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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수술하는 로봇

예전에 신경외과 의사의 가장 친한 친구는 전기톱과 칼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은 앞으로 로봇을 사용해 기적을 일으킬 것이다.

혁명적인 수술실

뇌수술을 받아야 할 일이 생긴다면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대학의 앤더슨 암센터에서 받기를 권한다.

‘브레인스위트(BrainSUITE)’라고 불리는 이 센터의 920만 달러 짜리 최신형 수술실은 지구에서 가장 정밀한 신경외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설비들은 미국 내의 7개 병원에 더 설치될 예정이다.

천정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의사는 뇌의 확대된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거대한 데이터 빌보드를 통해 환자의 온도, 맥박, 호흡, 혈압 등 바이털 사인을 방 전체에 알려준다.

특히 환자가 붕대를 감고 정자세로 누워 기계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는 특대형 MRI도 있다. 의사가 수술 성과를 확인하려면 수술대를 기계 안으로 밀어 넣기만 하면 그만이다.

물론 메스나 기타 금속물질을 먼저 치워야 하겠지만.
이 같은 장비들은 수술 중에 개입될 수 있는 위험한 추측을 배제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다.

예를 들어 뇌종양의 경우 의사는 뇌종양의 98%를 제거해야 환자가 1년 이상 더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이 때 미묘한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너무 많은 조직을 들어내면 뇌의 다른 부분에까지 피해가 간다.

그러나 종양을 2% 이상 남겨놓으면 다시 커져 환자의 수명을 4개월이나 더 깎아먹을 수 있다.

MRI가 장비된 브레인스위트에서 외과의사는 불과 몇 분 만에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어 얼마나 작업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마칠 수 있다.









브레인스위트는 외과의사의 꿈을 현실로 이루어 주었다. 비디오카메라(1)는 수술 광경(2)을 매우 자세하게 보여준다.

또한 MRI 스캔 및 바이탈 사인은 벽 부착식 스크린(3)과 침대 옆 모니터(4)에 나타난다. MRI 스캐너의 특대형 입구(5)를 사용해 의사들은 어떤 자세로 누운 환자라도 손쉽게 스캔하고 수술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레이저 ‘펨토세컨드’

30년 동안 8,000회가 넘는 뇌수술을 한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외과 교수 마이클 아푸조는 수술용 메스를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수술용 메스를 들고 수술실에 들어갈 때 마다 꼭 예전 영국 사람들이 쓰던 흰색 가발을 써야 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얼마 안 있어 아푸조는 18세기식 연장을 레이저로 교체할 수 있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펨토세컨드(Femtosecond) 레이저’는 1,000조분의 1초 동안 발사되는 에너지 펄스를 머리카락 직경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길이에 집중시킬 수 있다.

이 장비는 뉴런이 다른 뉴런에 정보를 보낼 때 사용하는 긴 꼬리인 신경돌기 같은 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아세포 수술에 매우 적합하다. 이런 부분은 너무 작아서 현재까지 나온 가장 정밀한 로봇 팔로도 수술이 곤란했다.

산타 바바라의 캘리포니아 대학 생물학자 진 이시와 텍사스 대학의 의료공학자 아델라 벤 -예이카는 선충의 근육을 통제하는 신경돌기를 펨토세컨드 레이저로 절단하는 팀을 지휘했다.

시술 직후 선충은 뒤로 움직이는 능력을 잃었으며, 24시간이 흘러 선충이 신경돌기를 재생시킨 후에야 능력이 회복됐다.

수술 도중 개개의 뇌세포를 죽이지 않는 기술을 통해 과학자들은 세포의 재생 방법을 알고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화 질병의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

언젠가는 레이저를 사용해 손상된 신경돌기를 썰어버리고 새 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펨토세컨드 레이저는 이렇게 뛰어난 응용력으로 구식 메스의 한계를 저만치 뛰어넘어 신경외과 수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뇌수술 레이저는 신경돌기에 초당 1,000조번의 레이저를 발사해 세포의 원하는 부분을 태양만큼이나 뜨겁게 한다.

레이저의 초점이 매우 정확하고 발사 시간이 짧기 때문에 주변의 세포로 열이 퍼져 나가지 않는다. 신경돌기는 전자와 이온의 플라즈마로 변해 기화돼 버리며, 극소량의 잔해만 남을 뿐이다.

외과용 로봇 손 ‘뉴로 암’

머리를 MRI 스캐너 안에 넣고 있는 동안 로봇 손이 뇌를 절개하는 장면은 얼핏 무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수로라도 시신경을 다치게 할 걱정은 전혀 없다.

캘거리 대학과 캘거리 지역건강발전시스템은 5년의 기간과 2,700만 달러의 개발비를 들여 MRI 스캐너 안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최초의 외과용 로봇 손인 ‘뉴로 암(neuroArm)’을 선보였다.

실시간 영상 제공 장치와 초정밀 외과기구가 결합된 뉴로 암을 사용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1~2mm 단위의 정밀한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프로젝트 리더인 가넷 서더랜드는 말한다.

뉴로 암은 사람 머리카락 직경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50미크론 크기의 절개도 행할 수 있다.

