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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시간표 어플 '에브리타임'

연인을 만나기 위한 통로로 전락한 ‘시간표 어플’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오픈챗’으로 이동해 은밀한 만남

일부 외설 모임방 때문에 탈퇴하는 회원 많아져

시간표 어플 ‘에브리타임’의 모임방이 대학생활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장소에서 이성간의 만남을 위한 장소로 변질돼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에브리타임 홈페이지




최근 대학생 사이에서 시간 관리를 도와주고 필요한 정보를 모바일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간표 어플 ‘에브리타임’이 인기다. 전국 388개 캠퍼스, 110만여명의 대학생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대표 어플로 꼽힌다. 하지만 대학생 사이에서 이성간 만남의 장소로 변질되면서 본래 취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생활 필수 어플로 꼽히는 ‘에브리타임’이 최근 대학생 사이에서 은밀한 만남의 장소로 악용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수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터놓을 수 있게 만든 모임방에서 공공연하게 이성과의 만남을 원하는 글이 게시되고, 익명으로 운영되는 ‘프리19’란 모임방은 수위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0년 시간표 작성을 고민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탄생한 ‘에브리타임’은 기존의 시간표 어플과 달리 커뮤니티와 모임 기능이 강화돼 이용자끼리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대학생 사이에서 이성 만남을 위한 은밀한 장소로 변질되면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이다.

2년의 군 복무를 마친 뒤,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었던 대학생 조은우(24)씨는 ‘에브리타임’을 통해 만난 이성과 얼마 전부터 연애를 시작했다. 군 제대 후 바뀐 수업과 교수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에브리타임’을 이용하던 중,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한 여대생과 쪽지를 통해 소통하게 됐다. 오랫동안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 잘 통한다고 느낀 조씨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옮겨 그 여학생과 대화를 계속했고 ‘얼굴 인증’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익힌 후 교제를 시작했다.

이렇게 ‘에브리타임’을 통해 만난 대학생 커플의 숫자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지만 연애 관련 게시물과 모임방의 숫자를 통해 추정해 보면 상당히 많은 수준일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에브리타임’ 내 각종 모임과 커뮤니티의 게시물은 지난 6월말 현재 7,541만 건에 이를 정도다. 에브리타임에서 연애와 관련된 모임을 검색해도 30여개가 넘는 모임방이 검색될 정도로 이 어플을 통한 남친·여친 찾기는 대학생 사이에 만연한 상태다. 더구나 익명성을 바탕으로 누구나 이용 가능했던 ‘랜덤 채팅’이나 ‘커뮤니티’ 어플 등과 달리 대학 인증을 거치는 특별한 가입 절차 때문에 이성에 대한 경계심이 대폭 감소한다는 것도 폭발적인 인기를 뒷받침하는 주된 요인이다. 대학생 김진우(22)씨는 “대학 인증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크다”며 “주위 여자 친구들도 ‘에브리타임’을 통해 만남을 갖는 데 거부감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에브리타임’을 통한 이성과의 만남은 주로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 3월 한 이성과 ‘에브리타임’을 통해 만났다는 대학생 김지혜(23)씨는 “얼굴 평가를 한다는 게시물을 올리면 남자들이 쪽지로 답을 해온다”며 “그중에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오픈 채팅방’으로 옮겨 이야기를 진전시키다가 마음에 들면 실제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얼굴 평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이성의 얼굴을 ‘훈/훈흔/흔/못’의 4등급으로 규정지어 평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1등급 ‘훈훈하다’부터 2등급 ‘훈훈한 듯 흔하다’, 3등급 ‘흔하다’, 4등급 ‘못생겼다’로 이어지는 얼굴 평가 등급은 커뮤니티에서 이성을 만나는 잣대로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은어다.



익명으로 일대일 대화만 가능하고 한 번이라도 방을 나가면 더 이상 대화가 지속될 수 없는 구조를 가진 해당 모바일 메신저의 ‘오픈 채팅방’은 ‘에브리타임’에서 만남을 더 쉽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고 대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에브리타임’이 제공하는 쪽지 서비스로는 길게 소통을 이어가기 힘들지만 ‘오픈 채팅방’이 생기고 나서는 실제 만남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오픈 채팅방’을 통해 이성을 만나 잠자리까지 한 대학생 김정민(가명·24)씨는 “한 모임방을 통해 만난 이성들은 대부분 ‘야톡’이라는 걸 한다”며 “야톡 끝에 한번 만남을 가지고 ‘이건 아니다’ 싶어 연락을 끊으려고 했더니 카카오톡에 ‘야톡’한 내용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야톡’은 성적인 묘사와 나체 사진 등 이미지를 주고받는 채팅을 말한다. 실제로 해당 모바일 메신저 규정상 과도한 신체 노출이나 음란한 행위를 묘사할 경우 영구적인 탈퇴가 가능하지만 은밀히 이뤄지는 만큼 이러한 규정은 무용지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였던 모 사이트의 축소판이 ‘에브리타임’에 이용자들의 비판이 있다는 것. ‘에브리타임’에 있는 ‘프리19’라는 모임방이 그것이다. ‘프리’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도 20개가 넘는 관련 모임방이 뜨는데, 이들 모임방은 대부분 ‘프리녀(가볍게 만나는 여성을 뜻하는 신조어)’를 구한다는 남성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가졌다는 후기가 올라온다. 심한 경우 자신과 관계를 가진 이성의 실명이 공개되거나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올 정도로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

이런 부작용 탓에 ‘에브리타임’을 아예 탈퇴하는 대학생들도 생기고 있다. 시간표 기능을 위해 어플을 깔았다가 올라온 게시물에 혐오감을 느껴 탈퇴했다는 대학생 주가연(21)씨는 “대학생들의 고민 토로를 위해 만든 커뮤니티가 이런 식으로 더럽혀졌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히다”며 “자유로운 의사소통도 좋지만 관리자가 이런 게시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에브리타임’을 운영하는 업체의 커뮤니티 이용규칙에는 엄연히 ‘외설 또는 음란물’의 게시를 금지하고 있지만 ‘음란성’ 게시물이 무분별하게 올라오고 있는 게 문제다.

이와 관련, ‘에브리타임’ 관계자는 “모임을 생성한 관리자가 게시물 삭제 등 모임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관리자 외의 모든 이용자는 신고 기능을 통해 게시물을 신고할 수 있다”면서 “신고를 받은 게시물은 자동신고처리시스템을 통해 처리하고 있는 만큼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의 관계 맺기가 커뮤니티를 통해 간편하게 이뤄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처럼 변질된 상황은 사회가 묵인해서는 안 된다”라며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운영진의 주기적인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의 자정 작용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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