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국 공군, 첩보위성 감시체계 구축한다









지금 한반도 상공에는 약 600개의 정체 모를 위성이 돌고 있다. 이 중에는 미국, 러시아 등 우주 강국들의 첩보위성도 많은데, 이들에 의해 우리의 군사 및 산업시설 정보가 아무런 통제 없이 흘러나가고 있다. 현재 한국 공군은 세계 주요국의 첩보위성 정보를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NORAD는 전체 첩보위성 정보의 극히 일부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공군은 전국 5곳에 광학망원경을 설치, 첩보위성을 감시하는 체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한국 공군이 창설 이래 처음으로 한반도 상공을 돌며 국내의 군사 및 산업시설 정보를 캐가고 있는 해외 첩보위성(spy satellite)의 실체를 추적, 감시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 상공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위성 약 600개가 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군 당국은 자력 감시체계를 확보하지 못해 미국이 제공하는 일부 첩보위성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다.

자력 감시체계가 구축되면 사실상 첩보위성 ‘무방비 상태’에서 벗어나 문제의 위성이 한반도 상공에 나타나기 전에 중요한 군사 및 산업정보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첩보위성 감시

지난달 8일 한국 최초의 우주인사업 참관을 위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은 “오는 2012년부터 위성과 우주를 감시할 수 있는 광학망원경을 설치해 외국 첩보위성을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군은 첩보위성 추적에 필요한 국내 천문관측 지점으로 강원도 화천군과 전북 무주군을 우선 선정하는 한편 우주관측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천문연구원과의 공동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 착공에 들어간 화천군 사내면 광덕산 중턱의 화천천문과학관과 국내 반딧불이 서식지로 유명한 무주군 설천면 백운산 인근 반디별천문과학관은 연간 100일 안팎의 청정 날씨가 지속돼 안정적인 감시가 가능한 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군의 한 관계자는 “김 총장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하기 전인 4월 2일 비공개로 화천군, 무주군과 민간협력 우주감시체계 구축 협력에 관한 합의서(MOU)를 체결하는 등 감시체계 구축 작업이 이미 본격화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천문연의 한 관계자는 “공군이 이 같은 방식으로 최종 전국 5곳에 천문관측 사이트(site)를 확정하면 한반도 상공 전역을 빈틈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광학 감시체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과정에서 천문연은 자체 기술력으로 첩보위성 관측이 가능한 1m급 광학망원경을 조립·제작해 화천군, 무주군 등의 지방자치단체 천문대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첩보위성 무풍지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권 밖에서 오늘도 수 백 개의 첩보위성이 한반도 영공을 촬영하고 있다. 어느 지역의 곡물 작황이 좋고 나쁜지 여부부터 한국 군대의 이동 현황, 원자력발전소 등 기간시설, 기업 연구시설 등 주요 국가 관련 정보가 모두 수집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청와대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수단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감시체계 추축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군 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지난 수 십 년 간 세계 각국의 첩보위성들은 한국 군 당국의 아무런 통제와 감시를 받지 않고 ‘제 집 드나들 듯’ 한반도를 감시해왔다. 눈에 보이는 대기권 내 영공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는 자주국방의 원칙이 우주궤도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았던 것. 물론 우주영공에 대한 군 당국의 무지와 감시체계 기술 부족이 결정적인 이유다.

군 당국자는 “공군의 개념이 항공우주군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아직까지 한국의 첩보위성 관련 정보획득 수단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솔직히 고백했다.

과학계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우주 강국의 첩보위성에 빼앗긴 국내 주요 군사 및 산업시설 등의 정보가치가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단적으로 “한반도 상공에 정체를 모르는 위성 600개가 지나가고 있다”는 공군 참모총장의 고백은 그동안 한반도가 외국 첩보위성에 얼마나 무방비상태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비판 속에 전문가들은 그나마 최소한 첩보위성의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 대응할 수 있는 견제수단을 마련하게 됐다며 안도하고 있다.

감시의 과학적 원리



공군과 감시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 중인 천문연에 따르면 첩보위성 감시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문제의 위성들은 이른바 저궤도 위성이라고 불리며 궤도 1,000km 미만에서 집중 활동하고 있다.