뉴로 암을 사용하는 의사는 환자와 같은 수술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현미경에 부착된 고해상도 카메라 2대가 의사의 통제 스테이션으로 영상을 전송해준다.

통제 시스템은 촉각 시스템을 사용해 의사에게 촉각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동시에 손의 떨림 같은 것은 모두 없애준다. 특히 촉각 시스템은 만약의 사고 가능성도 없애준다.



서더랜드는 “시신경과 경동맥 사이에 공간을 설정해 두면 뉴로 암은 그 두 곳을 건드리지 않고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말한다.

올 가을의 뇌종양 수술에서 성공적 데뷔와 함께 미 식품의약국의 인증을 기다리는 서더랜드는 이 로봇 손이 의사의 실수 가능성 및 환자의 내원 회수를 다 같이
줄여줄 것이라고 말한다.

보통은 환자가 MRI를 받고 나서 의사의 진찰을 받은 후 조직검사를 받으러 재차 검사실에 가야 했지만 이제는 MRI로 병변을 발견하는 즉시 조직검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로봇 드릴

사람의 뇌를 절개할 때 아무리 숙련된 의사라도 뇌 조직의 미세한 밀도 차이를 눈치
못 채고 지나가기 쉽다.

하지만 대단히 민감한 로봇 드릴이 등장하면 뼈에 구멍을 뚫을 때 드릴이 뼈와 붙어있는 부드러운 조직에 닿기 전에 멈출 수 있다.

영국 애스턴 대학의 의공학자 피터 브렛은 드릴의 맨 끝에 다른 조직이 닿는 것을 알려주는 3개의 센서를 갖춘 로봇 드릴을 만들었다.

이 로봇 드릴은 각 층을 뚫고 나갈 때 받는 압력과 회전력을 측정, 각 층의 소재를 파악한다.

또한 드릴로 뚫었을 때 각 층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예측한다.
예를 들어 드릴의 미는 힘이 갑자기 줄어들고 토크 신호(회전력)가 증가하면 드릴이 뇌를 감싸고 있는 민감한 섬유질 조직에 도달한 것이다.

3번째 센서는 조직의 유연성을 측정해 앞으로 얼마나 더 파고 들어가야 할지를 판단한다.

로봇 드릴은 청결 및 반응시간 면에서도 수동식 드릴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하다.

재래식 외과용 드릴은 필요 이상으로 깊게 뚫어버리거나 뚫은 자리에 찌꺼기가 생겨 뇌에 감염 또는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하지만 브렛의 로봇 드릴은 섬유질에 닿자마자 동작을 멈추고 빠져나오기 때문에 더 파기 전에 외과의사가 찌꺼기를 청소할 수 있다.

올 들어 지난 4월 영국의 국립 의료서비스기관인 버밍엄 대학병원의 외과의사 데이빗 프룹스는 이 로봇 드릴을 사용해 난청 환자 3명의 달팽이관에 직경 1mm 이하의
구멍을 뚫는데 성공했다.

브렛은 이 로봇 드릴을 사용하면 뇌에 부상을 입은 환자의 단단한 골 조직에 핀을 확실히 고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이 로봇 드릴의 정부 인증을 받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모든 일이 잘 된다면 의사들은 이 로봇 드릴을 사용해 보다 정밀한 수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두개골 절개하지 않는 뇌수술

뇌수술을 하다보면 두개골을 절개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하면 수술후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고 회복기간도 길어진다.

하지만 피츠버그 대학 의료센터의 신경수술과장 겸 내시경신경수술센터의 부장인 아민 카삼은 두개골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도 뇌수술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바로 코를 통해 뇌수술을 하는 것.

1990년대 말 이 기술을 개발하는데 선구적 역할을 했던 카삼은 콧구멍으로 진입해 비강으로 들어가 두개골 하부에 ‘열쇠구멍’이라고 불리는 작은 구멍을 팠다.

그런 후 뇌를 감싸고 있는 3중의 막을 조심스럽게 벗기면 앞뒤로는 이마에서 척추 맨 위까지, 양옆으로는 양 귀 사이를 잇는 뇌의 하부 전체에 도달하게 된다.

그는 직접 설계한 휘어진 내시경과 내시경의 뒤를 따라 들어가 뇌의 내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GPS 같은 시스템을 사용해 종양을 절개 및 배출하고, 정맥을 고친다.

수술이 끝난 후에는 콧구멍에서 가져온 조직을 사용해 열쇠구멍을 메우기 때문에 수술 자국은 곧 낫게 되고 눈에 띄는 흉터 역시 남지 않게 된다. 과거에는 뇌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일어서는 데만도 몇 주가 걸렸지만 이 시술법을 사용하면 며칠이면 된다.

현재까지 카삼은 750회 이상의 수술을 시행했으며(이 중에는 어린아이의 뇌에서 야구공만한 종양을 빼낸 수술도 있다), 다른 의사들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에서 이 같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그를 포함해 몇 명 안 되지만 이 시술의 이점이 널리 알려지면 더 많은 의사들이 코를 통한 뇌수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신경이나 혈관 같은 중요한 기관을 밖으로 내놓는 시술이 계속되는 한 저는 코를 통한 시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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