 곳으로 해양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합니다”라고 해양 정책 위원회 위원인 앤드류 로젠버그는 말한다.
지난 9월 영국 요크 대학의 해양 생물학자인 피오나 젤과 캘럼 로버트는 해결책을 제시하며 생태학과 진화의 동향지에서 전세계 해양 서식지의 최소 30퍼센트가 해양 생물 보호지역이 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것은 감상주의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전세계 어획 금지 구역 60곳을 조사한 후 젤과 로버트는 이곳의 어류 수명이 더 길고, 더 크게 자라며 비보호 해역의 어류들보다 더 많은 새끼를 낳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곳의 어류 수가 증가하면 많은 물고기들이 덜 붐비는 지역으로 빠져나오는데 이곳에서 어부들은 무한정 어획을 한다. “정말 생각이 없는 사람들 아닙니까?”라고 로버트가 주장한다. “마치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이자를 따먹는 식이죠.”

예를 들어보자. 1994년 케이프 코드 남동쪽 조지 뱅크 인근의 대규모 지역이 대구와 노랑지느러미 가자미, 해덕 등의 어종 어획 금지구역으로 선포되면서 고갈되어 가던 이 어종들이 다시 번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절멸되다시피 했던 가리비의 수가 2000년까지 14배로 증가했다. 이 지역은 아직도 보호 어종의 회복을 위해 폐쇄되어 있지만 어획 금지구역 밖에서 잡히는 가리비의 수량도 과거 전성기 때의 규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바다의 3분의 1을 어획 금지구역으로 하는 게 극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이것이 자연스런 상태였다. 바다에는 너무 멀고 깊으면서 위험해 어선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들이 숱하게 많다.

이곳에서 해양 생물들은 평화롭게 번식을 한다. 하지만 발달된 어획 기술 때문에 상황이 바뀌었다. “인간이 자연산 피난처를 모두 훼손시켰습니다”라고 로버트는 말한다. “이제 시게를 200년 전으로 되돌리고 이들을 되살려내야 합니다.”

새로운 우주 경쟁돌입

중국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적… 우주강국변화 예고

10월 14일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세 번째 국가가 되면서 중국은 엘리트 클럽에 합류했다. 러시아의 소유즈호를 모델로 한 중국의 우주선 쉔조우 5호 안에 탄 채 38세의 양리웨이 중령은 21시간 동안 지구를 14번 돈 후 회수용 캡슐의 낙하산을 편 채 몽고 내률 지역에 착륙했다. 양은 40년 전 소련과 미국이 수행했던 임무를 단순히 반복한 것이 아니었다.

양은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나 미국의 앨런 쉐퍼드보다도 우주에 더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양의 전임자가 조종했던 우주선과는 달리 쉔조우 5호는 지구 궤도를 수개월간 돌 수 있으리라 예상되는 궤도 기록을 남겼다.

태양전지로 추진되는 이 우주선은 고해상도의 군사용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다. 비록 우연이기는 하지만 3개국의 우주선들도 양이 비행하는 도중 궤도선회중이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잇던 러시아 사령관 유리 말렌첸코와 미국의 과학장교 에드 류는 축하와 안전 비행 기원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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