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항공기 무게에 얽힌 재료와 설계의 비밀

제트엔진을 장착한 이후 항공기는 대량의 승객과 화물을 싣고 높은 고도에서 빠르게 비행하게 됐다.

이 같은 조건에서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하려면 기체 구조가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한다.

따라서 항공기는 각 부분별로 그 특성에 맞는 재료를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 항공기 설계 역시 무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돼 오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카리스쿨

기체 재료, 강성 크고 탄성 있어야

항공기의 기체를 구성하고 있는 재료는 종류가 매우 많다. 철 합금, 비철 합금, 비금속 등 각 부분에 다양한 재료들이 골고루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종류라도 기체의 재료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강성’이 커야 하고, 적절한 ‘탄성’이 요구된다.

강성이란 외부에서 힘을 가했을 때 그 힘에 대해 저항하는 힘을 말하며, 탄성은 외부에서 가해진 힘에 의해 변형됐던 물체가 힘이 사라졌을 때 원상태로 돌아가는 성질을 말한다.

또한 기체 재료는 주위 온도 변화에 성질이 변하지 않아야 하고, 물체에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후 그 물체가 파괴되는 현상인 피로 파괴에도 강해야 한다.

항공기가 대규모 여객 수송이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알루미늄의 합금인 두랄루민(duralumin)의 실용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1930년대부터 비행기 재료로 사용된 경금속 두랄루민은 강철과 비슷한 강도에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이는 비중이 7.83인 강철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그만큼 두랄루민은 가벼우면서도 강철과 비슷한 강도를 가진 재료인 셈이다.

이후 초두랄루민, 초초두랄루민 등의 개량된 합금이 발명돼 연강(탄소 함유량 0.2%전후)의 1.2∼1.4배의 강도를 지니게 됐다. 가공하기 쉬우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알루미늄의 합금이 항공기 재료의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이다.

하지만 비행 속도가 마하 2.7 이상이 되면 항공기 기체 표면의 온도가 200℃ 정도로 상승, 두랄루민과 같은 알루미늄 합금의 강도가 떨어지게 돼 항공기의 기체가 견딜 수 없게 된다.

이처럼 마하 이상의 고속으로 비행하는 기체 구조에 사용되는 재료가 바로 티타늄 합금(titanium alloys)이다.

티타늄 합금은 연강의 2∼3배나 되는 강도를 지니며, 비중도 작다. 특히 반복적인 힘의 작용으로 인해 재료의 강도가 저하되는 피로 현상에 강하고 부식에도 강한 장점이 있다.

반면 소재의 값이 비싸고 가공이 어려워 일반 항공기에는 방화벽, 내열벽 등 일부분에만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크롬, 몰리브덴, 니켈이 들어간 합금은 엔진의 지지대를 비롯해 볼트, 너트, 손잡이 또는 조종간 등 하중이 집중되는 부분에 사용된다.

스테인리스강은 내열성이 우수해 방화벽에 많이 사용되며, 마그네슘 합금은 내식성이 강해 기어 부분에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금속재료 이외에 유리섬유 또는 탄소섬유 등의 복합재료가 등장했다.
최초로 실용화된 것은 유리섬유강화 플라스틱(FRP)이었지만 하중이 가해졌을 때 변형이 심해 탄소섬유강화 복합재료(CFRP)가 주로 쓰이게 됐다.

이 복합재료는 비중이 1.5로서 철의 약 6분의 1 수준이면서도 특수강에 버금가는 강도를 가지고 있어 알루미늄 합금을 전부 대체할 경우 항공기 무게를 최대 20% 이상 줄일 수 있다.

이미 기체 구조물에 탄소섬유강화 복합재료를 사용한 항공기가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아무리 힘을 가해도 늘어나지 않는 아라미드섬유는 최고의 플라스틱 보강재로 쓰이고 있다.

기체 무게 최소화하는 설계



기체에 사용되는 재료뿐만 아니라 설계 역시 무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돼왔다. 가장 먼저 사용된 설계는 트러스(truss) 구조다.

