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태후’ 신드롬 일으킨 투자배급사 NEW

드라마 사전제작 새 지평 열고

중국 시장 공략 탄탄대로 깔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한류열풍을 이끌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태후를 제작한 투자·배급사 NEW 역시 종합 콘텐츠 업계의 중심에 새롭게 올라섰다. 사진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중 한 장면.




최근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는 드라마 한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받는다. 전쟁지역에서 꽃피는 군인과 의사의 사랑이라는 주제, 그리고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열정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배우와 드라마만큼이나 주목받은 곳이 있다. 바로 이번 드라마의 100% 사전제작과 제작지원을 전담한 영화 투자배급사 NEW(Next Entertainment World)다. 태후의 성공으로 NEW는 명실공히 국내 4대 배급사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 성공을 계기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종합 콘텐츠 유통 기업으로의 성장을 노리고 있다.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실패하면 손실이 엄청날 텐데… · ”
지난 2014년 초 어느 날,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사무실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드라마 제작과 배급에 대한 논의였다. 외연 확장을 위해 드라마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굳이 무리하지 말고 하던 일만 하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반대하는 쪽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NEW는 국내 4대 메이저 영화 투자배급사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등 NEW가 투자 · 배급한 영화들은 연이어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기도 했다.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제작비였다. NEW에서 예상한 태후의 총 제작비는 130억 원 남짓이었다. 100% 사전제작과 해외 올로케이션, 화려한 액션장면 촬영 등을 고려한 비용이었다. 떠오르는 한류 스타 송중기와 이미 한류 스타로 자리매김한 송혜교라는 배우를 캐스팅해 스타 마케팅 측면에서의 성과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지난 2013년 선보인 7번방의 선물, 변호인, 신세계 등 NEW가 투자하고 제작한 영화도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거칠 것 없어 보였지만 드라마는 영화와 달랐다. NEW 내부 인력 중 드라마 제작 관련 노하우를 가진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과연 13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뛰어넘는 매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김우택 NEW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도전하지 않으면 결코 다음 기회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드라마 제작에 대한 노하우는 없었지만, 우리 스스로 노하우를 만들어 가자고 결의했죠. 그저 투자만 했다면 오히려 속 시원했을 수도 있어요. 돈은 많이 벌었겠죠. 하지만 다음 기회를 저희 스스로 만들 수는 없었을 겁니다. 지금도 내부에서는 ‘이번에 이 정도 성과를 냈으니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겠다’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저희 회사 이름 NEW에서 ‘N’이 ‘NEXT(다음)’를 의미하잖아요. 회사의 이름에 담긴 다음을 위한 도전의 시작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태후의 성공은 NEW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100% 사전제작에 성공했고, 새로운 투자 방식을 도입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김주형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말한다. “태후의 성공은 NEW라는 하나의 회사를 넘어 전체 콘텐츠 투자배급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영화를 다뤄온 투자배급사가 방송용 드라마의 기획부터 투자, 방송, 심지어 방송 이후까지 책임지는 하나의 시스템을 만든 것이니까요. 그 시스템은 기존에 없던, 방송사나 기존 프로덕션에서 하지 않았던 방식이었습니다. 한국과 중국에서의 동시 방송이 대표적인 예죠. 물론 이것이 옳다 그르다를 평가하기는 아직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NEW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NEW는 영화와 드라마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종합 콘텐츠 제작·유통사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NEW가 제작해 1,13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김 교수의 말에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한국과 중국에서의 동시 방영이다. NEW는 드라마를 제작 중이던 지난 2015년 중반, 중국 내 최대 동영상 플랫폼 기업 아이치이(iqiyi)에 회당 2만5,000달러에 태후의 판권을 수출했다. 16부작으로 제작된 태후의 판권 판매 비용은 46억 원에 달했다. 중국에서의 동시 방영을 선택한 표면적 이유는 불법 영상 유통 방지였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저작권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중국에서는 한국 드라마 영상을 불법 복사해 유통 · 판매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과거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영화 · 드라마 제작사들도 불법 영상 때문에 수차례 골머리를 앓았다. 이 같은 NEW의 결정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드라마가 종방으로 치닫던 지난 4월 13일, 태후의 조회수는 24억 뷰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선풍적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20억 뷰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NEW 측도 드라마 제작의 최대 과제로 중국에서의 동시 방영을 꼽았다. 그리고 동시 방영을 위해서는 100% 사전제작이 필수였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의 국가다. 드라마 방송을 위해서는 엄격한 중국 내 사전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더욱 완벽한 사전제작을 위해 전체 촬영 기간의 25~30% 정도를 후반 작업에 할애했다.

