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학과의 학과장들, 교수 모임, 잡지 편집인들은 미국에서 가장 창의적이며 중요한 연구를 해낸 사람들을 찾아내느라 머리를 싸맸다. 그리고 이들은 열정이 넘치는 수 백 명의 후보자들을 진지하고 신중하게 추려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여기에 소개하는 10명이 가장 창의적이고, 가장 혁신적이며, 가장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이들은 기존의 탐구영역에서 벗어난 곳에서도 고통을 견디며 중요한 질문을 제기했으며,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이 찾은 해답 덕분에 더 까다로운 문제가 생겨났지만 그로 인해 이들은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게 됐다.
astronomy
DIY 망원경으로 새 행성 발견
가스파르 베이코스(31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베이코스는 직접 만든 망원경 네트워크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행성을 발견해 냈다.
6년 전 헝가리에서 온 천문학자 가스파르 베이코스는 뉴욕 맨하탄 어딘가의 중고 카메라 가게에 들어와 단돈 350달러로 좋은 망원 렌즈를 사려고 값을 흥정했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행성을 찾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으며, 당시 그와 3명의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은 작은 로봇 망원경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었다. 이 네트워크는 현재도 계속 커 나가고 있다.
베이코스의 계획은 매우 밝은 별 근처의 새로운 행성을 탐색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큰 천문 망원경은 필요 없었다. 스포츠용 사진을 찍는 데 많이 쓰이는 직경 4인치 정도의 렌즈만 있으면 됐다.
베이코스는 중고품 니콘 렌즈를 사들고 헝가리에 돌아와 망원경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몇 년 후 다른 과학자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
베이코스는 언제나 천문학자가 될 것을 꿈꾸어왔다. 5세부터 9세까지 나이지리아의 오지에서 지내는 동안 그는 따뜻한 모래에 등을 깔고 누워 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후일 부다페스트에서 10대 시절을 보내면서 그는 국립 천문대에서 20여명 가량의 사람을 모아놓고 저녁 천문학 모임을 가졌다.
이 시기에 그는 훗날 HAT 넷(헝가리 자동 망원경 네트워크의 약자)을 결성하는데 돈과 노력, 재주를 발휘한 3명의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을 만나게 된다.
또한 이 시기에 HAT 넷은 6개의 망원경을 보유했는데, 그 중 4개는 하와이에 있었고 2개는 애리조나에 있었다. 베이코스와 세 친구의 힘으로 설계, 제작된 이 망원경의 단가는 5만 달러가 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새로운 행성을 찾는다는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나사(NASA)의 SIM 플래닛퀘스트 우주천문대의 가격은 18억 달러나 된다.
베이코스의 DIY(자체 제작) 망원경은 광대한 하늘을 사진으로 찍으며 수 만개의 별이 뿜어내는 빛을 담았다.
그의 소프트웨어는 몇 시간 동안 별빛이 일시적으로 약해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것은 별과 지구 사이에 다른 행성이 지나가면서 별빛을 막아 생기는 현상이었다.
3년 동안 베이코스가 찾은 새로운 행성은 8개다. 그가 처음 찾은 HAT-P-1b는 이른바 ‘비만 행성’으로서 그 크기가 목성보다도 크지만 질량은 목성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밀도 역시 코르크 마개 수준이다. 그 행성의 공전주기는 지구 시간으로 5일 이하다.
HAT 넷이 성장하면서 베이코스는 망원경의 재설계 및 새로 찍은 사진을 저장할 서버를 놓을 선반 제작까지 모든 일에 관여했다.
1년에 행성 몇 개 발견한 것 자체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베이코스는 큰 열정을 가지고 행성 탐색에 매달렸다.
베이코스는 “이 행성들은 우리 태양계에 있는 행성들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이 행성들이 우리의 시야를 보다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neurology
뇌 암 치료를 위한 헌신적 노력
알프레도 퀴논-히노호자(39세), 존스 홉킨스 의대
전직 농부였던 그는 지금 수술실과 실험실에서 뇌 암과 싸우고 있다.