지난 1903년 첫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형제가 사용한 날개 구조로 유명한 트러스 구조는 막대기를 삼각형으로 연결하고 이를 계속 반복시켜 힘을 지탱하는 구조형식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송전탑의 골격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구조는 초기의 항공기에 많이 사용됐지만 현재는 일부 초경량 항공기에만 적용되고 있다.

트러스 구조는 설계가 쉽고, 제작 또한 쉬운 장점이 있지만 구조재가 내부 공간을 가로지르고 있어 여객기나 화물 수송용 항공기 등 공간을 필요로 하는 항공기에는 부적절한 구조다.

또한 힘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직선구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유선형의 외형을 만들기 어렵다.

트러스 구조 이후 개발된 기술이 모노코크(monocoque) 구조다. 모노코크는 희랍어의 모노(Mono)와 프랑스어의 코크(Coque)를 합친 말로 모노는 하나를, 코크는 계란과 같은 빈 껍데기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모노코크 구조는 트러스 구조의 골격과 달리 껍질(skin)로만 이루어진 구조이다. 우리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밥그릇, 돼지 저금통, 드라이기 등 많은 물건들에 사용되는 구조다.

돼지저금통처럼 딱딱한 껍데기로 내부의 공간을 보호하는 모노코크 구조는 트러스 구조에 비해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트러스 구조와 달리 뼈대가 없고 껍질만 있는 만큼 제작비가 적게 든다.

반면 모노코크 구조의 최대 단점은 만들려는 구조물의 크기가 커지면 재료의 강성이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얇은 종이로 작은 크기의 종이상자를 만들면 어느 정도 강도가 유지되지만 동일한 종이로 큰 상자를 만들면 힘없이 주저앉게 된다.

결국 모노코크 구조는 기체를 대형화할 경우 그만큼 두꺼운 재료를 써야하고, 동시에 무거워지게 된다. 또한 강도만을 고려해 단단한 재료를 쓰면 깨지기 쉽고 가공이 어렵게 된다.

이 같은 이유로 모노코크 구조는 널리 이용되진 못했지만 최근에는 강성이 높은 복합재료의 개발로 이전보다는 이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트러스 구조와 모노코크의 장점을 결합한 기술이 세미 모노코크(semi-monocoque) 구조다.

세미 모노코크 구조는 기체 외벽 형태의 골격과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골격은 형태를 유지하고 항공기에 걸리는 대부분의 하중을 담당한다.

껍질은 유선형의 외형을 만들어주고 공기에 대한 압력을 골격에 분산, 전달함으로써 하중의 일부를 담당한다.

이 같은 세미 모노코크 구조는 내부 공간이 넓을 뿐 아니라 큰 힘도 견딜 수 있으며 외형의 곡면처리도 가능하기 때문에 현대의 거의 모든 항공기들은 세미 모노코크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세미 모노코크 구조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제작에 고가의 설비와 장비, 고도의 기술 등 부담이 되는 요소가 많아 초경량 항공기 등 소형 항공기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모노코크 구조의 장점인 넓은 공간을 살리고 세미 모노코크 구조의 제작상의 어려움을 보완한 것이 샌드위치 구조다. 이는 얇은 두 장의 판재 사이에 벌집 모양의 하니컴 코어나 스티로폼 등을 접착해 하나의 판을 만드는 것인데, 최근 접착기술의 발달로 현실화된 구조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가볍고 강성이 높은 판재를 만들 수 있다. 종이박스나 골판지 등이 모두 샌드위치 구조다.

즉 3장의 종이를 겹쳐 붙였을 때 보다 중간의 한 장을 골판지 형태로 접착했을 때 보다 높은 강도를 보이는 것이 바로 샌드위치 구조의 장점인 것이다.

샌드위치 구조는 최근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아직은 접착 구조의 내구성 문제, 자외선에 의한 자연부식 방지 처리 문제, 수리의 어려움, 제조 공정의 비용 문제 등으로 항공기 외부용 구조물로는 일부 분야에 한정돼 사용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