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제임스 조이스의 장편소설 ‘율리시즈’를 A4 용지 6장에 모두 담아 낼 수 있는 초미세 인쇄활자(폰트)가 나왔다. 크기는 불과 0.0254cm.
프린팅 전문기업인 후지제록스가 최근 개발해 낸 이 초미세 인쇄활자는 수표나 출생증명서, 성적증명서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들 문서상에 눈에 보이지 않게 인쇄, 진짜와 위조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초미세 인쇄활자, 즉 마이크로프린트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신용카드나 지폐를 돋보기로 잘 살펴보면 이들 테두리를 이루고 있는 각종 선들이 사실은 미세한 문자와 숫자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마이크로프린트는 그동안 신용카드나 화폐에만 적용돼 왔을 뿐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는 불가능했다.
후지제록스의 초미세 인쇄활자가 주목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개인의 필요에 의해 축소화된 맞춤형 출력이 가능하며, 특히 개인 수표나 문서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한해 국내에서 발견된 위조지폐는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한 2만2,000장에 달하는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위폐기술 역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용카드나 화폐의 위․변조 방지기술 역시 첨단화되고 있지만 이 같은 위․변조 방지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개인용 수표나 문서들은 범죄자들의 타깃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후지제록스의 라이너 에쉬바흐 연구원은 “위․변조범이 수표를 위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는 은행 직원이 수표 상에 인쇄된 초미세 활자를 검토해 수표 수취인의 이름과 맞는지 확인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개발한 초미세 인쇄기술을 활용하면 개인 수표는 물론 각종 문서의 위․변조 역시 원천봉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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