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웹에 관한 새로운 국제 협약 체결로 터무니없는 현행 규정을 개혁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늘 광적인 편집성 증세를 보이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의회가 인터넷 지원 중단조치를 내리도록 회유하는 데에 매달렸다. 이 시도가 무산되자 이들은 UN을 상대로 제청에 들어갔고 세계 지적 재산권 기구(WIPO)로 하여금 인터넷상의 저작권에 관한 국제법규를 새로 제정토록 유도했다. WIPO는 UN 산하기구로서 저작권과 관련된 협약 작성업무를 담당한다.
당시 WIPO는 완전히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인터넷을 해결해야 할 문제요인으로, 지나치게 관리가 허술한 상태에서 무단복제가 너무나 쉽게 행해지는 시스템 정도로 취급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저작권 침해 방지에 있어 어떤 실효도 거두지 못했다.
악법 폐단 청산의 기회
대신 몇몇 과학자의 시범적 체포나 파일 공유자를 대상으로 한 수천 건의 무차별 소송, 정적에 대한 검열이나 경쟁자를 괴롭히는 일을 수월케 하는 법규 제정과 같은 일련의 사태만 진행됐을 뿐이다.
이제 이와 같은 악법의 폐단을 청산할 기회가 찾아왔다. 현재 WIPO에서는 일명 ‘정보 접근(Access to Knowledge A2K)’이라는 새 협약안을 작성 중이다.
A2K는 과거에 제정된 그릇된 법규를 일소하는 한편 교육과 국가간 협력, 장애인을 위한 기회를 창출해주는 인터넷의 역량을 기리고자 한다.
“반(反)우회” 규정 역시 과거의 그릇된 법규 중 하나인데 이는 타인에게 소프트웨어의 락(lock) 시스템을 푸는 방법을 말해주는 행위조차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1년 FBI는 러시아 프로그래머인 드미트리 스클리아로프를 구속했다.
데프 컨 해커 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아도베의 e-book 보호 프로그램의 약점을 설명했다는 죄목으로 바로 다음 날 체포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소는 취하됐으나 스클리아로프의 귀국 직후 러시아 정부에서는 자국 과학자들을 상대로 미국에서 개최되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지 말도록 주의조치를 내렸다.
이유인즉슨 미국이라는 나라가 수학을 화제로 의견을 주고받아도 수감돼야 하는 지경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WIPO규정을 하나 더 든다면 “발견 즉시 삭제(notice and takedown)” 규정을 꼽을 수 있다.
저작권침해 책임 면죄부 제공
이는 ISP업체로 하여금 고객의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케 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단 해당 ISP업체가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를 야기할 문건을 발견 즉시 삭제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문건을 검열하기 위해 침해 사실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 문제 제기만으로도 충분한 사유가 된다. 지난 2004년도 선거에 앞서 다이볼드(Diebold)의 내부 메모내용이 웹 상에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문제의 메모에는 투표용 기기의 오작동과 관련해 다이볼드 사의 불법적 대응 내역이 상세히 기술돼있었다. 다이볼드에서는 이 메모의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신 메모내용을 웹 상에 게재한 시민운동가들이 이용하던 ISP업체를 상대로 메모내용이 저작권 대상에 해당된다며 즉시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열과 통제는 협약 상에 포함된 내용이나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협약에서 다뤄지지 않은 사항이다. 인터넷은 생면부지의 사람들 사이에 비공식적 협력관계가 형성, 좋은 결과를 창출해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존의 저작권 협약에서는 저자나 공연자의 경우에만 한해 국가에 상관없는 동일한 권리를 보장할 뿐 대중의 권리는 나라마다 천차만별인 상태로 방치해두고 있다. 새로운 협약에서는 이와 같은 각국 규정이 최종적으로 통일될 수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의 열쇠 A2K
예컨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Project Gutenberg)’라는 무료 온라인 자료실이 있어 책을 스캔하거나 다른 글자체로 복사하기 위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드나든다고 치자. 그런데 한 호주인이 『1984』의 스캔자료를 뉴욕에 사는 친구에게 전송한다면 이는 위법행위에 속한다. 왜냐하면 오웰의 저서가 호주에서는 공적 영역에 포함되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인이 해외에 거주하는 맹인 친구를 위해 해리 포터 시리즈 최신판의 점자책을 만든다면 미국에서는 합법적 행위로 용인되나 이를 요하네스버그에 살고 있는 맹인 친구가 받아볼 경우 이 친구는 남아프리카 법률상 범법자가 된다.
이런 식으로 상황은 진행된다. 다른 상황에서라면 이와 같은 활동을 지원했을 기구들조차 소송이 두려워 몸을 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다름 아닌 A2K다.
현재 사서와 학계 인사, 장애인 권익 신장 운동세력과 각종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lists.essential.org/mailman/listinfo/a2k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소록을 이용해 협약안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터무니없는 협약들로 인해 저작권 침해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한 채 적정 과정과 개인정보, 협력 기조만 저해됐다.
이제 미래를 위해 인터넷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법률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멈추지 않는 한 언젠가 반드시 이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추가로 알아본 이달의 3대 황당뉴스
무단복제 방지 사기 휴대전화용 무단복제 방지
소프트웨어 제작업체들은 통신업체를 상대로 휴대전화 1대당 1달러의 이용요금을 부과하고자 한다. 이는 통신업체가 지난 해 디지털 미디어의 실제 매출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능가하는 액수다.
보안 사기
캐나다의 한 ISP업체에서는 “보안상의 위험요인” 을 허위로 날조해 고객들에게 50달러의 대금을 추가로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대금은 고객 각자가 전용 e-mail 서버를 운영토록 포트를 개설케 해준다는 명목으로 청구됐다.
산수를 못하는 소니
소니 뮤직에서는 미국인들이 CD 복제에 관한 제한조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반해 독자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나마 조사 대상자의 약 70%가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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