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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범죄 증가의 10배...정신질환 범죄 대책 시급

대화단절 등 상대적 박탈감에

마음의 병 앓는 환자 급증 추세

2014년 정신질환 범죄 17%↑

치료감호소 재소자도 포화상태

정신과 진료·응급입원 조치 등

체계적 치료시스템 마련해야

정신분열(조현병)·분노장애·공황장애·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등 정신 이상으로 인한 범죄가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범죄의 증가 속도가 전체 범죄를 10배 이상 앞지를 정도다. 살인·폭행 등 범죄를 저지른 뒤 체포돼 정신이상 판정을 받는 재소자도 급격히 늘어 이들을 치료·관리하는 치료감호소는 이미 ‘포화’ 상태에 놓였다. 정신질환 범죄가 늘고 있는 원인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대화 단절과 일자리 부족 등에 말미암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범죄자 관리 강화, 예방대책 수립 등 정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4년 정신질환 범죄자 수는 6,301명으로 3년 새 17.1%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범죄자 수가 190만2,720명에서 193만3,835명으로 1.6% 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신질환 범죄의 증가 속도는 전체 범죄를 10배 넘게 앞서고 있다. 정신질환 범죄자 수는 2011년 5,379명에서 이듬해 5,428명으로, 2013년에는 6,001명을 기록하면서 6,000명선을 넘어섰다.

3015A33 정신질환 범죄자




정신질환 범죄자가 늘면서 치료감호소도 ‘인산인해’다. 2010년 869명이었던 치료감호소 연평균 재소자 수는 지난해 1,158명으로 5년간 33.26% 급증했다. 이 기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재소자는 ‘정신성적장애자’이다. 나이가 어리거나 정신·신체적 장애가 있는 여성을 상대로 성적 만족감을 해소하는 범죄자로 20명에서 92명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조현병·조울증·분노장애 등 정신질환 재소자도 769명에서 1,000명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정신질환으로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늘고 있는 배경에는 1인 가구 증가와 일자리 부족, 계층 간 대화 단절 등 사회적 토양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가족을 떠나 홀로 지내다 보니 대화 상대가 없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사회적 욕구불만을 폭력·성폭행 등으로 표출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범죄도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성범죄의 경우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사례가 늘고, 이들 범죄의 원인을 정신질환에서 찾는 풍토가 자리 잡은 점도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하지만 가장 핵심은 우리 사회의 토양이 시간이 흐를수록 척박해져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 쓰인 ‘역사적 맥락에 따라 수사가 달라진다’는 대목과도 일맥상통한다”며 “이른바 ‘나홀로족’의 증가로 계층 간 대화가 단절되고 있는데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로 인해 마음의 병을 지닌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점에서 정신질환 범죄 증가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신질환 환자가 급증하면서 각종 범죄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예방 대책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유일의 공주 치료감호소는 이미 인력·공간 부족 등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치료감호소 직원은 348명으로 33명의 결원이 발생했다. 관리할 재소자는 많은데 실제 인력은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수용면적도 부족해 한 병동에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35명을 초과 수용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재소자를 치료·감호해야 할 인력은 물론 공간마저 부족한 실정으로 담배 밀반입, 재소자 탈주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신질환 범죄자를 예방할 시스템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경찰은 위험성이 높은 현행범만 응급 입원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올해 5월 19일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문의와 전문 요원에게 정신병원 입원을 요청할 수 있는 행정입원권을 갖게 됐으나 시행은 공포 후 1년 뒤에나 시행된다.

나해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행범이 강력범죄를 저지른 뒤 치료 조치를 하는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정신질환이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사건이 발생한 뒤 입원 조치하기보다는 사소한 범죄라도 정신질환 징후가 보이면 곧바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현덕·서민준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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