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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4억어치 상품권도 하루만에 깡"

추석 앞두고 강남·명동 매장 북적...50만원권 비중 17%로 늘어 지하경제 악용 우려

최근 유커들까지 대량 구입

상품권 관련 법령정비 시급

9일 서울 대형 백화점 앞의 한 상품권 판매소에서 고객들이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하고 있다./권욱기자




“5,000만원어치요? 통장 입금과 현금 모두 가능합니다.”

지난 8일 서울 명동의 한 지하상가 상품권 현금화(깡) 전문 매장. 회사원 김모(34)씨가 5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 100장을 내밀자 환전상은 현금지급기를 작동했다. ‘차라락’ 소리와 함께 김씨의 손에는 5만원권 지폐 다섯 다발이 쥐어졌다. 이날 1시간 동안 상품권을 현금화하기 위해 다녀간 이는 김씨를 포함 10명이 넘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추석을 한 달 앞둔 8월 상품권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롯데백화점 20%, 현대백화점 42% 등이었다. 다른 백화점 등을 종합하면 평균 2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50만원권 이상 고액의 상품권 발행이 크게 늘었다. 조폐공사 분석을 보면 국내 백화점 전체 상품권 발행량 가운데 50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12.4%에서 지난해 17.1%로 약 5%포인트 늘었다.



추석을 앞둔 이달 초 강남과 명동 일대 상품권 전문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심지어 일부 매장에서는 하루에 많게는 수억대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강남역 인근의 한 상품권 매장에서 50만원권 상품권을 얼마나 현금화할 수 있는지를 묻자 환전상 이현숙(52·가명)씨는 “1억원까지는 오늘 중 가능하다”며 “하루의 시간만 주면 3억~4억원도 문제없다”고 했다.

고가 상품권의 무더기 현금화는 2~3년 전 고액권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상품권 매매 행위가 기업이나 기관의 불법 비자금 조성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거 사들인 뒤 환전상을 통해 손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탓이다. 또 환전상들은 판매자들의 개인정보를 확인하지도 않는다. 주로 현금을 손에 쥐기 위한 목적으로 익명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종의 지하경제 화폐로도 악용이 가능한 셈이다.

유커(중국관광객)들이 큰 손으로 등장한 것도 최근 눈에 띈다. 환전상 김모(44)씨는 “강남역과 고속버스터미널 일대에는 기업 관계자들의 거래가 많고, 명동에서는 유커들이 다량의 상품권을 사들인다”고 귀띔했다. 할인율 만큼 상품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유커들이 50만원권 상품권을 수십 또는 수백 장씩을 사간다는 얘기다.

이러한 이유로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상품권 규제는 10여개 법률을 근거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박종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자금세탁 방지 차원에서 1만달러 이상 송금할 경우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단 몇 백만원 단위라도 의심스러우면 은행 창구에서 보고하게 돼 있지만 상품권은 사실상 무풍지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고액상품권 발행 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자금세탁방지의무 장치를 마련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용·박우인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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