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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내부에 또 다른 세상 존재하나?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지구구조를 보면 지구는 안으로부터 내핵, 외핵, 맨틀, 그리고 지각으로 순으로 층을 이루어 형성돼 있다. 이중 지구표면을 형성하고 있는 지각의 두께는 35km 내외다.

물론 해양지각은 상대적으로 두께가 얇아 5km 내외며, 반대로 산맥이 있는 곳의 지각은 더욱 두껍다. 그런데 인류는 지구 내부로 파들어 가는데 한계를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구 내부는 비어있고, 그 속에는 지구표면과 유사한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지구공동설이 제기되고 있다. 과학적 근거까지 제시되며 회자되고 있는 이 가설은 과연 사실일까.


지난해 말 상영된 공상과학(SF)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지구 내부에 빈 공간이 있고, 주인공인 지질학자가 이곳을 탐험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의 제목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이지만 원제는 지구 중심으로의 여행(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이다.

프랑스의 탐험소설가 쥘 베른이 1864년 발표한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수년전 실종된 형의 흔적을 따라 지하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영화에서 묘사되는 지하세계에는 태양, 바다, 그리고 각종 동식물이 존재한다. 심지어 지구상에서 멸종된 공룡도 나온다.

물론 이는 상상의 날개를 첨단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해 영화화한 것이다. 하지만 지구내부가 비어있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것이며, 어느 정도 과학적 근거까지 제시되고 있다.

지구에 대한 정보, 예상외로 빈약

현대 과학계에서 지구 내부가 비어있다는 주장은 지구 가 평평하다는 주장만큼이나 황당하게 치부된다. 하지만 이를 신봉하는 과학자는 여전히 존재하는데, 이는 지구에 대한 인류의 정보가 예상외로 빈약한 것에서 기인한다.

실제 인류는 지구표면으로부터 기껏 10km까지만 굴착해 봤을 뿐이다. 이 때문에 실제 탐사여부를 기준으로 본다면 지구 내부가 비어있지 않고 핵과 맨틀로 꽉 차 있다는 주장도 증명이 안 된 것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지구공동설을 처음 주장했던 사람은 중세의 철학자였던 브루노(1548~1600). 이후 핼리 혜성을 발견한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 그리고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 등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핼리는 1692년 지구 내부에 3개의 천체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에는 일차적으로 800km 두께의 껍질이 있고, 이 껍질의 내부에는 또다시 금성이나 화성 정도 크기의 껍질이 있는 등 3개의 천체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이들 껍질은 대기층으로 구분돼 있으며, 서로 다른 속도로 자전하고 있다는 게 핼리의 주장이다. 물론 요즘 제기되고 있는 지구공동설의 주장은 조 금 다르다. 지금은 지구의 지각 밑 부분이 비어있고, 지구 내부에는 태양과 같이 빛을 내는 물질이 떠 있다는 것.

또한 중력은 지구 의 증간쯤 깊이에서 만들어져 인 간이 살고 있는 지구표면은 물론 지구 내부의 표면에도 고르게 작용해 생명체가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지구의 남극과 북극에는 지하세계와 연결되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으며, 이 구멍을 통해 지상의 바닷물이 흘러들어가거나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 리처드 버드 제독의 비행일지, 그리고 미 항공우주 국(NASA)의 기상위성이 찍은 북극의 사진이다. 버드 제독의 비행일지란 그가 1947년 최초의 북극 비행을 하면서 지하세계로 들어가 목격했던 모습을 남겼다는 것이며, 기상위성이 찍은 북극 사진은 ESSA 7 호에 의해 포착된 것으로 마치 지하세계로 통하는 문처럼 뻥 뚫려 있는 구멍이다.