익명을 요구한 드라마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아무리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고 해도 100% 사전제작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태후 이전에도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꽤 출시됐었죠. 그 드라마들의 공통적 특징이 뭐였는지 아세요? 다 망했어요. 시청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드라마 제작진들은 방송 중간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대본을 바꾸고 결말을 바꾸죠. 사전제작 시스템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태후의 100% 사전제작은 꽤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봐요. 사실 태후가 한국 시장만을 위한 드라마였다면 결코 이러한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중국을 타깃으로 삼았기에 가능한 결정이었죠.”

NEW의 중국 시장 진출은 태후로 인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미 NEW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일찌감치 돌입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중국 내 드라마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화처(華策)미디어그룹’은 NEW의 지분 15%를 535억 원에 매입하며 NEW의 2대 주주에 올랐다. 이어 지난 2015년 10월에는 NEW와 화처미디어의 합자법인 ‘화책합신’이 출범했다. 특히 이번 합자법인의 특징은 리메이크 중심으로 이뤄지던 기존 합작형태를 벗어나 시나리오 단계부터 함께 기획하고 제작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데에 있다. 공동투자, 공동제작을 원칙으로 NEW 직원이 중국 현지에 파견돼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의 유입이 자칫 국내 드라마와 영화 콘텐츠 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태후 역시 중국 자본과 얽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우택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화처미디어그룹이 투자한 금액으로 태후를 제작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저희 주식을 사들였을 뿐, 드라마에 투자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실제로 이번 태후 제작에 사용된 130억 원은 저희와 KBS가 약 6:4의 비율로 투자했습니다. 수익 역시 비슷한 비율로 나누게 되죠. 태후의 성공으로 저희 주식이 오르면 화처미디어는 당연히 이득을 보겠지만, 직접적으로 태후의 수익을 가져가지는 않습니다.”

김우택 NEW 대표.


NEW가 보여준 또 다른 성공 방식이 있다. 바로 중국에서의 한류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인들의 정서를 제대로 공략했다는 점이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서는 우선 태후의 탄생 비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지혜 NEW 홍보팀장은 말한다. “태후의 시나리오는 원래 지난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국경 없는 의사회’가 원작이었습니다. 재난 현장에 뛰어든 의사들의 얘기였죠. 사실 유시진 대위도 원작에서는 의사였습니다. 시나리오는 좋았지만, 드라마 제작 여건이 안돼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었죠. 그러던 중 서우식 전 바른손 대표가 드라마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제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스타 작가인 김은숙 작가의 제작 참여가 확정하면서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결심하게 됐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등장은 태후의 성공에 시발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은숙 작가는 이미 ‘상속자들’, ‘시크릿가든’ 등으로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물론 작가의 네임밸류만으로 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확신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NEW의 생각은 적중했다. 다소 흥미로운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양 팀장은 말한다. “태후의 중국 동시 방영을 담당한 아이치이의 판권 담당 총경리와 이와 관련된 사전 협의를 하던 중 김은숙 작가가 태후를 집필한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후 계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심지어 캐스팅도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알고 보니 김 작가가 집필한 상속자들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 내에서도 김은숙 작가의 팬이 꽤 많다고 하더군요.”

드라마 스토리 역시 중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 만한 내용으로 대폭 수정했다. 역동적인 전투 장면의 배치와 해외 올로케이션으로 소위 대작 스케일의 작품을 선호하는 중국 트렌드을 접목했다. 또 극한의 상황에서 유시진 대위가 보여준 생명의 존엄성, 전우애 등은 애국심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중국 사회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트렌디한 감성의 드라마에 열광하는 현지 여성팬들을 위해 당차고 능력 있는 캐릭터인 여의사 강모연(송혜교 분), 여성군인이지만 강한 리더십을 갖춘 윤명주 대위(김지원 분) 등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전략과 분석, 현지화라는 삼박자가 조화돼 NEW는 태후의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NEW의 도전은 지금부터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당장 중국과의 합자법인과 공동 제작하는 영화가 향후 NEW의 도전 성과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개봉돼 인기를 끈 ‘더 폰’과 ‘뷰티 인사이드’의 중국판 제작이 준비되고 있으며, 웹툰 작가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마녀’ 역시 한국판과 중국판으로 나뉘어 제작될 예정이다. 태후 역시 중국판 리메이크가 확정돼 공동작업에 돌입할 파트너 선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NEW 관계자는 “태후의 성공으로 중국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중국에서 성공 가능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콘텐츠 제작 · 유통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