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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살아 숨쉬는 전통 한식

전통 한식은 제철에 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발효식품이 많아 과학식품, 건강식품으로 평가받는다.옛말에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굳이 값비싼 보약을 먹지 않아도 하루 세끼 식사만으로 충분히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과 면역력의 원천이 음식에 있으니 이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특히 전통 한식에서 이는 단순한 격언을 넘어 진리에 가깝다. 과학적·영양학적으로 실제 약 이상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재료의 선택과 구성, 요리법, 섭취방법 등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깝다. 한식 속에 숨쉬고 있는 과학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유네스코도 인정한 전통 한식

지난 7월 31일 국내에 뜻깊은 뉴스가 하나 전해졌다. 동의보감이 의학서적으로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의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됐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은 조선시대 어의였던 허준이 선조의 명을 받아 16년의 연구 끝에 간행한 한방의학 서적으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의학지식이 총망라된 한의학의 백과사전이라고 불린다.

특히 한의서임에도 불구하고 동의보감은 질병의 치료를 위한 음식(식재료)의 건강학적 효능, 약리작용, 식품 간의 궁합 등이 자세히 설명돼 있어 시대를 떠나 지금까지도 식품과학 연구의 중요한 사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식음료 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 동의보감을 인용, 그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 언급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식품이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비단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 같은 옛 서적이 아니더라도 한식, 그중에서도 전통 한식의 우수성은 이미 현대과학으로 입증됐다. 실제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의 한식 만큼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과학적인 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서양에는 피자, 햄버거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정크 푸드가 많지만 전통 한식에는 장수식품이 있을 뿐 정크 푸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이는 우리만의 자화자찬이 아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전통 식품의 국가대표라 할 수 있는 김치는 치즈, 와인과 함께 발효식품의 대명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비빔밥은 최고의 건강식이라는 찬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삼복더위 퇴치의 일등공신인 삼계탕 역시 인삼, 찹쌀, 대추, 밤 등이 조화를 이뤄 맛과 영양을 겸비한 한식 세계화의 첨병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통 음식을 전문적으로 연구·교육하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전통 식품에는 식혜에 띄운 잣알 하나, 냉면의 오이 고명 하나에도 재료 간의 궁합을 감안한 과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보면 대한민국이야말로 지구촌의 음식 종가(宗家)이자 건강식품의 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 한식은 자연 순응의 산물

전통음식연구소는 한식이 이처럼 과학식품, 건강식품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요인을 '자연에 대한 순응'으로 꼽는다. 전통 한식은 기본적으로 제철에 난 신선한 작물을 음식 재료로 사용하고 있어 과학적으로 건강에 좋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제철 작물 중심의 섭식을 절식(節食)이라고 하는데, 24절기와 명절에 따라 우리가 이벤트성으로 먹는 음식의 대다수가 이에 해당한다.

온실과 양식장의 등장으로 제철 농수산물의 개념이 많이 퇴색한 지금조차 절식 문화는 한국인의 유전자에 뿌리 깊이 박혀있다. 봄에는 나물, 여름에는 냉면을 즐기며, 과일 하나를 사더라도 제철인지를 꼭 따져 보는 모습이 그렇다.

게다가 절기별 음식에는 제철 재료가 갖는 영양학적 우수성에 더해 과학적으로도 합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통음식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월 대보름에 부럼으로 먹는 견과류는 필수 지방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단순한 풍습을 넘어 실질적인 부스럼 예방 효과가 있다"며 "부럼은 또 겨울 내내 부족했던 영양의 불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동짓날의 팥죽도 귀신을 쫓아 화(禍)를 피한다는 주술적 의미 이상의 과학적 근거가 있다. 팥은 열을 내기 때문에 가장 추운 시기인 동지에 먹으면 몸을 보양할 수 있는 것. 입춘의 절식인 나물 역시 겨울철 동안 신선한 야채를 먹지 못해 나타날 수 있는 비타민C를 보충하는 과학적 사고의 산물이 다.

전통 한식은 염료나 향신료도 자연의 것을 이용한다. 예로부터 옷감을 염색할 때 황토, 쪽물, 치자 등을 활용했던 것처럼 음식에 맛깔스러운 색, 풍미, 영양을 더하는 재료로써 진달래, 국화, 홍시, 쑥, 계피, 송화, 흑임자 등의 천연물이 쓰인 것. 일례로 아이의 백일상에 올리는 오색송편의 경우 오미자, 치자, 포도, 쑥으로 형형색색의 빛깔을 낸다.

