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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 빛과 그림자]'IT·바이오 굴기' 노리는 中...올 獨서만 84억弗 '첨단기업 사냥'

<3>M&A 목표는 원천기술 확보

"새 시장 확보해 내수한계 넘자" 원천기술 보유 기업 타깃

국부펀드 든든한 지원 힘입어 올해만 1,462억弗 해외M&A

쿠카·GE가전·신젠타 등 품고 M&A 안되면 인재 사재기까지





“유럽이 나서서 중국으로부터 쿠카를 지켜내야 합니다.” 중국의 양대 가전업체 중 하나인 메이디가 독일 산업용 로봇회사 쿠카 인수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귄터 외팅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이에 반대하면서 한 말이다. 1898년 설립된 쿠카는 기술 강국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전통기업으로 에어버스·폭스바겐·피아트크라이슬러 등 유명 기업에 자동화 로봇 장비를 납품해왔다. 외팅거 위원은 쿠카가 메이디에 팔릴 경우 원천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며 유럽의 다른 기업들에 ‘백기사’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결국 메이디는 주식 매수를 통해 쿠카의 지분을 85.69%까지 늘려 사실상 이 회사의 지배권을 완전 장악했다.

최근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가진 업체가 타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 중 상당수는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다. 쿠카를 사들인 메이디의 경우 올해에만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부문을 인수했고 이탈리아 에어컨업체 클리베도 품에 안았다. 메이디가 인수한 회사들은 모두 사업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을 축적한 기업들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이러한 메이디의 글로벌 인수 행보에 주목하면서 중국 가전업체로는 처음으로 메이디를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시켰다. 메이디와 함께 중국 양대 가전회사로 꼽히는 하이얼도 원천기술을 노리는 해외 M&A에 적극적이다. 하이얼은 올해 초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자존심’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 부문을 사들였다.

◇M&A로 원천기술 확보해 글로벌 NO. 1 노리는 중국=원천기술을 노리는 중국의 기업 사냥의 주 표적이 되고 있는 곳은 기술 강국 독일이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의 독일 기업 인수 규모는 올해 34억달러(3조7,845억원)로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메이디의 쿠카 인수액 50억달러가 제외돼 있어 이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14년 26억달러의 세 배에 달한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독일·오스트리아 투자은행 부문 공동책임자인 니콜로 살사노는 “독일은 산업 및 엔지니어링 등 중국이 키우고 싶어 하는 분야의 기업이 많기 때문에 M&A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원천기술에 집착하는 것은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규모의 경제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서구 기업을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들이면 특허기업들의 공세를 막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기업 사냥의 원천은 든든한 실탄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중국 기업들이 쌓아둔 사내유보금은 1조2,000억달러(약 1,338조원)에 달한다. 이는 3개월 전과 비교해도 무려 18%나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기업 해외 인수합병의 든든한 원군이다. 중국 당국이 설립한 각종 M&A 지원 펀드는 중국 기업의 ‘해외기업 사냥’을 위한 든든한 실탄이 되고 있다. 최근 중국 켐차이나(CNCC)가 한국 기업 전체의 연간 해외 M&A 금액보다 많은 430억달러(47조9,149억 원)의 거금을 들여 스위스 종자기업 신젠타를 인수한 것도 중국 정부가 출자한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전폭적인 지지가 배경이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공격적 기업 사냥으로 올해 중국의 전체 해외 M&A 규모는 벌써 1,462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전체 규모(1,061억8,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헬스케어·반도체 굴기까지 나서는 대륙 기업들=원천기술 집중전략은 중국이 노리는 해외 기업들의 업종 변화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3~4년 전만 해도 중국의 해외 M&A는 호주·아프리카 등에 있는 유전·광산 같은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첨단기술을 갖춘 정보기술(IT)·제약·바이오 분야의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5월 중국 크리에이트그룹이 영국의 혈액 관련 헬스케어업체 바이오프로덕츠랩을 12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중국 헬스케어 기업들은 사업 분야 확대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부문의 경우 최근 중국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공을 들이는 분야다. 특히 중국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선두주자인 칭화유니그룹은 공공연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타도 대상으로 언급할 정도다. 실제로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미국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칭화유니의 샌디스크와 마이크론 인수가 현실화됐다면 칭화유니는 단숨에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떠오를 수도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기업이 안 되면 사람을 산다=인수합병 외에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중국 기업의 또 다른 수단은 인력 확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구글에서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이끌던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다. 중국 IT 기업 바이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3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센터를 신축하면서 응 교수를 데려왔다. 바이두가 최근 자체 개발한 AI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등 이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도 응 교수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은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분야에서 핵심인력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핵심인력을 빼내 삼성전자와 같은 선두기업들이 수십년간 쌓은 첨단 노하우를 단숨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웨이는 삼성전자 중국 스마트폰사업부 최고임원인 앤디 호를 자사의 컨슈머비즈니스그룹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직전까지 삼성전자 중국 스마트폰 담당 수석부사장직을 맡고 있었다.

중국 기업들의 인재 모시기 열풍은 하이구이(海歸·해외유학파)들의 귀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중국 현지언론 징화스바오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이구이들이 중국을 떠난 뒤 자기가 공부한 나라에 정착하는 확률이 중국으로 돌아올 확률보다 높았지만 최근에는 귀환이 대세가 됐다. 2007년에만 해도 30% 남짓이었던 귀국률이 지난해 78.1%까지 치솟은 것이다. 중국의 해외유학생들이 너도나도 귀국 대열에 합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징화스바오는 중국 경제가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좋아졌고 중국 정부와 회사들이 선진국 기업에서 신기술을 배운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해 애쓴 결과라고 전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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