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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만남 A to Z]나눔 위해 마음 연 '프로보노' 변호사

“‘나눔’은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여는 거예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사법고시에 뛰어들었습니다. 실력 쌓기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첫 직장에 발을 들인 곳은 국내의 한 대형 로펌. 이후 대기업으로 이직해 경험을 늘려갔지만 그 사이 자기 자신도, 초심도 어느새 묻혀 버렸습니다. 방향을 잃고 슬럼프에 빠진 지난해, 몸에 익은 직장을 그만두고 꿈을 위해 도전에 나선 그녀, 공익 전담 변호사 ‘프로보노’로 일하며 매 순간 힐링받고 있다는 이희숙 변호사를 서울경제썸이 만났습니다.





재단 법인 동천의 프로보노(공익 전담) 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희숙 변호사.



안녕하세요. 로펌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뒤 국내 기업에 다니다가 지난해부터 재단법인 동천에서 프로보노로 활동 중인 만 8년차 변호사 이희숙입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하고요. (웃음)




‘프로보노’(Probono)는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젊은 시절부터 남북 분단 현실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탈북민들의 삶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찾던 중 프로보노란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틈틈이 북한 전문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했었고요. 로펌·기업 등에서 경험을 쌓고 지난해부턴 본격적으로 재단법인 동천으로 이직해 프로보노 전담 변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간혹 경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직접 찾아와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공익과 관련된 소송을 주로 맡고 있거든요. 그 분들의 구구절절한 사정을 듣다보면 저도 어떻게서든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공익적인 소송이 아닐 경우엔 죄송하단 말씀 밖에 드릴 수 없어 그 땐 마음도 아프고 힘들더라고요.



‘탈북민’과 ‘장애인’ 분야를 맡고 있어요. 소송뿐 아니라 NGO 단체 자문활동, 정기적인 법률 상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법 제도 등의 연구도 하고 있지요. 그런데 지난해엔 워낙 많은 업무가 회사에 몰려 난민, 여성, 청소년, 이주민 분야 등 다른 분과도 맡았어요.



작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과 동천이 공동으로 진행 중인 난민 소송이 있는데요. 우간다에서 살다가 화재사건으로 억울하게 체포돼 폭행·감금·성폭력까지 당했다가 겨우 한국으로 들어온 난민이 있어요. 어렵게 한국으로 도망와 오랜 기간 난민 신청을 했지만 계속 거부당했다가 최근 고등법원이 난민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어요. 우리나라는 소송을 통해 난민 인정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좋은 결과가 나와 매우 뿌듯했죠. 지금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요.



변호사로 활동하며 중국의 북한 접경 지역에서 탈북민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었어요. 이를 통해 탈북민들의 열악한 처우와 환경을 알 수 있었죠. 이러한 경험들이 흔한 건 아니잖아요. 가까이에서 탈북민들을 지켜본 경험들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거나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이전 직장에서 기업 영업 비밀, 특허 관련 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을 잘 활용해서 중소기업이나 NGO 등 법 자문을 받기 어려운 단체에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일반인들이 간혹 전화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NGO 단체들을 통해 사건을 의뢰받아요.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NGO단체들이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난처한 사안이 주를 이루죠. 사건이 접수되면 법무법인 태평양에 소속된 분과 저희 프로보노 변호사들이 팀을 꾸려 소송을 진행하죠.



프로보노 변호사로 일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많이 말렸어요. 일반 변호사 수임비가 높은데 왜 굳이 공익사건을 맡느냐면서. 저도 애 둘을 키우는 엄마니까 고심했죠. 그런데 지금은 ‘역시 잘 왔구나’, ‘각자에게 주어진 길이 있고, 나는 이 길을 잘 걸어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간혹 무료로 봉사하는 줄 아는 사람이 있는데, 동천에서 일정한 월급을 받아요.



재단법인 동천이 사회공헌활동으로 받은 상장 및 상패. 동천은 지난 2014년 로펌 재단법인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인권상’을 수상했고, 작년엔 한국인터넷기자협회의 ‘2015 사회공헌상’을 받았다.





‘동천’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지난 2009년 6월 국내 최초로 설립한 로펌 프로보노 단체에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적 책임(SR)을 실현하기 위함이죠. 이 곳에서 공익 전담 프로보노로 활동하는 변호사는 저를 포함해 4명이에요. 크게 ‘여성·청소년 분과, 이주외국인 분과, 난민·탈북 분과, 장애인 분과’ 등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죠.



원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맡은 직종에 실제 근무하는 사람들은 그 드라마 잘 안 보지 않나요?(웃음) 해외 법률 드라마를 보면 본업 외에 프로보노 활동을 하는 변호사가 종종 나오는데 그런 분들이 실제로도 많이 있어요. 이 분들은 잠 잘 시간 줄여가며 프로보노 활동을 하는 건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죠. 우리나라 드라마에도 프로보노가 소개된다면 일반인들에게 저희 활동이 홍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 곳곳의 사각지대에 있는 ‘약자’들을 위한 법적 울타리를 만드는 일이 제 역할이자 목표에요. 다만, 일반적 소송이 아닌 공익 소송을 맡다보니 새로운 케이스가 많고, 그만큼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아지네요. 조금만 젊었더라면 훨씬 적극적으로 활동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일과 가정 모두를 챙겨야 하니 아쉬움이 남죠.



변호사가 돈을 많이 받는 직업이니까 이 일을 하나보다 하실 수 있지만, 사실 변호사 중에는 사회적 책임감·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기업·로펌 등에서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그런 것들을 놓치고 살게 되죠. 프로보노 활동은 ‘내가 사회의 변화를 위해 도움이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 초심을 다시 찾을 수 있어요. 평소 업무로부터 받았던 스트레스와 상실감을 해소할 수도 있고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프로보노 활성화’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협약시에 첨석한 동천과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 모금·후원자 개발 컨설팅 기관 소셜밸런스, 홍보 전문기업 케이피알어소시에이츠, 창업 컨설팅 기관 희망설계재능기부연구소 등은 올해 프로보노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협업 활동을 펼치기로 약속했다.



프로보노로 활동하고 싶어하는 변호사들이 꽤 많아요. 하지만 자리가 한정적이다 보니 하고 싶어도 못하는 현실이죠. 로펌 프로보노 단체들이 더욱 늘어 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또 프로보노 활동을 지원해주는 기부·나눔 문화도 대중화됐으면 하고요. 올해 저희뿐만 아니라 IT·홍보·마케팅 분야 등의 전문가들이 협력해 프로보노 활동을 늘려가기로 했는데요. 열심히 준비 중이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서울 강남에 위치한 동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이희숙 변호사. 이 변호사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프로보노 변호사들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프로보노 활동을 시작한 뒤 너무 바빠 취미나 여가 활동을 할 여유가 없었어요. 새해가 됐으니 건강관리부터 다시 하려고 회사 근처 요가학원을 등록했어요.(웃음)

저에게 2015년은 ‘도전의 해’ 이었어요. 사시를 준비할 때부터 공익 변호사가 되고 싶었는데, 막상 그러지 못했었거든요. 이대로 ‘남들처럼 정신없이 바쁘게 살기만 할 것이냐’하는 생각에 슬럼프도 있었죠. 그러던 중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도전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 꿈을 실현시켰죠. 지금은 매일매일 만족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정가람 인턴기자 garam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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