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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화학 이야기

화학(化學)은 여러 가지 물질을 섞어 금을 만들려고 했던 중세의 연금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원소의 발견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화학은 물질의 합성·분석·구조·성질 등을 규명하고, 물질 상호간의 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물질현상의 상호관계를 밝혀서 일반적인 원리를 찾아내고, 이 같은 원리를 체계화해 여러 가지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는 3회에 걸쳐 재미있는 화학 이야기를 게재, 화학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자료제공: 한국화학연구원

1. 신약이 개발되는 과정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의 85%는 화학적으로 생산된다. 나머지 15%는 주로 주사제로 사용되는 바이오 의약품. 이 같은 추세는 보다 심화돼 2010 년에는 90%의 의약품이 화학적으로 생산 될 전망이다. 물론 이는 의약품의 종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만일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더 커진다. 이는 바이오 의약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화학자들은 약효성분이 있는 화합물을 찾아내면 각종 시약을 섞고, 용해 및 고온·저온 등의 처리과정을 거쳐 유효물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같은 유효물질은 생물학자들에게 넘겨져 세포단위에서 약효가 있는지 검증되며, 약물전달 과정도 연구된다.

화학자들은 생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유효물질 가운데 어떤 부분이 약효가 있고, 어떤 부분이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찾아낸다. 약효가 있는 부분은 강화시키는 반면 부작용이 있는 부분은 어떻게 떼어 낼 것인지 고민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복잡한 화학식 대화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유효물질 가운데 선도물질을 찾아내고, 생물학자들에게 넘겨 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신약개발을 위한 후보물질을 찾아내게 된다.

선도물질이란 후보물질의 전 단계를 의미하는데, 약리작용이 우수하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 후보물질로 등록 된다. 후보물질이란 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화합물을 말한다.

통상 화합물 수준의 유효물질이 신약개 발을 위한 후보물질로 발전되기까지는 5년 정도가 소요된다. 그리고 후보물질은 쥐나 영장류 등의 동물에게 적용하는 전(前) 임상시험과 사람에게 테스트하는 임상단계를 거쳐 안전하면서도 약효가 있다는 것이 확인하면 신약으로 개발된다.

하지만 이렇게 개발된 신약이 곧바로 상품화되는 것은 아니다. 상품화는 제약사들이 경제성 등을 따져 가며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신 약이 상품화되기 위해서는 유효물질을 찾 아내는 단계부터 시작해 12년 정도가 소요 되고, 투자비는 최소 8,000억 원에서 1조 2,000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

이처럼 막대한 개발비가 투자되기 때문에 말라리아나 결핵처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약품 개발에 제약사들이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2008년 기준으로 국민총소득(GNI) 대 비 0.1%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 구(OECD)의 평균치인 0.3%에 크게 못 미치며, 순위로 따지면 27개 회원국 중 25위다.

한국화학연구원 산하 의약화학연구센터의 장성연 박사는 "ODA 예산을 늘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소외질병 치료제 개발에 투입한다면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수 많은 생명을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이라고 말한다.

현재 합성신약의 경우 값싸게 대량생산이 가능해 인류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게 장 박사의 지적인 셈이다. 화학자들이 복잡한 화학식을 그려가며 대화를 많이 나누면 나눌수록 인류의 생명 연장에 한걸음씩 더 다가서게 된다. 가난한 나라 사람이든 부자 나라 사람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는 것이다.

2.지구를 지키는 화학

인류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원은 석유, 석탄, 가스 등의 화석연료 다. 특히 석유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플라스 틱이나 비닐 같은 각종 소재 생산에도 사용 된다. 물론 이 같은 소재 생산의 토대는 화학이다.

문제는 이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이 필연적으로 오염물질을 남기며, 사용하고 남은 각종 화학소재 역시 폐기물 형태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폐기물 형태의 화학소재에 의한 지구오염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화학소재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결국 화학은 양면의 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해법이 없다는 것일까. 아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오염물질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것 역시 화학이다.

각종 부유물질이나 미생물로부터 수돗 물이나 먹는 물, 즉 생수를 정수하는 것도 화학이며, 토양오염을 막는 것도 화학이 바탕이 된다. 인간이 생존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는 분뇨의 처리 역시 화학에 의존 하고 있다

과거에는 엔드 오브 파이프(End of pipe) 개념으로 최종 생산물이 나오는 단계 에서의 오염물질 감소가 핵심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생산 공정 전반에 걸쳐 오염물질 발생을 억제하려는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수돗물은 바로 먹는 것이 가능한 수준 까지 정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최종 소비자까지 전달해주는 수도관의 노후 및 이로 인한 재(再)오염의 가능성으로 인해 수돗물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도입되고 있는 분리 막 방식은 수돗물 속에 포함된 오염물질뿐만 아니 라 대장균 등의 미생물까지 걸러낸다. 응집 제나 염소 같은 약품의 주입 없이 막의 세공 보다 큰 입자의 완전 제거가 가능해 양질의 수돗물 및 생수의 생산이 가능한 것. 물론 수돗물이나 생수의 정수과정 전체가 화학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핵심적인 분리 막은 화학을 토대로 하고 있다.

