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UBC 공대생들이 폭스바겐을 다리에 매달기까지는 채 6분도 걸리지 않았다. 학생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 폭스바겐 매달기 위한 준비 작업
스탠 존슨(가명)은 라이온 게이트 다리에 폭스바겐을 매다는 묘기를 구상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학생이지 아직 알 것 다 아는 엔지니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해냈어요.”
3학년 진급을 앞두고 있던 2006년 여름. 키가 크고 흐트러진 머리를 한 존슨은 웃자란 사과 과수원에서 1960년대에 생산된 중고 폭스바겐을 발견했다.
물론 과거에도 폭스바겐을 매다는 장난은 있었지만 원래 어느 코미디언이든지 더욱 나은 개그를 선보이고 싶어 하기 마련이며, 그것은 UBC 공대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존슨은 자기 집 차고에서 아버지와 함께 산소 아세틸렌 토치, 왕복 톱 등을 가지고 폭스바겐의 차대와 엔진, 트랜스미션을 분해했다. 많은 장비를 보유한 정비사인 존슨의 아버지는 다음 학년 진급에 성공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이 일을 도와주었다. 그들은 모래를 분사해 도장을 지우고 재(再) 도색한 후 외피의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철봉을 용접해 넣었다.
존슨은 함께 일을 할 팀원들을 모으고, 다리를 실측했으며, 정교한 계획을 짠 후 학교 내에서 연습을 반복했다. 심지어 그는 지난해 초 파퓰러사이언스에 이메일을 보내 다리에 자동차를 매다는 묘기 현장을 취재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는 등 대담한 홍보 전략도 구사했다.
예전에 학생들은 외부인에게 이런 묘기의 실체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럴 경우 학생들이 주법 및 연방법 위반으로 고발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 학생이 하나가 돼 절대적인 책임을 지고 이런 묘기를 한 학생들을 지켰던 것이다. 실제 밴쿠버의 경찰관 야나 맥기니스에 따르면 어느 개인도 표면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례는 기소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존슨은 잡지 기자에게 신분이 노출되는 위험을 안고서라도 누구나 탐내는 UBC 공대의 검은색 E 휘장을 옷에 달고 싶어 했다.
이 휘장은 공대 학생회에서 대규모 묘기로 언론의 주목을 끈 학생에게만 수여한다. 공대 학생회는 이 같은 묘기 프로젝트를 가리켜 ‘STUdeNT’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에 폭스바겐을 매다는 거사가 일어나기 바로 직전. 파퓰러사이언스 기자인 밥 파크스가 밤에 학교에 가자 24세의 주동자 존슨은 UBC 공대의 학생회 본부로 그를 안내해 주었다. 그곳은 서해안 스타일의 건축물 옆에 자리 잡은, 붉은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못생긴 건물이었다.
파크스는 존슨의 산만한 머리를 보며 1930년대부터의 졸업 사진이 걸려있는 벽을 따라 걸었다. 바닥은 맥주로 질척질척해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귀에 거슬리는 철벅철벅 소리가 났다. 파크스와 존슨의 뒤를 바라보는, 붉은 옷을 입은 학생들은 고도의 기술과 결속력을 가진 재간꾼들이었다.
파크스와 존슨은 평범한 나무 문 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마치 특수작전 사령부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벽에는 ‘430: 장난’이라는 제목 아래 캐나다 범죄구분 코드 중 몇 가지가 사진 복사돼 붙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매듭 묶는 법 완벽 가이드’라는 책이 있었고, 여러 가지 색상의 등반용 로프도 있다. 길이는 55m 남짓했다.
바닥에는 거칠게 마무리된 90cm 길이의 금속제 J형 갈고리가 빛을 발하며 누워 있었다. 기다란 테이블에는 주의 깊은 학생들 9명이 모여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의 노반, 차도 쪽 난간, 보행자 통로, 보행자 통로용 난간, 난간 아래의 건축 구조 등을 촬영한 8× 10 사이즈의 사진을 돌려 보고 있었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서 ‘죽음의 별’ 설계도를 열심히 연구하는 반란군들 같았다.