지구 내부가 비어있다는 주장을 하는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또 있다. 북극의 엄청난 빙산들은 염분이 함유된 바닷물이 아닌 담수로 만들어졌다는 점, 북극 주변에서 발굴되는 동물 화석에는 매머드뿐만 아 니라 더운 기후에서 사는 각종 포유류의 흔적도 있다는 점, 그리고 식물이 없는 북극에 상당한 꽃가루 흔적이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달 내부도 비어있다는 주장 있어

지구 내부가 비어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중 일부는 아폴로 달 착륙과정에서 설치된 지진계 관측 결과 달의 내부가 비어있는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달에 인위적인 충격을 가한 후 발생한 진동은 약 3시간가량 달 천체에 종처럼 울렸으며, 달 표면으로부터 약 56km 깊이에서 지진파의 전달 속도가 초당 9.6km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지진파의 전달속도는 달의 내부가 비어있지 않을 경우 나타나기 어려운 현상이다. 물론 달을 비롯해 수성, 금성, 화성 등에 대한 유인 탐사를 통해 정밀측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들 위성과 행성 내부에 빈 공간이 있는지 아닌지 증명할 수는 없 다. 이 때문에 달의 내부가 비어있다는 주장을 반박만 하기도 어렵다.

지구의 경우 생성 초기에는 가스 상태의 물질들이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하면서 원심력에 의해 무거운 물질들은 지구의 바깥쪽으로 이동했다. 이 무거운 물질들이 굳어지며 지각에 해당되는 단단한 외피를 만들었고, 내부에서는 가스 상태나 액체 상태의 유동성 물질들이 지각의 아래쪽으로 달라붙으며 빈 공간이 생겨났을 수도 있다.

달의 생성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보면 내부가 비어있을 수 있으며, 지각활동을 오래전에 멈춘 달에서는 이 같은 증거를 보다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달의 생성에 대한 가설은 3가지 정도다. 지구가 생성될 때 함께 만들어졌다는 주장, 초기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지구의 일부와 소행성의 파편이 떨어져 나가 달을 생성했다는 것, 그리고 달이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뒤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구의 중력권에 붙잡혀 위성이 됐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지구의 위성치고는 달의 크기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달의 직경은 3,467km로 지구 직경 1만2,756km의 27%, 즉 4분의 1이다. 이는 화성이나 목성의 위성과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실제 화성의 직경은 6,787km인 반면 가장 큰 위성은 23km로서 0.34% 수준이다. 목성 역시 직경이 14만 2,800km에 이르지만 13개 위성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목성의 3.5%에 불과하다.

지구공동설과 달 분화구의 관계



이 같은 가설 중 지구공동설과 관련된 것은 소행성 충돌에 의한 달의 생성이다. 지구와 나이가 비슷한 달이 지구의 소행성 충돌로 생겨났고, 그 속이 비어있다면 지구 역시 내부가 비어있을 가능성은 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달의 내부가 비어있다는 주장의 근거중 하나는 분화구 형태다.

달에는 대기층이 없어 소행성 충돌로 인한 분화구인 크레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다. 물론 지구에서는 대기층으로 인한 침식, 퇴적 등의 과정으로 인해 분화구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문제는 달 분화구의 깊이가 지나치게 얕다는 것.

지구공동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달의 내부가 비어있기 때문에 이처럼 분화구의 깊이가 얕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달의 분화구를 분석해보면 직경 25km 이하의 소형 분화구들은 중심부가 움푹 패인 전형적인 사발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직경 25~130km 크기의 중형 분화 구들은 중앙부가 봉우리처럼 솟아 오른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직경 130km 이상 크기의 대형 분화구들은 크기에 비해 깊이가 더욱 얕으며, 평평한 중심부는 달의 표면곡률과 일치하는 볼록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분화구를 중심으로 물결의 파문이 퍼져나가는 것과 같은 동심원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이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유도해 낼 수 있다. 작은 소행성이 충돌했을 때는 속이 비어 있는 달의 지각 표면에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형적인 사발구조의 분화구가 만들어진다.

반면 대형 크기의 소행성 충돌이 일어났을 때는 2단계에 걸쳐 분화구가 생성된다. 속이 비어있는 달의 지각을 찌그러트릴 정도의 압력이 가해지면 달의 지각은 충돌압력에 의해 잠시 밀렸다가 이에 대한 반발력으로 다시 튀어 오른다는 것. 속이 비어있는 공을 눌렀을 때 반발력으로 원상 복구되는 경우와 같다.