알프레도 퀴논-히노호자는 환자의 뇌에서 골프공만한 종양을 제거하는 6시간짜리 수술을 막 시작할 참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혈관을 건드릴 때마다 겁이 납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요.”
수술이 성공한다고 쳐도 환자가 장님이 되거나 벙어리가 되는 등 병세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 것을 미리 알 방법은 없다.
이에 따라 퀴논은 그 같은 상황을 바꿔 보기로 작정했다. 연구를 수행할 시간이나 정력이 있는 외과의사는 극소수지만 퀴논은 2가지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직업윤리 덕분에 20년 전에는 불법입국 농장 노동자에 불과했던 그가 현재 존 홉킨스 베이뷰 메디컬 센터의 뇌종양 프로그램 부장이 된 것이다.
그의 첫 번째 연구는 신경 줄기세포에 관한 것이다. 퀴논은 특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이 세포를 알면 뇌종양과 신경퇴행성 질병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능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줄기세포는 암 종양 속에서도 잘 발견된다. 퀴논은 줄기세포가 처음에는 종양에 맞서 싸우다가도 나중에는 종양에 포섭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가설을 내놓았다.
그의 두 번째 연구는 환자 10만명 분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일부 환자들이 다른 환자들과는 달리 수술 후 합병증을 겪는 다양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과학과 의학 두 방면에 깊숙이 발을 디딘 탓에 하루에 16시간이나 노동을 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퀴논은 뇌 암 환자 및 그 가족들과의 매일 같은 교류를 중시한다. 이 때문에 그는 뇌의 신비를 풀고야 말겠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매일 밤늦게까지 일을 하더라도 말이다. 그는 이렇게 되묻는다. “이걸 제가 안 하면 누가 할까요? 누군가는 앞장서서 해야 할 일입니다.”
astrophysics
블랙홀끼리의 충돌 탐지
프랜스 프리토리우스(34세), 프린스턴 대학
블랙홀끼리 충돌하면 서로 빙글빙글 돌면서 공간을 일그러뜨린다.
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블랙홀이 충돌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견했다.
블랙홀은 빛을 포함해 모든 것을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블랙홀의 중력 에너지만을 가지고 그 자취를 찾을 수밖에 없다.
두 블랙홀이 충돌하는 것은 우주에서 가장 큰 힘이 충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5억개의 초신성이 한꺼번에 대소동을 일으키는 수준의 격변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그 결과 생기는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충돌이 일어나는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제작된 최초의 중력파 감지기는 이미 작동 가능한 상태며, 그 외에도 여러 대의 감지기가 향후 수 십 년 동안 데이터를 모을 것이다.
중력파를 주변 소음과 구분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할 때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는지 재현해야 한다.
그들은 우주공간을 3차원 격자눈금(3-D grid)으로 바꾼 후 그 위에 있는 수백 만 개의 점에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방정식을 대입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컴퓨터로만 해낼 수 있는 계산이지만 전화를 통한 의사전달 게임과 마찬가지로 계산 과정에서 작은 실수가 빠르게 누적되면 정보는 쓸모없게 된다.
4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로 중력파를 재현하려는 그룹은 이 같은 문제에 항상 직면하고 있다.
이 때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의 학자인 프리토리우스가 나타나 혼자의 힘으로 1년 만에 이 문제를 풀어 보였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블랙홀이 충돌할 때 어떤일이 일어날지 예견하는 것이였다.
그는 어깨를 움츠리며 회상했다. “저는 이 것을 한방에 끝내 보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것을 실현하려고 일했지요.”
그의 동료들 생각은 달랐다. 몬태나 주립대학의 물리학자인 닐 코니시는 “그 것은 마치 당장 차고에 달려가 작동 가능한 새턴 5형 로켓을 혼자 만들어 달까지 날려 보내겠다는 소리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리토리우스가 몇 달 만에 성공하자 동료들의 생각은 달라졌다.
코니시는 “프리토리우스는 그 일을 성사시킴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궁에서 탈출할 길을 열어 주었다”고 평가했다.
