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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치과의사, 선수는 전직 영화감독…겨울왕국 아이슬란드의 기적

종주국 잉글랜드 누르고 유로2016 첫 출전에 8강

프로리그도 없고 등록선수는 2만명, 축구클럽만 4만개인 잉글랜드 압도

엘리자베스 여왕 “또 한 번의 브렉시트”

감독은 치과의사에 골키퍼는 전직 영화감독이다. 이쯤 되면 참가에만 의의를 둬야 할 것 같지만 아이슬란드는 ‘유럽월드컵’ 첫 출전에 8강까지 진출했다.

‘겨울왕국’ 아이슬란드가 눈과 얼음, 화산 대신 축구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이슬란드가 이렇게 주목받기는 유럽 항공대란을 불러온 2010년 화산 폭발 이후 처음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이슬란드는 28일(한국시간) 프랑스 니스에서 벌어진 2016유럽축구선수권(유로2016) 16강에서 축구 종주국을 자처하는 잉글랜드를 2대1로 눌렀다. 프로축구리그도 없는 아이슬란드는 전체인구 33만명에 등록선수는 2만명에 불과하다. 잉글랜드는 축구클럽만 4만개다.

아이슬란드의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은 34위지만 2010년만 해도 112위에 불과했다. 아이슬란드가 축구에 열성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0년 전후다. 이웃 나라 노르웨이의 모델을 채택해 정규 실내축구장을 짓기 시작했다. 시기가 좋았다. 경제호황으로 목돈 대출이 쉬워지면서 모든 마을에 ‘풋볼하우스’라는 실내구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몇 년 뒤 아이슬란드 전역의 미니구장은 수백개로 늘었다. 축구장이 많아지자 유소년 축구에 붐이 일었다. 최고 스타 길비 시귀르드손을 포함한 대표팀 선수 중 4명이 당시 창단한 같은 클럽 출신이다. 축구 하는 어린이들이 폭증하다 보니 지도자 수요도 커졌다. 아이슬란드에선 전체인구 500명 중 1명꼴로 유럽축구연맹(UEFA) 공인 지도자 자격을 갖고 있다. 5,000명에 1명인 잉글랜드보다 높은 비율이다.

대표팀 공동 사령탑인 헤이미르 하들그림손은 UEFA 프로 라이선스를 딴 최초의 아이슬란드 감독이다. 대표팀에선 감독이지만 평소엔 치과의사다. “대표팀 감독이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안 될 것도 없지 않나.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잉글랜드전을 앞두고 “그들의 플레이스타일이 두렵지 않다. 아이슬란드는 잉글랜드 축구에 대해 워낙 많이 알고 있어 굳이 분석적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정말로 예상을 깨고 잉글랜드를 압도했다. 터키, 네덜란드 등을 밀어내고 조 2위로 이번 대회 예선을 통과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아이슬란드는 이날 볼 점유율에선 3대7 정도로 밀렸지만 ‘영양가’에선 앞섰다. 슈팅 8개 중 5개를 골문 쪽으로 보냈다. 전반 4분 만에 웨인 루니에게 페널티킥을 내줘 끌려갔으나 2분 뒤 라그나르 시구르드손이 균형을 맞췄고 전반 18분 콜베인 시그도르손이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다음 상대는 개최국이자 또 다른 우승후보인 프랑스다. 1998년 1대1로 비겨본 경험이 있다.



미드필드 측면에서 볼을 돌리며 상대 수비를 끌어낸 뒤 별안간 반대편으로 길게 열어주는 공격 전개에 잉글랜드는 눈뜨고 당했다. 18개 슈팅 가운데 유효슈팅은 4개뿐이었다. 아이슬란드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이 버틴 골망을 페널티킥으로 겨우 흔들었을 뿐이다. 할도르손은 대표팀 소집 기간에도 숙소에서 영상 편집에 몰두하는 영화감독 출신 선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경기 뒤 트위터에 “유럽에서 다시 한 번 탈퇴한 셈(Out of Europe. Again.)”이라고 적었다. ‘축구판 브렉시트’에 후폭풍이 거세다. 2012년부터 잉글랜드를 이끌어온 로이 호지슨 감독은 사의를 표명했다. 팬들은 자조 섞인 불만을 인터넷상에 쏟아내고 있고 영국 언론은 “역대 959차례 대표팀 경기 중 가장 치욕스러운 패배”라며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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