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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리스타트,다시 혁신이다] "국내 제조업 화석화된 공룡"...새살 돋게할 '장기 혁신플랜' 시급

<1>통째로 바꿔야 산다

기업들 위기감 크지만 변화속도 큰 개선없어

혁신리더 기업도 해오던 사업서 제자리걸음

규제 과감히 풀고 업체간 견제보다 협업 필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절박한 심정으로 ‘혁신’을 외치고 있다. 삼성은 이달 초 사내방송을 통해 “30층짜리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삼성은 지금 초가집 수준”이라며 자사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에 대해 신랄한 자아비판을 쏟아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이천 연구소로 긴급 소집해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돌연사(sudden death)’하게 된다”며 자발적인 혁신안을 10월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장의 말은 절대 엄살이 아니다. 일부 주력사의 재무제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자체 판단이 나왔다”고 전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매 분기 열리는 임원 세미나 때마다 ‘혁신’을 언급하지 않은 때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아 내부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룹의 오너 일가가 기업 생존의 최전선에서 일종의 ‘별동대’ 조직을 책임지고 나선 것이다.



우리 대기업들이 혁신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낮아져 돈을 벌기는커녕 생존 자체를 보장받기 힘들어지고 있는 탓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제조업체들이 점점 화석처럼 굳어지는 공룡이 돼가는 것같다”고 우려했다.

실제 현대차와 LG화학, 포스코 같은 주요 제조업체의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는 2010년과 비교해 200~500계단이나 낮아졌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 위기의 배경에는 저가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있다”며 “지금 세계 최고라는 반도체도 10년 뒤, 아니 그보다 앞서 중국에 덜미를 잡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만큼 혁신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후 국내에서 한발 앞섰다고 평가 받는 삼성의 혁신 행보조차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그 속도가 결코 빠르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은 과감한 비주력사업 솎아내기와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정작 실탄을 쏟아 부어야 할 인수합병(M&A)에는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약 1조8,700억원)에 인수할 때만 해도 ‘오버페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결과적으로 이 인수를 통해 구글은 전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며 “삼성이 사업 혁신의 속도를 좀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과학기술전문지인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하는 ‘50대 스마트기업’에 2년 연속 삼성이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배경에도 이 같은 우려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경기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선포힉’에 참여한 사장단이 조직문화 혁신을 약속하는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을 보면 이 같은 보수적 성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두산이 과거 주력업종을 음식료 등에서 중공업으로 바꾸면서 오비맥주·처음처럼·KFC 등 유명 브랜드를 가진 기업을 미련 없이 매각한 적은 있지만 그 외 기업은 업종 변경·전환을 통한 신사업 진출이나 변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전자상거래 및 인터넷 광고를 담당하는 회사로 출범, 미국 스프린트사를 인수(2012년)해 통신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가 최근 로봇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일본의 소프트뱅크나 검색엔진 사업에서 시작해 무인자동차(제조업) 분야에서 시장 석권을 노리는 미국 구글 같은 기업이 한국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1999년과 2008년에 ‘포춘 500대 기업’에 동시 선정된 기업은 모두 사업재편에 성공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반면 한국 기업은 지난 2000년 이후 사업재편보다는 기존 산업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기업들이 도전을 통한 혁신에 나서지 않고 있고 이 과정에서 자연히 나라 경제의 활력마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와 기업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견제도 혁신의 적(敵)으로 지목된다.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분야인 전장 사업의 경우 삼성과 LG, 현대차 등이 협업보다는 견제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론산업의 경우 이웃국가인 일본이 ‘국가전략특구제도’ 등을 통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것과 반대로 한국은 ‘규제 프리존’ 관련 입법 등이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포켓몬 고(go)’ 서비스 지역에서 한국이 제외된 배경에도 정부의 규제가 있다. 정부는 보안시설 노출 위험 등의 이유로 외국기업인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국내에서 실행을 사실상 막았다.

경제 관료 출신의 한 대기업 임원은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매출과 영업이익 같은 연간 실적 목표치를 정해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영에 급급한 게 현실”이라며 “기업은 실패해도 좋은 모험조직을 육성하고 정부는 이런 사업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혁신이 첫걸음을 뗄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간 융합을 목표로 내건 ‘제조업 혁신 3.0’을 전면 재점검하든지 혁신을 전면에 내건 새로운 제조업 육성 플랜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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