프리토리우스는 아인슈타인 이론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는 거대 강입자 충돌 가속기(내년 봄 가동될 제네바에 있는 입자 가속기)에서 소립자가 충돌하면 작은 블랙홀이 생기는지를 살펴보는데 자신의 모델을 사용할 예정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기존의 3차원 이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차원이 있는 우주, 즉 다중(多重) 우주에 살고 있다는 최초의 증거가 될 것이다.
microbiology
박테리아 사이의 교신 차단
헬렌 블랙웰(35세),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 박테리아 사이의 교신을 차단한다.
헬렌 블랙웰은 말하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웃었다. 그리고는 멋쩍게 말했다. “저는 말이 아주 많아요.”
그건 사실이었다. 그녀는 18분 동안 쉬지 않고 말을 해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화의 주제는 세포 간의 교신을 차단하는 방법이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그녀가 주로 거론하는 것은 박테리아였다. 블랙웰의 설명에 의하면 감염을 유발하는 이들 박테리아는 그 자체로는 꽤 게으른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큰 무리를 이루고 서로 교신을 하게 되면 매우 날쌔진다. 단체감각이라는 과정을 통해 박테리아 집단은 행동을 조정하고, 성장 방식을 변경하며, 인간의 면역체계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보호막인 바이오 필름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신호를 보낸다.
이 과정 때문에 우리의 몸은 박테리아 감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 하지만 블랙웰이 내놓은 해법에 의하면 정확히 75종의 박테리아만이 이 같은 과정을 수행한다.
그녀의 실험실에서는 단체감각 때 나오는 화학물질과 거의 유사한 화합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녀가 이 화합물을 성장하는 박테리아에 투여하자 박테리아를 죽이지 않고도 박테리아 사이의 교신이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항생물질은 우리 몸속의 모든 박테리아를 공격하며, 장내 박테리아처럼 인체에 유익한 것도 함께 공격한다.
또한 항생물질은 인체의 소화기능에 간섭하므로 항생물질에 대한 내성이 생기게 된다.
블랙웰의 화학물질은 특정 박테리아만을 표적으로 하며, 그들이 바이오 필름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감염을 일으키지 못하게 막는다.
또한 우리 몸에 유익한 박테리아는 공격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그녀는 “오직 유해한 박테리아만을 공격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 화학물질은 상처에 바르는 크림이나 이식기기용 코팅제 등 의료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장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블랙웰은 기본 연구도구로도 이 물질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
일부 박테리아들은 숙주를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게 해 주며, 또 다른 박테리아들은 식물에 질소를 공급해준다. 블랙웰은 이 같은 박테리아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cognitive science
마음의 이론 증명하는 원숭이 경제학자
로리 산토스(32세), 예일 대학
그녀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됐던 경제적 선택을 영장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한 살 박이 작은 원숭이들이 하나 둘씩 작은 나무줄기 위로 기어 올라간다. 그리고는 작은 연못 위에서 멋지게 매달리기를 하다가 4.5m 아래의 흙탕물 속으로 떨어지며 소리를 질러댄다.
이 원숭이들은 푸에르토리코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 카요 산티아고에 사는 800마리의 짧은 꼬리 원숭이 무리 중 가장 나이 어린 것들이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거친 ‘다이빙 대회’는 점심식사용 우리(주변에 쇠사슬 울타리가 쳐진 피크닉 테이블과 창고)의 명당자리에서 선 블록을 잔뜩 바르고 그날의 실험을 준비하고 있던 로리 산토스와 그녀의 예일대 학생들에게 기가 막힌 볼거리가 됐다.
산토스는 하버드 대학 1학년이던 1993년부터 진화생물학자인 마크 하우저의 지휘 아래 카요 산티아고에서 원숭이를 연구했다.
현재 예일대학 부교수이자 원숭이 실험실장인 산토스는 동물의 인지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그녀가 면밀히 계획한 실험을 실행하는 학생들을 감독하고 있다. 실험의 목표는 영장류의 사고력을 인간과 비교하는 것이다.
산토스의 원숭이 실험 중 가장 주된 것은 동물 각 개체가 다른 개체의 신념이나 지각 상태를 추측할 수 있다는 ‘마음의 이론’을 증명하는 것.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상당히 고난도의 실험이다.
