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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을 가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과학기술이 곧 국가의 미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람의 삶은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게 된다. 과학기술이 전제돼야만 더 좋은 성능의 휴대폰을 개발하고, 자동차도 만들 수 있다. 또한 우주도 가고, 유전자를 연구해 질병을 고칠 수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총괄했던 과학기술부가 지난해 폐지되고, 교육인적자원부와 합쳐져 교육과학기술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교육과 과학기술 부처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과학기술 부문의 추동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의 진단이다. 과거 과학기술부 산하에는 26개의 대표적인 이공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있었다. 지금 13개 연구기관은 기초과학을 다룬다는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 나머지 13개 연구기관은 돈 버는 기술을 연구한다는 명분으로 지식경제부에 편재돼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끌어 온 연구기관들은 이처럼 뿔뿔이 흩어져 주무부처의 변방에 머물고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는 위기국면에 처한 연구기관들의 확실한 자리매김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을 가다’라는 시리즈를 마련, 운영해 오고 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연구기관들의 목표, 전략, 활동, 그리고 성과를 알려 과학기술 입국의 꿈과 취지를 되살리고자 한다. -편집자 註


기초과학 지원과 연구로 과학 강국 실현

기초과학의 사전(辭典)적 의미는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론과 창조적 지식을 획득하거나 정립하는 연구 활동을 말한다. 물리학·화학·생물학·지구과학·수학 등이 대표적으로 과학연구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것.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기초과학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최근의 추세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기초과학인지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단순화시켜본다면 지구의 중력이나 힘의 상관관계를 정의한 뉴턴의 만유인력이나 물질의 최소 단위가 원자로 구성돼 있다는 것 등은 기초과학의 영역이다. 이를 토대로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동력이 필요하고, 일정 속도로 달리는 차량이 멈추는데 어느 정도의 거리와 힘이 필요한지 찾아내 항공기나 자동차 설계에 적용하는 것이 응용과학이다.

한마디로 기초과학이 전제돼야 응용과학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샘이 깊은 물이 가뭄에 마르지 않고 내를 이루어 바다에 간다는 말은 이 같은 상황을 압축적으로 묘사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증기기관의 발명은 열역학, 동력학, 유체역학 등의 새로운 기초과학을 이끌어 냈고, 이는 다시 자동차 엔진을 비롯한 제트엔진, 로켓엔진 등의 내연기관을 개발해내는 밑거름이 됐다. 이 때문에 기초과학 또는 응용과학 한 분야만의 발전은 있을 수 없으며,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초과학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설 때 응용과학도 한 단계 올라서게 되고, 한 수준 위로 올라선 응용과학은 다시 보다 높은 수준의 기초과학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말도 이 때문에 나온 것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바로 이 같은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역할을 전담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사실 1988년 설립된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설립 목적은 단순했다. 대학이나 산업체가 고가의 연구 장비를 도입하기 어렵고, 이를 운용하는 전문 인력을 보유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연구 장비를 도입· 운용하면서 대학이나 산업체의 연구 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설립 목적에 따라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지난해에만 900여 기관, 4,000명의 과학자들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622편의 연구논문이 발표됐으며, 이중 90%는 SCI(과학인용색인)급 연구논문이었다. SCI란 미국의 과학정보연구소가 과학기술 분야의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으로 논문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척도는 물론 한 나라의 과학기술 연구 수준을 평가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368종 1,139억 원 규모의 첨단 연구 장비를 보유한 채 대덕 본원, 9개 지역 센터, 그리고 2개 출장소를 통해 각 지역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된 초고전압 투과 전자현미경, 초고분해능 자기공명장치, 초고분해능 질 량분석기 등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장비들이다. 특히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는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세계에 단 2기만 있다.



이에 앞서 초고전압 투과전자현미경은 KAIST 정종경 교수가 수행한 AMPK 항암 기능을 규명하는 데 활용됐으며, 초고분해능 자기공명장치는 세포사멸 조절 단백질의 구조규명 연구에 활용됐다.

이처럼 첨단 연구 장비가 필요한 것은 외국과 동등하거나 앞선 연구 장비를 보유해야만 우수한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남들이 볼 수 없는 영역을 볼 수 있는 연구 장비를 이용해 연구를 해야만 남들보다 앞선 연구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국내 기초과학 연구 수준이 해외에서 상용화된 연구 장비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수준이 일정한 궤도에 올라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영역은 지원에만 머 물지 않는다. 직접 연구에도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장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이 전문 인력은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첨단 연구 장비를 매일같이 조작하며 다른 연구자의 연구 과제를 지원하는 전문 인력은 자신의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지난해 자체연구와 공동연구를 통해 네이처 등의 SCI급 저널에 총 290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연구원 1인당 2.42편 꼴이다.

올해 들어서는 전자현미경연구부에서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알루미늄 결정에 힘이 가해질 때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는데 성공했으며, 금속재료의 결정 크기가 작을수록 강해지는 원인을 밝혀내 네이처에 논문이 게재됐다.

또한 서울센터 학연공동연구팀은 고려대와 공동으로 초고속 분광측정법을 개발,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했다. 초고속 분광측정법은 생체분자의 구조변화를 1 조분의 1초의 짧은 시간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그동안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최근 들어 역량을 모으고 있는 분야는 첨단 연구 장비의 개발이다. 우리나라의 연구 장비 수입은 지난 1998년 2억 5,000만 달러를 기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8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한마디로 전체 연구 장비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연구 장비 분야의 무역수지 역시 15(수출) : 85(수입)로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 연구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분석 과학기술대학원 설립 및 선진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설립은 첨단 연구 장비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충남대학교와 공동으로 설립한 분석과학기술대학원은 올 3월 개원해 현재 30명의 신입생을 교육중이다. 전자,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했던 학생들은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보유한 첨단 연구 장비를 활용한 교육을 통해 기존 연구 장비를 개량하거나 새로운 연구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대덕=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기초과학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설 때 응용과학도 한 단계 올라서게 되고, 한 수준 위로 올라선 응용과학은 다시 보다 높은 수준의 기초과학을 필요로 하게 된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 연구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설립 및 선진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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