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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얼음 속에 숨은 호수 탐사

지도에도 없는 두꺼운 얼음 밑의 원시 환경 탐사해 과거 기후변화와 생명체 탐구

올 겨울 러시아 과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원시 환경인 남극 얼음 밑 호수에 대한 굴착을 재개할 계획이다. 물론 탐사의 일환이다.

보스토크 호수는 민물 호수로 지난 1,000년 동안이나 두께 3km의 남극 얼음 속에 갇힌 채 세상과 단절돼 왔다. 지도에도 없는 보수토크 호수는 북미지역의 온타리오 호수만한 크기다.

이 호수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침전물에는 과거에 발생했을 기후 변화의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물속에는 새로운 형태의 생물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굴착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범하면 호수 전체가 망가져버릴지도 모른다.

러시아는 기술적 난제도 있었지만 호수를 외부의 박테리아와 드릴에 사용되는 윤활유로 오염시키지 말라는 학계의 반발에 부딪혀 10여 년 동안 진행해온 굴착을 중단했다. 바로 호수 표면에서 150m 떨어진 지점이었다.

남극의 얼음 속에 갇혀 있는 호수를 연구하고 싶은 것은 러시아 과학자들뿐만이 아니다. 실제 스코틀랜드에 있는 에딘버러 대학의 빙하학자 마틴 시거트는 보다 적극적인 탐사계획을 발표했다.

원격조종되는 소형 탐사로봇을 얼음 속 호수로 투입해 이곳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를 탐사한다는 것. 시기는 2012년 12월. 장소는 남극 서쪽의 얼음 속 2km에 있는 10km 길이의 엘스워스 호수.

과학자들은 인류가 등장하기 40만 년 전부터 남극의 얼음 속에 약 150개의 호수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완벽한 암흑과 고압, 빙점에 가까운 온도, 높은 산성도, 그리고 산소 결핍이라는 극한 상태에서 살아가는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할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이곳의 탐사가 갈라파고스 제도를 능가하는 수확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영국의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이 탐사한 이래 그 독특한 생물상이 널리 알려졌다.

체중 200kg에 달하는 코끼리거북, 몸길이 1.5m에 달하는 이구아나 등 파충류 등의 고유종이 많다. 실제 전체 종에 대한 고유종의 비율인 고유종율의 경우 포유류, 조류, 파충류는 80%에 달한다. 또한 고등식물은 40% 전후의 높은 비율을 나타낸다.

바로 이 같은 생물이 다윈에게 진화론의 착상 동기를 주었으며, 오늘날 이곳은 생물진화의 야외전시장으로 불리고 있다. 비정부 자문단체인 남극연구과학위원회의 말론 케니컷 의장은 “해저지진으로 생긴 열수분출공 주변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도 미생물이 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얼음 속 호수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열수분출공이란 해저의 마그마로 인해 약 350℃까지 데워진 물과 각종 광물질이 분출되는 곳을 말한다. 열수분출공 주변은 약 20℃ 이상의 따뜻한 바닷물이 있어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미생물은 우수한 인공감미료 개발이나 DNA 연구에 필요한 핵심 효소 발굴 등에 사용된다.

사실 지난 1977년에 이루어진 열수분출공의 발견은 생물학사에 있어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발견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깊은 바다 속에 생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태계는 광합성을 해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드는 식물이 있어야 유지되는데, 심해는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암흑의 세계인만큼 식물이 살 수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심해에 사는 미생물들에게는 표층에서 죽어 가라앉은 생물의 사체 외에는 먹이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쨌든 러시아의 과학자들이 보스토크 호수를 파 들어가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호수와 근접한 얼음 층에는 극히 강도가 높은 1.5m 길이의 결정이 있는데, 이 결정이 드릴 날에 부딪히면 작업이 지연된다. 이 때 깨지면서 생긴 파편이 녹아 드릴 날을 헛돌게 하는 것.

러시아의 탐사 팀장인 발레리 루킨은 이렇게 말한다. “그 누구도 이만한 깊이의 얼음을 파 본 사람은 없습니다.” 얼음에 구멍을 뚫고, 이 구멍이 다시 얼어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부동액은 실리콘 오일이다.

과거에는 등유 계열을 사용했지만 이번 탐사에서 완전 교체했다. 러시아의 탐사가 중단됐던 것도 바로 이 등유가 호수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지적을 낳았기 때문이다. 루킨의 탐사 팀은 올 12월 굴착을 재개, 내년에는 호수 표면까지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만일 호수까지 도달하게 되면 압력의 차이로 인해 호수의 물이 솟구쳐 나오게 된다. 탐사 팀은 이 물을 얼린 후 연구실로 옮겨가 분석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스코틀랜드의 탐사 팀은 얼음을 뚫는 성능을 높이고 환경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드릴 대신 93℃의 뜨거운 물을 초고속으로 뿜어 얼음을 파내고, 시추공에서는 얼음 잔해가 저절로 뿜어져 나오게 할 계획이다. 고압분사에 사용되는 물은 2번의 정수과정을 통해 외부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모두 제거되도록 하고, 굴착에 사용되는 장비 역시 완전히 소독된다.

하지만 이 같은 준비 작업에도 불구하고 호수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시거트는 “이런 종류의 작업이 어떤 흔적도 없이 끝날 수는 없다”며 “이는 마치 달에 가서 발자국을 남기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스코틀랜드의 탐사 팀은 러시아의 탐사 팀보다 2년 늦게 호수의 물을 채취하겠지만 더욱 가치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탐사 팀은 얼음 속의 호수로 원격조종되는 2대의 소형 탐사로봇을 투입, 바닥의 침전물 표본은 물론 이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까지 채취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와 스코틀랜드의 탐사 팀이 아무것도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남극연구과학위원회의 케니컷 의장은 이렇게 말한다.

“남극 얼음 밑 호수의 물은 이제껏 표본으로 채취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 속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요. 하지만 남극이 매우 역동적인 곳이라는 것만큼은 갈수록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남극 얼음 속 호수에서 살아가는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현재의 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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