이 같은 개념은 수 십 년 동안 인지과학계에서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많은 학자들은 마음의 이론은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며, 인간을 다른 종과 구분해주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주장해 왔다.
산토스는 꽁지머리를 한 두 명의 여자 학부생을 데리고 점심식사용 우리를 나서며 문을 잠갔다. 두 학생은 모두 파란색 운동복과 흰색 티셔츠, 커다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섬을 건너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산 속으로 들어갔다. 산토스는 혼자 있는 수컷 짧은 꼬리 원숭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까닥여 그 원숭이의 주의를 끈 다음 원숭이의 눈앞에서 걸어 나갔다. 그렇게 하고 난 후 학생들에게 두 사람 모두 똑같은 종이 접시 위에 포도를 담아내라고 지시를 내렸다.
두 학생이 발 앞에 종이접시를 내려놓고 그 중 한 사람이 산토스의 지시에 따라 뒤로 돌아 서자 원숭이는 그 학생이 감시를 안 하는 것으로 알고 그 앞의 접시에 있는 포도를 낚아챘다.
산토스는 이 같은 실험을 100차례 넘게 했는데, 원숭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확률은 90% 이상이었다. 이 실험은 그녀의 다른 실험과 마찬가지로 단순했으며, 고상한 이론적 근거를 갖추어 심리학계에도 알려졌다.
그녀의 실험은 원숭이들도 인간처럼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특히 그녀는 코네티컷에서 영장류의 경제생활 영역에 대하여 노벨상을 탈만한 발견을 해 냈다.
그녀는 예일대학 신경과학 및 경영대학 동료들과 함께 실험실에서 흰 턱 꼬리감기 원숭이를 상대로 기본 경제 원리를 실험했다. 그녀의 접근방식은 이렇다. 원숭이가 추론 과정에서 인간과 동일한 오류를 범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부분의 경우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동물이 인간 인식능력의 우수한 부분을 모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살핍니다.
아직 인간의 실수나 편견 등 멍청한 행위를 따라하는지 주목한 연구자는 없습니다. 영장류가 인간과 유사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살펴보면 그들이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산토스의 흰 턱 꼬리감기 원숭이들은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과 유사한 오류를 끊임없이 저질렀다.
원숭이들도 이미 가지고 있는 자산을 너무 과대평가해 손실을 초래한다거나 기존 정보를 과신한 나머지 제기된 기준점에 대한 편견 등을 보인 것이다.
토큰을 돈처럼 사용하게끔 교육받은 흰 턱 꼬리감기 원숭이들은 사과 조각 2개를 받기로 약속받았지만 실제로는 1개만 나오는 상황보다 사과 조각 1개를 받기로 약속받았지만 실제로는 2개가 나오는 상황을 더 선호했다.
물론 두 상황 모두 원숭이들은 사과 값으로 같은 금액을 지불했으며, 사과가 2개 나오건 1개 나오건 똑같은 잔돈이 남았다. 하지만 고전적 경제이론에서는 동물이 다른 선택에 비해 특정 선택을 선호하는 등 경제적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실제로는 동물들이 손해가 나지 않는 쪽으로 선택을 했고, 이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실험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는 행동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산토스 같은 인지과학자는 물론 경제학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경제의 고수들은 경제적 실수를 비교적 많이 저지르는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경제를 다루는 뇌의 특질이나 신경조직이 더욱 진화돼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산토스는 이렇게 말한다.
“연구를 할수록 인간 행동을 진화론적 견지에서 보게 됩니다. 우리의 일부 불합리한 점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은 철학적으로 봐도 멋진 일이지요.”
GEOGRAPHY
초정밀 지도 제작자
그렉 애스너(39세), 스탠포드 대학 카네기연구소
한 꺼풀씩 벗겨진 이 다중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애스너의 작업은 극도로 정밀하다.
모든 주변 환경을 지도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하다.
그렉 애스너는 학부의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마치고 몇 년 되지 않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직장에 취직했다. 그곳은 하와이 자연보존위원회였다.
빽빽한 열대우림을 뚫고 침입 외래종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등의 고된 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곳의 일을 좋아했다.