분뇨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의 냄새를 제거하는 것도 화학이다. 분뇨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냄새의 주범은 황화수소와 암모니아 가스. 그런데 질소가스를 이용하면 황화수소를 제거할 수 있다. 이는 질소가스가 황화수소 내의 수소와 잘 결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체의 생명활동을 모방하는 화학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인체는 거대한 화학공장에 비유될 만큼 생명활동 유지를 위한 다양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화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상온·상압 조건에서의 화학반응. 인류 최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나일론은 카프로락탐을 원료로 사용한다. 화학식이 C6H₁₁NO인 카프로락탐을 대기압 의 10배에 해당되는 10기압, 그리고 150℃ 의 고온에서 반응시키면 고체 형태의 중합체가 만들어지고, 이를 이용해 나일론이 제조된다.

그런데 카프로락탐으로 나일론을 만드는 것은 탄소와 수소를 산화시키는 것, 즉 산화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10기압과 150℃의 고온이 필요한 것. 인체의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 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는 것 역시 산화반응에 해당된다.



만약 인체의 헤모글로빈처럼 상온·상압 상태에서 산화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면 보다 손쉽고,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나일론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최근에는 폐기물 상태로 버려지는 화학 소재를 재활용하는 자원순환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 센터의 최명재 박사팀은 가전제품 포장재나 1회용 도시락, 건축 단열재 등과 같이 사용 하고 버려지는 석유화학 소재 폐기물을 화학 처리, 새로운 화학소재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주요 대상은 흔히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폴리스틸렌.

재활용 방법은 우선 부피가 큰 스티로폼 을 녹여 단단하고 부피가 작은 덩어리(잉곳) 로 만든다. 그런 다음 이를 다시 녹여 콩알 크기의 펠릿 형태로 만들어 화학소재로 공급하는 것.

이 화학소재는 욕실 미끄럼 방지 바닥재나 사진 액자틀 등에 이용될 수 있다. 현재 최 박사팀은 300톤급 규모의 파일럿 시설을 가동 중인데, 약 1톤의 스티로폼 폐기물을 재처리하면 화학소재를 비롯해 에틸벤젠 등 석유화학 제품을 최대 700kg 까지 생산할 수 있다.

최 박사는 "지구를 지키는 화학기술의 흐름은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오염물질 발생이라는 매듭을 묶은 화학이 나서 그 매듭을 풀 수밖에 없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3. 인류를 먹여 살리는 화학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인구는 64 억 명이고 오는 2050년에는 90억~100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인구증가에 따라 다양한 문제 들이 발생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식량문제다.

현재 인류를 먹여 살리는 식량의 대부분은 육상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육상은 지구 표면의 29%에 불과하다. 그리고 29%에 불과한 육상을 재차 100%로 환산하면 이 가운데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공간은 11%에 불과하다. 이 같은 제반 여건을 감안하면 고작 지구의 3% 공간에서 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여기서 얻어지는 작물이 인류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생산되는 작물만으로 인류의 식량문제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작물 생산량을 증가 시킨 육종기술과 함께 작물보호제, 그리고 화학비료의 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모두 화학을 기반으로 한다.

만일 작물보호제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과일과 같은 작물은 80%가 쓸모 없게 되며, 곡물은 현재보다 50% 이상 감소 하게 된다. 즉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 되고 있는 심각한 식량문제가 경제규모와 무관하게 농업생산기반이 취약한 국가들의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 소비 감소 등으로 표 면적으로는 식량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007년 기준으로 28%에 불과하고, 전체 곡물 소비량의 7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가축용 사료곡물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 대표적 인구대국 에서는 경제성장에 힘입어 식량 및 육류 소비가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곡물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이용 증가는 이 같은 가격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식량 생산을 현 수준 이상으로 유지시켜주는 작물보호제와 화학비료를 부정적인 눈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작물보호제란 농약의 다른 이름인데, 최근 농약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아 이처럼 부르는 것.

작물보호제는 크게 재배 작물 이외의 잡초를 제거하는 제초제를 비롯해 작물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세균 등을 제거하는 살균제, 그리고 곤충을 제거하는 살충제 등으로 구분된다.

과거 작물보호제, 즉 농약을 먹고 자살 하거나 각종 식품류에 농약이 들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됐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작물보호제의 위해성은 크지 않다. 대부분 작물보호제의 독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체중 1kg당 3g의 소금을 섭취하는 수준의 독성으로 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소재연구센터의 고영관 박사는 "작물보호제가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량을 기존보다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자연환경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작물 보호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 박사팀은 작물보호제 업체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제초제와 살균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 2007년 개발된 3종의 제초제와 살충제의 해외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 LG생명과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제초제 '플럭소'는 국내 사업화 이후 일본 수출을 추진 중이며, 살충제인 '하나로'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작물보호제는 약효 성분이 농축된 상태의 원제(原劑)를 수입, 이를 용도에 맞도록 가공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이 같은 원제의 수입액이 연간 3,000억 원에 달해 무역역조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개발되거나 해외에서 수입된 원제를 가공해 판매되는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은 연간 1조2,810억 원 규모다.

고 박사팀은 사용량은 크게 줄이면서도 잡초나 미생물만 제거하는 환경친화형 작물보호제 개발을 통해 이 분야의 무역역조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잔디용 제초제는 내년부터 국내 사업화에 나설 계 획이며, 동부하이텍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오는 2012년부터 비선택성 제초제의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비선택성 제초제란 작물재배 이전에 사용, 토양에서 잡초가 자라날 가능성이 없도록 한 뒤 필요로 하는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농작물의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덕=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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