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중소 조선사도 줄도산 현실화]지역여론·총선 눈멀어 구조조정 失機...조선사 다 망가뜨렸다

장밋빛 전망 STX조선

몇달새 분위기 뒤집혀

낙관하던 성동조선도

6개월 만에 '수주절벽'

대선 등 일정 감안 땐

구조조정 속도 내야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을 결정한 25일 직원들이 서울 남대문로 STX남산타워 로비를 지나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중소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강도가 강해지면서 성동·SPP조선 등도 법정관리 또는 청산의 기로에 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호재기자






대형사는 영원히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원칙을 깨고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가 예고된 가운데 중소형 조선사에 구조조정 강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SPP조선은 27일까지 매각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바로 청산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구조조정의 속도 역시 빨라지는 모습이다.

한편 조선사 구조조정은 정치적 이해와 지역 여론을 등에 업은 인기 영합주의에 매몰돼 적기를 놓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면서 STX조선은 물론 중소형 조선사까지 줄줄이 법정관리 또는 청산의 기로에 서게 됐다.

25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 구조조정의 실기에 따른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주의와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주민들의 경제 논리에 빠져 조선업 구조조정을 연기했다면 지난해 말부터는 올해 4월 총선 이슈가 대두되면서 문제가 터지기 직전까지 구조조정을 공론화조차 하지 못했다.

STX조선은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대표적인 사례다. 채권단은 지난해 12월 STX조선 실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원잔액인 4,500억원을 지원했다. 채권단은 당시 실사 결과를 발표할 때만 해도 올해 하반기까지 추가 자금지원 없이 정상 운영될 것이라며 장밋빛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4개월여 만에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산업은행은 이날 “자율협약 체제에서 내년까지 수주가 남아 있는 선박을 정상 건조해 인도금을 받더라도 부족한 자금은 7,000억~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신규 수주가 없고 급격하게 건조 물량이 감소하면 부족자금의 규모는 확대되고 정상 건조가 불가능한 상황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채권단은 당시 판단을 완전히 뒤집으며 자율협약하에서 STX조선의 정상화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은 지난 4월 총선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총선 이슈를 의식한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STX조선을 비롯한 조선사들의 상황을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총선 국면에서 조선소들이 밀집한 영남 지역 후보들은 지역경제와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을 앞다퉈 공약으로 내세웠다. 배임과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강덕수 전 STX 회장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창원 등에서 이어지기도 했다.

정치논리에 휘말려 시기를 놓친 후폭풍은 STX조선에 이어 중소 조선사에도 휘몰아치고 있다. 성동·SPP·대선조선 등 다른 중소형 조선사도 채권단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청산이나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9월 삼성중공업과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낙관론이 우세했다. 당시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이덕훈 행장은 “성동조선을 이른 시기에 정상화해 삼성중공업에 팔겠다”면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하지만 6개월여가 지난 성동조선은 수주절벽에 봉착한 상태다. 성동조선의 현재 수주 잔량은 50척, 24억달러 규모로 일감이 1년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앞으로도 수주를 하지 못하면 2년 뒤에는 작업장(야드)이 비게 된다.

성동조선은 자구안 제출을 준비 중이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한 뾰족한 묘안도 없는 상황이다. 자구안에는 인력 구조조정 및 임금 삭감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년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핵심자산 매각이 상당 부분 이뤄져 더 이상 내다 팔 자산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성동조선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력 선종을 10만~20만톤 규모의 상선으로 특화했는데 저가 수주에 나선 중국 업체들의 선종과 겹쳐 이마저도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이 기댈 언덕이라고 생각했던 삼성중공업 역시 상황이 어려운데다 신규 수주 없이는 시한폭탄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후 매각’ 사례로 거론됐던 SPP조선 매각 협상도 SM그룹과 채권단의 입장차가 워낙 커 결렬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SPP조선 인수 시 들어가야 할 추가 비용, 우발부채 등이 정밀실사 결과와 크게 달랐다”며 채권단이 기존에 제시한 조건으로는 본계약을 맺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권단은 SM그룹 측에 625억원까지 가격을 인하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SM그룹 측은 세금 및 우발채무로 425억원의 추가 지출이 예견된다며 추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대선조선은 탱커선과 화학제품 운반선 수주가 이뤄지면서 오는 2018년 8월까지 일감을 확보해 큰 위기에서는 벗어났다. 다만 상선 부문은 설비를 축소하고 여객선 분야를 특화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대선조선의 생사는 주채권은행인 수은의 정상화 의지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선조선은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했다”며 “다만 조선업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대선조선 역시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혜진·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