어린 여학생이 이들 그룹에게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붉은색 연필로 탈출로가 표시된 지도를 한 묶음 들고 있었다. 그녀는 다리를 몇 달 동안 정찰했다.
수요일마다 대형 크루저가 밴쿠버 항만을 오가는 만큼 월요일 이른 아침에 거사를 벌이면 배의 통행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다리 양끝에 있는 감시카메라와 경간 아래에 있는 감시 초소의 존재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방의 구급요원들은 매우 굼뜨다고 한다.
그녀는 “다리에 깜박이를 켠 자동차를 세워놓고 토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며 일동을 안심시켰다. 누군가 다리에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3~5분 정도면 된다고 대답했다.
엄격한 분업이 최고의 성공 전략이라고 존슨은 파크스에게 말해주었다. 실제 지도를 들고 있던 여학생은 주변 경계와 폭스바겐 운송을 책임진다. 그 외에 머리를 땋은 여학생은 밴쿠버 북쪽에 탈출 차량을 은폐하고, 왕눈이 안경을 쓴 여학생은 탈출할 때 운전을 맡게 돼 있었다.
지난해 존슨과 동료들이 처음 계획을 세울 때 제반 문제들이 예상됐다. 금문교에서는 미국 당국이 볼트커터를 사용해 폭스바겐을 바다 속으로 가라앉혀 버렸다. 그렇다면 밴쿠버에서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해 새벽이 오기 전 폭스바겐을 가라앉힐 수도 있었다.
“폭스바겐을 다리 언저리에 올려 놓은 다음 안전한 방식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뜨릴 겁니다. 그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당시 학생들은 밴쿠버 항만에 물건을 투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있다는 것까지는 미처 몰랐다. 하지만 너무 빨리 폭스바겐이 제거돼 이 사실이 전 세계에 보도되지 못하고, 결국 영광스러운 검은색 E 휘장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지난해 가을 이 그룹은 폭스바겐을 매달면서도 철거를 지연시킬 방법을 알아내려고 매달렸다.
그들은 관광객을 가장하고 다리에 가서 다리의 구조적 특성을 연구했다. 그 결과 다리에 연결된 보행자 통로용 난간에 두꺼운 철제 고리가 있는 것을 알아냈다. 이들은 그 고리를 측정한 후 부식을 막는 페인트칠이 돼 있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들은 학교로 돌아가서 철제 구조물 설계 핸드북을 보고 그 고리의 구조적 내구 정도를 계산했다. 그런 다음 다리의 설계도를 구해서 그게 과연 맞는지 확인했다. 그들은 다리 설계도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들에게 동조하는 졸업생들이 구
해다 준 것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존슨도 그 고리가 얼마만한 중량을 견뎌줄지 아주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 고리에 폭스바겐을 매달기 위해 학생들은 간단하고, 신뢰성 있으며, 일부러 잘라내기도 어려운 도구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대형 금속제 J형 갈고리다.
J형 갈고리의 갈고리 부분은 앞서 말한 다리의 철제 고리에 걸리게 만들어져 있고, 기다란 몸체는 다리 위에서 볼트커터로 잘라낼 수 없게 두껍고 길게 만들었다.
제작은 지난해 겨울 실시된 레이저 절단 프로젝트의 학외 연수 때 이뤄졌다. 이 J형 갈고리는 이번 거사에 쓸 폭스바겐 무게의 무려 6배까지도 견딜 수 있다. 특히 길이
가 길기 때문에 철거반이 적당한 철거수단을 생각해 내려면 적어도 하루는 걸릴 것
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언론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거사를 앞둔 학생들이 코트를 걸치고 잠시 잠을 청하려는 사이 존슨은 일어나 동료들을 격려했다. 이전에 그는 파크스에게 지난 몇 주 동안 속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그는 오른손으로 연필을 돌리면서 장비의 품질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가진 케이블은 1,100kg까지 버틸 수 있어요. 기성품 카라비너의 내구성 역시 익히 알려진바 대로이지요. 일단은 폭스바겐을 다리 언저리에 올려놓은 다음에 안전한 방식으로 아래로 내려뜨릴 겁니다.”