특히 전통 한식에는 골동반(비빔밥), 신선로, 구절판 등 다양한 야채와 어육으로 적·청·황·백·흑의 오방색을 표현한 음식 들이 많다. 한의학에서 이 오방색은 각각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 등 오장(五臟)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마디로 전통 한식은 음식이 아닌 자연을 먹는 것이며, 음식 자체가 곧 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발효식품의 천국

발효식품은 절식과 함께 전통 한식의 또 다른 축이다. 한옥에 빗대 표현하자면 절식은 주춧돌이며 발효식품은 그 위에 세워진 기둥이다.

실제 우리의 전통 한식에는 그 어떤 나라의 음식보다 많은 발효식품이 포진돼 있다. 김치류나 간장·된장·고추장 등 장류처럼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식품 외에도 각종 젓갈류와 장아찌류, 식초가 발효과학의 결정체다. 막걸리는 물론 밥에 누룩을 넣어 만드는 거의 모든 전통주(곡주) 또한 발효식품에 속한다.

전통음식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김치의 종류만도 무려 200여종 이상에 달해 전체 발효식품의 숫자는 정확히 헤아리기조차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편식이 심한 어
린이가 아니라면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 중 매일 2~3종 이상의 발효식품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들 발효식품의 유익성은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을 만큼 과학적으로 검증된 부분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발효과정에서 몸에 좋은 발효 유산균들이 다량 생성되고, 원재료에는 없었던 영양소들까지 새로 만들어져 면역능력 상승, 질병의 예방 및 억제 등에서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특히 김치는 채소 본연의 영양소인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은 물론 생선과 젓갈의 가미로 인한 단백질, 칼슘 등이 보강돼 있다. 여기에 특유의 김치 유산균까지 풍부한 영양 덩어리다.

김치와 관련해 올해 5월에는 한국식품 연구원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그동안 통설로만 떠돌던 김치의 조류독감(AI) 예방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팀은 115마리의 닭을 10개 그룹으로 나눠 2개 그룹에는 사료만 주고 8개 그룹에는 사료와 함께 고농도·저농도 김치 추출물을 먹였다. 그리고 AI 바이러스에 노출시키자 전자에서는 26%가 감염된 반면 후자에서는 감염비율이 단 2.17%에 불과했다. 질병 예방에 효과적인 음식으로서 김치의 역량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질병을 예방하는 약선 음식

사실 한식 중에는 영양학적, 약리적으로 김치처럼 식즉약(食卽藥)의 효능을 발휘하는 음식, 즉 약선 음식들이 부지기수다.

식품학자들이 추천하는 약선 음식은 이렇다. 먼저 당뇨병의 예방에는 현미밥과 단호박죽, 시금치나물, 검은콩 등이 좋다. 현미는 백미에 비해 영양분이 많고 다량의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으며, 단호박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데다 비타민 A가 풍부하기 때문에 약해진 피부 점막을 강화해주고 부기를 낮춰준다.

또한 시금치는 비타민 A, B, C, D가 고루 함유돼 있어 비타민을 보충해주고 당뇨병 환자에게 생기기 쉬운 갈증의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검은콩은 콜레스테롤 감소와 함께 라이신, 플라보노이드, 레놀렌산, 미네랄 등의 성분에 의해 혈관 강화 및 혈당조절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고혈압에는 청국장, 꽁치구이, 감자조림, 다시마가 추천된다. 청국장과 감자는 체내의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칼륨이 다량 함유돼 있어 혈압 강하 효과가 뛰어나며, 꽁치는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줄여준다. 꽁치는 또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의 성인병 예방에도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다시마의 경우 칼륨의 나트륨 배출 효과와 알긴산에 의한 혈액 내 콜레스테롤 배출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전통 한식을 먹으면 암세포에 대한 생체 방어력과 면역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전통 한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재료인 마늘과 콩(된장)이 강력한 항암 작용을 하는것.

이중에서도 마늘은 주성분인 알리신, 알리인, 스코르진이 모두 항균 물질이어서 발암물질 생성 억제, 해독 촉진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항암 능력을 자랑한다. 더욱이 마늘은 익혀먹더라도 비타민C, 비타민B1 등 몇몇 영양소가 파괴될 뿐 항암 효과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콩에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 사포닌 성분도 항암 능력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존재다. 특히 콩의 이소플라본 성분은 유방암 예방에 특효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있다. 여기에 콩이 발효될 때에는 아미노산과 에스트로겐이라는 항암 물질이 추가로 생성된다. 된장이 가진 암 예방 및 암세포 성장억제 기전의 원천이 여기에 있다.

이외에도 김·미역 등의 해조류와 견과류, 연어·고등어는 심장병의 약선 식품이며, 표고버섯·옥수수기름·양파는 뇌졸중, 배추김치·무청은 골다공증, 그리고 율무·장어·마늘은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으로 꼽힌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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