중형 크기의 분화구는 달의 지각을 찌그러트릴 정도의 충돌압력은 아니지만 상당한 압력을 받았기 때문에 사발구조가 아닌 중앙부가 봉우리처럼 솟아 오른 형태가 됐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는 잔잔한 수면에 물방울이 떨어졌을 때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보면 된다.

지구공동설 설명하는 대륙이동설

지구의 각 대륙이 한 덩어리였다가 분리됐다는 대륙이동설도 지구 내부가 비어있다는 가설을 설명하는 이론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1915년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도 베게너는 지구가 초기에는 판게아라는 거대한 대륙이었지만 점차 분리돼 현재와 같은 형태가 됐다는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다.

근거는 남미의 동해안과 아프리카 서해안의 해안선이 맞물리며, 다른 지역도 퍼즐 맞추듯 짜맞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시 학계에서는 베게너의 주장을 묵살했다. 하지만 각 대륙의 맞물리는 지역에서 유사한 동물 화석이 발견되고 비슷한 기후변화가 입증되자 1968년 대륙이동설에 기초한 판구조론이 만들어졌다.

판 구조론은 지구의 지각이 몇 개의 판으로 만들어졌으며, 지구의 지각활동에 의해 이 판들이 서로 밀어내는 작용에 의해 대륙이 움직인다는 것. 지구 내부가 비어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대륙 이동설에 동의한다.

하지만 왜 대륙이 움직였나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바로 지구가 생성된 이후 수억 년 동안 지구가 팽창함으로써 대륙 이동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풍선에 현재 지구의 각 대륙을 거의 맞붙은 상태로 그려 넣고 바람을 넣어 부풀리면 대륙 간의 간격은 멀어지게 된다.

지구도 바로 이 같은 팽창을 통해 대륙 이동이 이뤄졌다는 게 지구공동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해석이다. 특히 부풀어 오르는 면적이 큰 적도 부근은 대륙의 간격이 보다 멀어지게 되고, 극지방으로 갈수록 대륙 간 간격은 좁아지게 된다. 이 가설은 현재 지구의 대륙분포와 그럴듯하게 맞아 들어가며 지구가 팽창함으로써 내부가 비게 됐다는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

지구공동설에 대한 여러 가지 반론

지구공동설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버드 제독의 비행일지가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용이 정말로 지하세계를 묘사했는지는 불확실하다. 북극 위성사진 역시 NASA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다.

북극 주변지역에서 매머드는 물론 각종 포유류의 흔적이 발굴되고 있는 것은 과거 이 지역이 생물이 살기 좋은 아열대 기후였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지하세계로부터 빠져나온 동물이 죽어서 화석이 됐다는 주장은 비약에 가깝다.

또한 북극의 빙산 대부분이 담수 성분인 것은 눈이 쌓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어는 과정에서는 수분이 먼저 얼기 때문에 염분은 모두 빠져나간다. 한마디로 바닷물을 급속하게 얼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염분은 모두 빠져나가게 돼있다.

달의 분화구가 지구공동설과 관계있다는 주장도 논리적 허점이 많다. 달의 분화구가 얕은 것은 소행성 충돌로 인한 엄청난 충격파에 의해 솟아오른 파편들이 다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팽창에 의한 지구공동설 역시 지구가 왜 팽창했느냐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취약하다.

부착이론에 따르면 지구 같은 암석 형태의 행성은 크고 작은 운석과 소행성의 충돌로 부피가 커졌다고 한다. 이는 1994년 슈메이커 레비 혜성이 목성에 충돌한 후 약 1주일이 경과한 시점에 목성의 부피가 이 혜성 크기만큼 커졌다는 것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즉 지구의 팽창이 아니라 외부 충돌로 인해 현재의 크기로 성장했 다고 보면 지구 속이 비어있다는 근거로 사용된 지구 팽창 가설은 더욱 힘을 잃게 된다. 물론 지구의 내부를 직접 탐사하기 전까지는 내부가 핵과 맨틀로 꽉 채워졌다는 이론도 확신할 수는 없다. 결국 미지의 우주로 향한 탐사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한 연구가 확대돼야 지구 속이 비어있는지 또는 채워져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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