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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뷰] '도깨비'스케일은 블록버스터 캐릭터는 디테일 갑...'태후' 김은숙 작가의 진정한 대표작 될까?

tvN의 공격적인 90분 편성이 통했다. 스케일은 블록버스터급, 캐릭터는 디테일 갑인 ‘도깨비’가 스펙터클한 판타지 스토리의 서막을 제대로 알렸다.

‘도깨비’의 시작은 ‘반지의 제왕’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공유가 자신의 키만큼 큰 검을 들고 넓은 벌판을 뒤덮은 적과 맞서 싸우는 모습은 고려시대라기보다는 ‘중간계’의 풍경과 같은 생경한 판타지의 전장이 담겨 있었다.

판타지의 한 장면과도 같은 전쟁신 이후에 이어진 공유의 개선장면은 장이모우 감독의 액션대작 ‘영웅’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궁궐을 새까맣게 뒤덮은 궁병의 화살은 없었지만, 드넓은 궁궐을 홀로 걸어들어가는 공유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비장감과 비극적 운명은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눈을 확실히 고정시켰다.

tvN 10주년 특별기획 ‘도깨비’ 첫 방송 / 사진 : tvN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2일 첫 방송된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도깨비’의 진정한 위력은 시작부터 영화와 같은 압도적인 비주얼이 전부가 아니었다.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을 세웠던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가 만들어낸 캐릭터와 세심한 디테일이야말로 사실 ‘도깨비’가 지니는 진정한 힘이었다.

‘도깨비’는 첫 방송부터 비극과 희극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하기 시작한다. 고려시대 무신(武神)이라 추앙받던 명장 김신(공유 분)이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맞이하고 도깨비라는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과 저승사자(이동욱 분)와 지은탁(김고은 분),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박희본 분)가 만들어내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강렬하게 심장을 직격한다.

그러나 김은숙 작가는 이런 장면들 이후에 곧바로 도깨비가 된 공유와 도깨비의 보살핌을 받게 된 유덕화(육성재 분)의 만남, 세상 모든 비극은 다 떠안은 것처럼 보이지만 비극의 그림자보다 10대 특유의 발랄함을 그늘 없이 보여주는 김고은과 그런 김고은을 대하며 난감해하는 공유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을 단숨에 비극에서 희극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킨다.



비극과 희극의 공존은 이야기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려다 결국 두 마리 모두를 놓치는 치기어린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김은숙 작가는 첫 회부터 캐릭터들의 성격을 모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한 디테일로 이 간극을 착실하게 줄여나간다. 근엄해보이는 도깨비 공유의 입에서 “불꽃은 원래 파란 색이 제일 높다 문과생”과 같은 대사가 위화감 없이 튀어나올 수 있는 것도 김은숙 작가가 만들어낸 디테일의 힘이다.

tvN 10주년 특별기획 ‘도깨비’ 첫 방송 / 사진 : tvN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도깨비’가 첫 방송부터 이처럼 탄탄한 캐릭터 디테일을 다져낼 수 있던 것은 역설적으로 ‘도깨비’를 공중파 방송국에서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한 회 최대 70분이라는 편성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공중파 드라마였다면 한 회에 담아내기 힘들었을 이야기들이, 편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케이블채널인 tvN의 공격적인 90분 편성으로 인해 살아나게 됐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서도 상당한 장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응복 PD와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태양의 후예’가 후반부로 갈수록 전반의 힘을 잃고 PPL 가득한 평범한 로코로 전락했듯이, 공중파 드라마라면 다양한 시청자 연령층을 고려해 타협해야 하는 지점도 케이블 드라마인 ‘도깨비’는 비극은 더욱 비극답게, 희극은 더욱 희극답게 타협하지 않고 뚫고 나갈 수 있게 됐다. 표현의 리미트가 해제된 ‘도깨비’야말로 그래서 ‘파리의 연인’이나 ‘태양의 후예’도 능가할 김은숙 작가의 진정한 대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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