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건축과 도시] 제주와 함께 숨쉬는...‘파우제 인 제주’

산과 바다 한눈에 … 지친 일상의 ‘쉼표’ 같은 공간

주거동인 마운틴·오션블록 건물의 앞뒤를 모두 통유리창으로 설계해 한라산과 바다 조망권을 극대화했다. /사진제공=코엠홀딩스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수십 명의 신사가 주택가에 차렷 자세로 서 있다. 하지만 서 있는 장소가 기묘하다. 건물 옥상에, 2층 앞쪽에, 혹은 하늘 위에 중절모를 쓴 남성들이 빼곡하게 차 있다. 그림 제목은 ‘겨울비’,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다. 마그리트는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을 사실적으로 나타내는 듯하면서도 모순·역설 등의 상황으로 비틀어 표현하는 작가다. 이에 따라 틀을 벗어나는 낯선 모습이 창조된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중산간지대에 위치한 ‘파우제 인 제주’는 마그리트가 만들어내는 ‘낯섦’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임영우 코엠홀딩스 대표는 “방문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 낯선 편안함을 만들어내는 건축

현관에서 두세개 계단 내려가야 침실

‘수직적 공간 이동’ 등 또 다른 재미



파우제 인 제주는 △마운틴블록 △오션블록 △커뮤니티센터 △아트파우제 4개 블록 376가구로 이뤄진 레지던스형 임대주택단지다. 이 중 주거동인 마운틴·오션블록은 모든 건물이 네모 반듯한 형태로 곡선과 직선, 경사로가 불규칙하게 얽힌 땅의 모양과 대비를 이룬다.

주거동은 일반주택과 달라 낯설면서도 동시에 또 다른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다. 전용면적 26.13㎡인 C타입의 경우 현관 앞쪽 주방에서 반대편 침실로 이동하려면 가운데 놓인 두세 개의 계단을 밟고 내려가야 한다. 이는 수평적인 공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수직적 공간 이동을 하는 낯선 재미를 제공한다. 전용 49.42㎡의 D타입은 발코니가 앞쪽 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그 방이 곧 주방이 되는 등 각 요소가 기능적으로 공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방은 방문객들이 대부분 휴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디자인됐다. 박화연 바이스텔라 대표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아일랜드 식탁 등 주방 시설이 보이는 구조”라며 “밥을 해먹는 공간보다는 차 한 잔 할 수 있는 바(bar)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방문객들의 거주 패턴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C타입은 주방과 침실을 계단이 연결해주고 있어 공간을 수직적으로 분리시켰다. /사진=권경원기자




●제주의 자연을 끌어들이다

한라산·바다 전망 극대화해 공간설계

‘넓은 바위’ 빌레가 전체 단지 정원 역할



파우제 인 제주는 북쪽으로 한라산을, 남쪽으로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제주 지역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꼽는 여인의 얼굴 곡선 모습. 이에 따라 파우제 인 제주 전체 건물 설계의 1순위는 조망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었다. 마운틴·오션블록 전체에 앞뒤 모두 통유리창을 내 한라산과 바다 조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박 대표는 “조망권을 최대한 해치지 않기 위해 화장실을 아예 중앙에 놓거나 욕조가 들어간 욕실도 통유리창 구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센터 역시 조망이 중점적으로 고려됐다. 전체가 유리창으로 설계돼 3층에서 한라산과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다. 특히 직사각형으로 정적인 느낌을 주는 주거동과 달리 대지의 흐름에 맞춰 부드러운 ‘디귿(ㄷ)’자 형태로 건물이 지어져 양쪽 끝 부분에서 반대편 내부를 조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경락 아뜰리에17 대표는 “건물 자체가 마당을 중심으로 감싸 안는 형태여서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데다 단지 내외부 조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커뮤니티센터 앞쪽에 자리 잡은 ‘빌레’는 건축주와 설계자 모두 보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빌레는 넓은 바위를 의미하는 제주말이다. 당초 건축주가 약 8년간 거주하면서 직접 가꾼 현무암 빌레 정원이 파우제 인 제주에서 방문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유지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처음 설계를 위해 이곳을 찾았을 때 자연환경이 정말 잘 갖춰져 있어 최대한 유지하고자 했다”며 “현무암 빌레는 전체 단지의 정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입구 쪽에서 바라봤을 때 뒤쪽으로 여인의 얼굴 곡선 형태를 띠고 있는 한라산을 감상할 수 있다. 오른편 건물은 전시 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아트파우제. /사진제공=코엠홀딩스


●세상에 없던 13월의 휴가

느긋한 섬의 일상 체험하게 임대운영

반려견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전용동도



여행 문화가 유명 관광지 몇 군데를 둘러보는 것에서 그 지역의 주민으로 살아보는 것으로 바뀌면서 파우제 인 제주 역시 ‘13월의 휴가’를 내걸고 한 달 이상의 장기임대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현지의 일상을 느긋하게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방문객들은 이미 알려진 관광지 대신 이곳에서 일상을 즐긴다. 임 대표는 “건물 안에서 오전을 여유롭게 보내다가 인근 한라산 둘레길을 산책하고 오는 등 기존과는 다른 여행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임대를 원하는 수요는 늘어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임대주택은 없었던 상황에서 파우제 인 제주는 처음으로 장기임대를 위한 서비스·시설을 갖추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전용동을 마련했으며 스포츠·레저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을 위해 편의시설도 제공한다. /제주=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 설계자 인터뷰 - 파우제 인 제주를 만든 사람들

“가장 제주스러운 곳에 들어선 가장 도시적인 건축물”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경락(사진) 아뜰리에17 대표가 건축물 설계를 할 때마다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바로 ‘사람’이다. 무조건 화려한 것보다는 건축물을 직접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파우제 인 제주’ 역시 제주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바깥 마당에서 1층 문을 거치지 않고 아트파우제 건물 지하로 자연스럽게 내려갈 수 있는 낮은 경사로를 만드는 등 이용자들의 걸음까지 신경 썼다. 커뮤니티센터를 배치할 때도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고민했다. 이 대표는 “전체적으로 단지가 조밀하게 구성돼 있어 커뮤니티센터는 가능한 한 뒤쪽으로 배치했다”며 “건물 앞 빌레(너럭바위) 정원을 이용해 빈 공간을 둬서 자연과 잘 어울리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경락 아뜰리에17 대표


이 대표가 건축물의 외형을 담당했다면 전체적인 이미지는 박화연 바이스텔라 대표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박 대표는 단순히 내부 공간을 장식하는 것을 넘어서 가치를 나타내주는 브랜딩(branding)까지 함께 담당한다. 브랜딩을 기반으로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적합한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이 박 대표의 역할이다.

박 대표는 파우제 인 제주를 “가장 제주스러운 곳에 들어선 가장 도시적인 건축물”이라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건물 자체가 이미 현대적이기 때문에 딱딱한 이미지보다는 이 공간에 감성을 녹여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파우제 인 제주의 상징인 지팡이를 짚고 어딘가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는 인물 그림은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내부 인테리어 소품 역시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것들로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