하지만 거기서 한줌의 현장 인력이 모은 빈약한 데이터를 가지고 내린 중대한 토지관리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실망하기도 했다.
15년이 흐른 현재 애스너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항공 데이터 수집 수단을 가지고 어지러운 숲의 지도를 이전보다 더욱 체계적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2005년 그는 아마존 우림의 이른바 ‘선택 벌채’에 대한 10년간의 연구로 찬사를 받았다. 선택 벌채란 가장 상업성이 높은 나무만을 베어내는 것인데, 환경에 미치는 피해는 사실상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애스너는 수 십 년 묵은 랜드샛 위성에서 나무 하나까지 또렷이 볼 수 있는 고화질 화상을 얻을 수 있는 신호처리 방식을 고안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픽셀 하나하나까지 철저히 뚫었다고 한다. 그는 나무 하나를 베는 과정에서 주변의 나무 최대 25그루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이 같은 랜드샛 작업도 작은 쌍발 항공기를 타고 하와이 우림 상공에서 벌이는 애스너의 최신 프로젝트에 비하면 시대에 뒤진 것이다.
레이저를 초당 10만 번 발사해 숲의 3차원 지도를 만드는 레이저 스캐닝 기술, 144개 빛의 대역을 볼 수 있는(랜드샛은 불과 6개) 하이퍼 분광 이미징 기술이 바로 그것. 특히 애스너는 미사일 유도 기술에서 파생된 탄도 시스템을 가지고 숲의 나무 위치뿐만 아니라 숲에서 뿜어내는 화학물질까지 완벽히 나오는 지도를 만들 수 있다.
그의 장비는 해당 지역의 수분을 측정해 가뭄이 올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으며, 질소 농도를 측정해 어떤 침입 외래종이 가장 빨리 퍼지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탄소 농도를 측정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식목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애스너의 기술은 사상 최고의 속도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하루에 자그마치 4,900만평의 토지에 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애스너는 이렇게 말한다. “항상 졸립지요. 돈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마치 신생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대신 우리에게는 찾아야 할 진실이 있습니다.”
INFORMATION SCIENCE
인터넷 세계의 문제 해결사
에민 귄 지러(36세), 코넬 대학
그는 정보화 시대에 자주 발생하는, 그러나 해결이 거의 불가능한 문제들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에민 귄 지러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웹사이트를 공략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약점은 FBI가 아닌 인터넷에 있었다.
인터넷 브라우저에 ‘www.fbi.gov’라고 주소를 입력할 때마다 이 같은 주소 요청은 공중전화부스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여러 서버를 통해 전달된다.
지러는 이 같은 디렉토리 중 많은 수가 공격에 취약하며,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FBI 사이트로 가는 경로를 재설정해 악의적인 가짜 FBI 사이트로 가게끔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지러의 코넬 대학교 동료인 켄 버만은 “아무도 그런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면서 “귄이 처음으로 문제를 밝혀냈고, 그 해결책도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그의 해결책이란 무엇일까. 바로 인터넷 전체를 재조직하는 것이다. 지러는 수천대의 작은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분배함으로써 공격에 취약한 중앙 서버가 필요 없는 설계안을 내놓았다.
이 같은 전략은 현재 전 세계 학술 네트워크인 플래닛랩 내의 웹사이트를 지키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언젠가는 전체 웹사이트에 적용될 것이다.
한 때 인공지능을 연구해보고도 싶었던 지러는 “나중에야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매우 근본적인 것임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사실 인터넷이 처음부터 제대로 풀린 것은 아니다. 목적에 맞게 설계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의 경우 처음에는 연구 프로젝트였다. 웹이 발전하면서 이것저것들이 그냥 저냥 하나로 대충 뭉쳐 모양을 갖추게 됐다.
지러가 지적하듯이 어떻게 해야 모든 것을 무리 없이 움직일지 조직 구조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지 않고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현재 지러의 계획은 인터넷의 오래된 문제인 사칭 행위를 근절하는 것이다. 지러는 사칭하는 사람과 스팸메일을 진짜 사진과 이메일로부터 구분하기 위해 파일의 제작 방식을 알려주는 운영체계를 개발해왔다.