목적은 다르지만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씨가 머물렀던 국제우주정거장(ISS)은 평균 고도 352km의 저궤도 위성에 속한다. 지구궤도에 가깝다 보니 이동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불과 90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초속 7.7km) 돌 수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첩보위성을 잡아내는 방법은 크게 광학적 방식과 레이더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이 중 공군은 앞서 언급한 정밀한 광학망원경을 이용하는 광학적 방식을 우선 도입하게 된다. 이후 레이더 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감시체계의 정밀도를 더욱 보강한다는 구상이다.

임홍서 천문연 우주과학연구부 박사는 “밤하늘에 이동하는 첩보위성을 ‘찰칵’하고 촬영한다고 치면 ‘찰’에서 찍힌 점(첩보위성)과 ‘칵’에서 찍힌 점 사이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궤도와 속도를 파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감시체계 구축의 효과

감시체계가 완료되기 전까지 공군은 여전히 세계 주요국의 첩보위성 정보를 북미항공우주방위군(NORAD)에 의존해야 한다.

윤한배 천문연 천문정보센터장은 “대전 본원 광학망원경으로 사전 조사를 실시한 결과 NORAD가 한국에 제공한 정보와 상당히 다른 위성 순회가 한반도 상공에서 이뤄지고 있었다”고 말해 NORAD가 군 당국에 전체 첩보위성 정보의 극히 일부만 제공해왔음을 짐작케 했다.

따라서 한반도 상공을 순회하는 600개 안팎의 미확인 위성의 궤도정보를 모두 파악하게 되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첩보위성인지 혹은 우주쓰레기(통제 불능 인공위성, 위성발사 분리체)인지 여부를 선별, 첩보위성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첩보위성 감시체계 구축으로 당장 국민들에게 이득이 돌아가지는 않지만 자주국방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래 자국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상황을 상정하더라도 감시체계는 가장 기초적인 자주국방 능력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의 우주 자산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도 상당한 무형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임홍서 천문연 박사는 “당장 오는 12월 고흥 외나로도에서 자력 발사될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1)가 우주궤도 진입 중 수 많은 위성 및 우주쓰레기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축적된 위성 DB를 바탕으로 이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비행 궤적을 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계고장으로 궤도에서 서서히 이탈, 자연 낙하하고 있는 우주쓰레기의 경우 한반도에 떨어질 가능성을 미리 예측, 추락 전 요격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고장 난 위성에 탑재된 히드라진과 같은 연료물질의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21일 고장 난 첩보위성을 미사일로 격추한 바 있다.

언제 보유하나

외국 첩보위성 감시와 역(逆)으로 우리가 첩보위성을 보유할 날은 언제가 될지도 관심이다. 일단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군 당국과 국내 최고의 위성기술을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언제가 될 지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사실 첩보위성은 수십 cm급 초정밀 해상도를 갖춘 위성에서부터 지상 대화까지 도청할 수 있는 통신위성, 미사일 엔진 실험 등을 포착해내는 열 감지 위성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에서 일반인에게 강하게 각인돼 있는 첩보위성은 영화에서처럼 도로 위를 주행하는 차량의 번호판까지 식별할 수 있는 초정밀 해상도 감시위성이다.김학정 항우연 위성기술사업단장은 “현재 우리가 인공위성에 탑재할 수 있는 망원경의 해상도는 1m급 수준으로 미국, 러시아 등 위성 강국의 10cm급까지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m급 위성의 경우 가로와 세로가 각각 1m터인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10cm급 초정밀 해상도 위성은 가로, 세로가 10cm인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볼 수 있어 면적으로 따지면 해상도 차이가 100배에 이른다.

김 단장은 “해상도를 10~20cm 수준으로 낮추는 기술은 미국, 러시아를 빼 놓고는 아직 다른 선진국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어 “이 같은 기술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첩보위성 제작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 부담까지 고려하면 솔직히 언제까지 첩보위성을 만들 수 있을지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이재철 서울경제 기자 hummi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