모두가 깜짝 놀랄 엄청난 장난을 앞둔 존슨의 목소리는 어느새 프로 엔지니어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그의 말을 들은 동료들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328초 만에 다리에 자동차를 매다는 방법 UBC 공대생들은 다리를 정찰하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 다음 철저한 연습을 거쳤다. 고도의 기술을 이용해 더욱 크고 대담하게 계승되는 공대생들의 장난 MIT 학생들은 칼테크 학생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산다. 이번에는 칼테크 대학의 장식용 포를 훔쳤다. 칼테크 학생들도 똑같은 방법으로 MIT에 보복공격을 했다.(왼쪽사진) 2001년 금문교에 매달린 폭스바겐. 이것이 UBC 공대의 폭스바겐 매달기 묘기 중 가장 볼만했다. 미국 당국은 케이블을 끊어 이 폭스바겐을 수장시켰다.(오른쪽사진) |
■ 완벽하지 못한 장난에의 사후검토
아직도 동이 트지 않은 2시간 후 이 팀은 스탠리 파크를 달리면서 자신들의 작품을 감상했다. 그러면서 아침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AM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오늘 아침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에는 고장난 자동차가 방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다리 위가 아니라 다리 밑에 있습니다.”
존슨의 표정은 만족스러워 보였다. 팀원들은 매달아 놓은 폭스바겐이 잘 보이는 곳에 멈춰 섰다.
폭스바겐 측면에 붙여놓은 LED가 깜박이는 것이 보이자 그들은 웃으면서 서로를 툭툭 쳤다.
마침 바이크 헬멧을 쓴 나이 먹은 사람이 어슴푸레 밝아오는 아침햇살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그는 이들을 보더니 한숨 섞인, 하지만 뭔가 알고 있다는 투로 말했다. “자네들, UBC 공대생들이지?” 학생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의 즐거운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10여명의 다른 동료들과 함께 근처 간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몇 시간 후 이 사건은 로이터 통신에 ‘시민을 골탕 먹이는 공대생들’이라는 제목으로, 지역 신문인 밴쿠버 프로빈스에는 ‘자동차 매달기 기록 갱신’이라는 제목으로 뉴스에 났다. 심지어는 텔레비전 방송의 전파까지 탔다.
경찰이 다리의 보안 카메라에서 용의자들을 확인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물론 이렇게 될까봐 팀의 세부 계획 담당자는 테이프로 자동차 번호판을 덮으라고 경고해 두었다. 월요일 하루 동안 형사들은 폭스바겐을 매단 후 스탠리 파크 쪽으로 온 학생들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이 다가올 때까지 경찰은 아무도 붙잡지 못했
다.
9.11 사태 이후 강화된 보안과 테러에 대한 피해망상증 속에서 공대생들이 이만큼 창의적인 장난을 칠 수 있었던 것에 파크스는 감동했다.
다리에 폭스바겐을 매다는 것은 단순한 묘기가 아니다. 이는 문제를 일으킴으로서 일을 단순화하고, 계획을 짜고, 기술을 익혀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배우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물론 이들의 계획이 완벽하게 실행되지는 못했다. 폭스바겐을 다리 밑으로 내릴 때 케이블이 후방 펜더에 걸려 폭스바겐이 기울어졌다. 그리고 나일론 로프가 어딘가에 끼는 바람에 잘라 버려야 했다. 아무 증거도 남기지 않고 멋지게 도망치려는 계획은 이로서 무너진 셈이었다.
존슨은 만약 한 번 더 장난을 할 수 있다면 케이블은 같은 곳에 걸겠지만 폭스바겐을 다리 바깥쪽으로 멀찍이 떨어뜨려 내릴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폭스바겐을 내리는 동안 케이블을 계속 팽팽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렇게 작은 부분을 신경 쓰는 모습 때문에 파크스는 존슨이 훌륭한 엔지니어라고 생각한다. 일을 훌륭하게 마친 순간에도 존슨은 자신의 작업을 반성하고 있었다. 그는 한숨까지 쉬며 이렇게 말했다. “생각한대로 실현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요. 완벽하게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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