예를 들어 디지털 사진 파일에 촬영된 위치와 시각이 실려 있으며, 한 픽셀만 고치더라도 사진의 진실성에 대한 가상 인증은 무효화되는 방식이다.
얼마 안 있어 FBI는 인터넷 세계 최대의 거짓말 탐지기를 개발한 지러의 공로를 치하하게 될 것이다.
CYBERNETICS
뇌로 제어되는 로봇 손
요키 마츠오카(36세), 워싱턴 대학
마츠오카의 로봇 손가락은 사람의 손가락을 그대로 모방했다.
그녀는 인간과 대단히 흡사한 로봇 손을 만들어 냈다. 이제는 로봇 손을 인간의 뇌에 연결할 차례다.
요키 마츠오카는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될 꿈을 꾸며 자랐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평범한 테니스 팬은 아니었다.
코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두뇌가 손을 제어해서 라켓을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각도로 움직이게 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마츠오카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개의 로봇 손을 만들어 보고 나서도 아직까지 똑같은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마츠오카는 인간의 뇌로 제어돼 실제 손과 똑같이 움직이는 로봇 손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대학원 재학 시절 MIT의 유명한 인간형 로봇 ‘COG’의 손을 만든 적도 있는 마츠오카는 아직도 미개척 분야인 뇌-기계 인터페이스 분야의 선구자다. 뇌-기계 인터페이스는 뇌 신호로 외부 기기를 조종하는 것을 말한다.
그녀의 새 프로젝트는 원숭이가 손가락이 3개 달린 로봇 손을 사용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시제품에는 엄지손가락, 가운뎃손가락, 약지 손가락에 달려있는 모든 힘줄과 근육이 다 재현돼 있다.
그녀의 실험을 들여다보자. 우선 원숭이는 음식이 든 병 앞에 앉아있다. 원숭이의 양팔은 묶어놓고 원숭이의 뇌는 마츠오카의 로봇 손과 팔을 제어하는 컴퓨터와 전극을 통해 연결된다. 이 컴퓨터는 원숭이의 뇌 신호를 해석해 로봇 팔과 손을 움직인다.
일이 잘 풀려준다면 원숭이는 로봇 손과 팔을 마음대로 움직여서 병을 열고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이 뇌 신호를 받아 물체를 움켜쥐는 등 간단한 동작을 하는, 즉 제어 가능한 의수족을 연구하고 있을 때 마츠오카는 손가락 관절 위에서 동전을 돌리는 등의 복잡한 동작을 실현하고 싶어 했다.
영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사용하는 것 같은 완벽한 로봇 손과 다리를 만드는 게 마츠오카의 최종 목표다.
그녀는 대부분의 수족절단 장애인들이 비록 손발은 잃었지만 손발에 신경신호를 보내는 능력은 아직 살아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녀는 “장애인들의 뇌는 장애를 입은 후에도 이전과 똑같이 기능한다”면서 “그 힘으로 새로운 로봇 손을 제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MEDICAL IMAGING
마음을 들여다보는 현미경
마크 슈니처(37세), 스탠포드 대학
뉴런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사소한 생각도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현미경.
마크 슈니처의 실험실에 가 보면 줄에 묶인 채 뛰어다니는 쥐들을 볼 수 있다.
얼핏 평범한 신경과학자의 실험실로 보이겠지만 쥐들의 머리 위에 조그마한 모자가 씌워져 있는 게 다르다.
플라스틱으로 된 이 작은 모자에는 머리카락보다 조금 굵은 투명 섬유다발이 들어있는데, 이 섬유에는 뉴런 하나하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강력한 렌즈가 달려 있다.
슈니처는 "작은 바늘이 보이냐"며 가느다란 섬유가 빛을 받아 잘 보이도록 꺼내놓았다.
그는 “우리는 이것을 쥐의 뇌에 직접 연결해 이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뇌의 영역을 관찰한다”면서 “이 섬유는 뇌 깊숙한 곳에서 세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자들에게 처음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슈니처가 항상 미지의 생물학 영역을 동경해온 것은 아니다. 그는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프린스턴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체의 영역을 탐사하는 데 흥미를 가지게 됐다.
