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담뱃갑 자극적 경고그림 부착 - 찬성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대한금연학회 홍보이사

보건복지부가 최근 자극적인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을 공개한 후 담배업계와 애연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구강암 환자의 암덩어리 등 혐오스런 사진들을 담은 경고그림 시안을 다음 달 23일까지 확정해 12월23일까지 부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찬성측은 경고그림은 세계적인 추세인데다 흡연 폐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대측은 서민의 기호품 선택 권리를 크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도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는 흡연으로 매년 5만8,000여명이 사망한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의 상당수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더라면 건강한 모습으로 더 오랫동안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흡연으로 인한 사망은 대부분이 ‘조기사망’이다. 조기사망은 흡연자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가장의 이른 죽음으로 어린 자녀들이 학업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할 수도 있고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으로 가족,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래도 흡연을 흡연권, 행복추구권 운운하며 담배규제 정책의 확대를 비판할 수 있을까

담배 때문에 매년 수만 명이 사망한다는 것은 담배회사 입장에서는 해마다 수십 년 동안 자사 제품을 사용한 충성스러운 고객이 사라지는 것이다. 비지니스를 하면 할수록 고객을 잃을 수밖에 없는 기묘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어떤 비즈니스가 이러한 경영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담배회사가 적자를 봤다는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시 말해 담배회사는 매년 5만8,000명 이상의 신규흡연자를 발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고 그 일이 차질 없이 오랜 기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담뱃갑 포장은 단순히 담배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종이상자가 아니다. 담뱃갑이야말로 담배회사가 심혈을 기울이는 마케팅 공간이다. 담뱃갑은 편의점 진열장에서, 흡연자 손에서, 심지어 길바닥 혹은 쓰레기통에서도 담배를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담뱃갑에 정부가 기존 경고문구 대신 경고그림을 넣겠다고 결정했고 최근 담뱃갑에 부착될 경고그림 실물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정책이기 때문에 담배업계를 중심으로 정책효과에 대한 의문 혹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경고그림의 지나친 혐오감과 판매점 생계위협 등을 이유로 반대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이 정책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입되는 것이라면 담배업계의 주장에 대해 정부차원 혹은 학계차원의 면밀한 대응과 설득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담뱃갑 경고그림 정책은 전 세계 180개국이 이행을 약속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11조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대다수의 협약 당사국들이 이미 이 정책을 도입했거나 도입 추진 중에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담배업계의 반대의견은 우리나라에서만 제기되는 ‘특별한’ 것들이 아니라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하려는 국가에서는 담배업계를 통해 언제나 제기되어왔던 너무나도 뻔한 주장들이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흡연자에게만 흡연의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 아니다. 담뱃갑 외관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흡연의 폐해를 시각적으로 경고함으로써 흡연행위를 비일상화, 비규범화 시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비흡연자, 특히 우리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의 흡연을 예방하는데 탁월한 정책이다. 그래서 전 세계가 2001년부터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을 시작했으며 2016년 현재 100여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 결과 우리 청소년 첫 흡연경험 연령이 12.7세, 매일 흡연을 하게 되는 나이가 13.6세로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5~6학년 사이에 담배를 처음 경험하고 중학교 1학년이 되기 전에 매일흡연자가 된다는 통계다.

금연선진국에서는 이미 ‘담배 종말’ ‘담배없는 세대’ ‘담배판매 금지’를 공식적으로 선포하고 다음 세대를 담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실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도 새로운 담배규제정책을 도입할 때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담배업계, 흡연자단체 등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종말과 같이 강력한 정책을 선포할 수 있는 이유는 담배업계와 흡연자의 목소리보다는 자라나는 청소년과 미래 세대를 먼저 고려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경고그림이 ‘혐오스럽다’ ‘혐오스럽지 않다’ ‘담배 매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혐오스러운 그림은 안된다’라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담배 업계의 영업 자유와 국민의 건강보호라는 양자의 갈등에 조정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쪽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더 유리한 정책인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