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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집단 지정권까지 직접 행사하겠다는 국회

국민의당이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3단계로 세분화해 차등 규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21일 내놓았다. 지정기준을 정부 안(10조원)과 달리 자산규모 7조원으로 강화하고 50조원 이상의 그룹에는 해외 계열사의 소유구조까지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러면 당초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16개 그룹이 또다시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야당이 애써 마련된 정부 안을 뒤늦게 백지화하는 새 기준을 들고 나온 것은 일선 기업들의 심각한 경영혼선과 신뢰도 실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만만찮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지정기준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고 조만간 입법예고도 끝나게 된다. 이런 정부 발표를 철석같이 믿고 기업 인수나 투자 확대를 추진해온 기업들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 7조원이라는 기준 자체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당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제시했지만 부가가치 개념의 GDP를 자산규모로 따지는 대기업에 들이대니 엉뚱한 잣대라는 얘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게다가 해외 계열사의 소유구조를 공개하라는 것도 국제규범과 상충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인기몰이 정책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 규제의 전제인 지정권 자체를 국회에서 직접 행사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현재 시행령을 통해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도록 하는데 아예 공정거래법을 고쳐 명문화하겠다는 얘기다.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하는 대기업집단이라는 제도는 오직 한국에서만 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툭하면 규제법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국회에서 쥐락펴락하겠다고 나서니 기업들로서는 겁부터 덜컥 나게 마련이다. 그간 국회가 열릴 때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단골 메뉴로 제출돼온 것을 보면 어떻게든 대기업을 영향권에 넣어 굴복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엊그제 포춘이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한국은 삼성전자 등 15개사만 달랑 이름을 올렸다. 우리는 2008년 이후 줄곧 제자리걸음을 보인 반면 중국은 30개에서 103개로 불어났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대기업을 족쇄로 꽁꽁 묶어놓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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