그는 처음 세포 내의 소립자 ‘모터’가 뿜어내는 힘을 측정하는 방법의 개발을 도왔다.
그리고 곧 가장 중대한 해부학의 의문을 풀게 됐다. 간단하기 그지없는 뉴런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작용해 사고를 하고 기억을 하는지 말이다.
의사들은 MRI와 CAT를 통해 뇌 전체의 포괄적인 영상을 보기는 했지만 뇌세포 단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각개 뉴런에 초점을 맞춘 슈니처는 우선 뇌 영역에 형광 염료를 주입했다. 그런 후 뇌에 렌즈를 집어넣고 티타늄 사파이어 레이저를 비추었다.
레이저의 출력은 염료가 빛을 발해 원하는 뇌의 영역만 빛을 흡수해 빛나는 정도였다. 이런 방식으로 활동 중인 뉴런의 생생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베일러 의대의 신경생물학자인 론 데이비스는 “행동을 통제하는 뉴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마크의 연구는 신경과학계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슈니처는 쥐가 기억을 어떻게 저장하고 망각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잘못되었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신경 현미경을 사용해 관찰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이 새로운 도구가 주는 가장 큰 쾌감은 다른 과학자들이 이 도구를 창의적인 용도로 이용할 때다. 슈니처는 “이 기기를 찾는 사람이 있을 때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MATHEMATICS
미세유체공학의 이론 배관공
마틴 베이전트(37세),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엔지니어 가문에서 수학자가 태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틴 베이전트의 이론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는 모두 뛰어난 토목기사 였다.
베이전트가 연구한 미세유체의 신기한 움직임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휴대형 진단 실험실, 축소판 약물 주입기, 그 밖에 여러 가지 기지들을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기지들이 생긴 것은 역사가 짧은 학문인 미세유체공학 덕분이다.
미세유체공학은 열성적인 수학자가 자신의 실력을 응용하기에 최적의 영역이다. 이론과 실제 세계의 사고방식이 잘 어우러진 곳이기 때문이다. 그의 안내를 받아 칩 크기만 한 미세유체공학 연구실로 들어가 보자.
그 안에는 사람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에 불과학 채널 수 천개가 사람의 혈액 표본에서 세포 하나하나를 불리해내 여러가지 실험기기안으로 쏘아 보낸다.
휴대형 기기의 특징은 극소량의 표본만을 필요로 하는 것만이 아니다. 베이전트는 "한 번에 수백, 수천가지의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8미크론 크기의 혈액 세포를 10미크론 굵기의 파이프에 넣었다는 사람은 아직없다. 그렇게 하는데 필요한 기계의 크기나 전압의 양은 현실 세계에 있음직한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다. 베이전트는 동전기학을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자장을 사용해 충전된 입자를 액체 포켓에 넣는 것이다. 물론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이 같은 현상을 관찰해 왔지만 이 현상을 이용하려고 만든 기계는 채널 안에 액체를 일직선으로 쏘아 넣는 기능 밖에는 없었다.
베이전트는 미세 수준에서 액체를 통제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수학적 구조를 창안했다. 이구조는 채널 내에 배열된 전극들이 컨베이어 벨트처럼 액체를 움직이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여러가지의 교차점에 세심하게 배차된 작은 금속 막대기들을 사용하고 흐름을 적절히 적용함에 따라 다양한 방향에서 오는 액체의 흐름을 특정한 경로로 흐르도록 조절할 수 있다.
베이전트는 전선 한 줄을 미세유체의 흐름을 제어하는 교통경찰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 몇몇 그룹이 그의 아이디어를 사용한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베이전트느느 실험을 기피하지 않는다. MIT 엔지니어들이 만든 최신 미세유체 펌프 시제품 중 하나는 배터리 동력을 사용하는 기존 제품보다 10배나 더 빠르다.
원래의 요구사항은 기존 펌프보다 약간만 더 빨라도 되는 것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이론가도 결국 엔지니어가 될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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