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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B형 혈액을 O형으로 전환

MEDICINE

여러 가지 혈액형을 보편적 수혈이 가능한 O형으로 전환, 용혈의 위험을 낮추는 새로운 혈액 전환기기.

지난 2003년 타냐 브라운은 장 수술을 받기 위해 노던 버지니아 병원에 입원했다. 창가 쪽으로 침대를 옮기려던 단순한 행동이 수술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O+형이었던 타냐는 수술 중 실수로 1.14리터의 A- 혈액을 수혈 받았다.

이로 인해 31세의 이 젊은 여성 환자는 수혈을 시작한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혈압저하 및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용혈반응이 일어나 숨지고 말았다.

용혈반응은 매우 드물지만 아직도 수혈을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 중 하나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M.D 대학 앤더슨 암 센터의 수혈 전문가인 케슬린 사자마 박사도 용혈반응이 오늘날 수혈에 있어 가장 큰 위험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혈액형이 맞지 않는 혈액을 수혈하면 단 1온스(28.35그램)만으로도 내출혈과 혈액응고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생명공학회사인 자임퀘스트에서는 수혈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미국 내 병원에 꾸준하게 혈액을 공급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그 해결책이란 바로 모든 유형의 혈액을 가장 안전하게 수혈할 수 있는 O형으로 전환시키는 것. 지난 2004년 미국에서 수혈된 혈액은 808만3,740리터며, 헌혈된 혈액은 871만4,160리터였다.

하지만 미국혈액은행협회에 따르면 전체 혈액 공급량 중 모든 사람에게 수혈이 가능한 O형은 단 7%에 불과한 상태다.

자임퀘스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더글라스 클리본은 시작 버튼만 누르면 혈액 전환기기가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 준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식기세척기 크기인 이 기기의 비밀은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헨리크 클라우센 교수가 발견한 한 쌍의 효소를 이용해 혈구 표면의 분자를 분해하는데 있다.

항원이라고 불리는 이들 분자는 세포막을 감싸고 있으면서 혈액형을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혈액형과 다른 혈액을 수혈 받으면 혈장 내의 항원이 항체를 유도하면서 외부 항원을 공격한다.

자임퀘스트에서 컨설턴트로도 근무하고 있는 클라우센 박사는 2만5,000개의 박테리아와 진균을 연구한 끝에 대장균인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와 엘리자베트킹기아 메님고셉티쿰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는 B 항원을 제거할 수 있는 효소를, 그리고 엘리자베트킹기아 메님고셉티쿰은 A 항원을 제거할 수 있는 효소를 만들어낸다. 미국과 유럽 일부에서는 이미 A 효소에 대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혈액을 O형으로 바꾸는 기술은 환자의 혈액형을 제대로 파악할 시간이 없는 응급실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일반적인 혈액 공급 부족 현상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임퀘스트에서 개발한 이 혈액 전환기기는 90분에 8팩 분량의 혈액을 O형으로 전환 가능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우선은 임상실험에서 이들 두 효소가 혈구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며 혈액 내의 모든 세포를 O형으로 전환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극소량의 혈액세포라도 전환되지 않고 원래 혈액형으로 남아 있다면 위험한 면역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규모의 혈액은행인 시애틀 푸젯사운드혈액센터의 부사장인 마이클 스트롱 박사 또한 “이제 시작이며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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